붐붐의 '술 문답 릴레이'에 트랙백
1. 처음 술을 마셔본 게 언제인가요?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자면 내가 두세 살 때 오야지가 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나에게 술을 먹였다고 한다. 그러자 어머니의 단발마 같은 비명 "안주! 안주!"
이후로 중학교 2학년 때 소풍 가서 맥주랑 소주를 조금 마셨고
중학교 3학년 때 연합고사 백일주로 싸구려 위스키(나폴레옹) 마셨는데
친구놈이 취해서 울었던 적이 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는 마신 듯.
'돌하르방'이라는 돼지머릿고기 파는 데서 자주 마셨다.
2. 처음 술을 마셨을 때의 감상은?
맛을 떠나 남들은 취해 얼굴이 불콰해지는데 나는 왜이리 멀쩡할까 라고 의아해하며
나중에 꽤나 술 마시겠군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3. 현재 주량은 어느 정도 인가요?
평일에는 맥주 두세 병에 보드카토닉 두 잔 정도.
주말에는 맥두 대여섯 병에 보드카토닉 서너 잔에, 소주 1병 정도.
4. 자주 마시는 술의 종류는 무엇인가요?
맥주를 주로, 사이드로 보드카토닉, 가끔 소주.
5.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술버릇은?
붐붐의 의견을 옮기자면, 졸린다며 집에 가기, 몸 함부로 굴리기, 비아냥대기.
(딱히 술 먹었다고 평소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버릇들은 그냥 내 일반적인 품성에서 비롯한 것들.
음주 전후의 인품이 크게 다른 사람은 조금 부담스럽다)
6. 주위 사람들은 당신의 술버릇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대충 포기한 듯.
7. 가장 인상에 남았던 술자리에 대해 말해주세요.
공포영화에서 천둥소리 울리며 어두운 공간에 벼락이 번쩍거리며
뭔가 무서운 형체가 순간적으로 보이는 그런 장면이 종종 나온다.
술자리의 기억이란 대체로 그러하다.
8. 어떤 때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녁이면 대체로. 요새는 저녁에 운동 갔다오고 마시는 맥주가 그리도 맛나더라.
그게 과해져서 문제지만.
9. 어떤 술자리를 좋아하나요?
라커스에서 너무 떠들썩하지 않게 몇몇이서 바에 앉아 술 마시기.
또는 과하지 않은 소음을 배경으로 바 구석에 앉아 책 읽으며 술 홀짝거리기.
별다른 사설 없이 바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술자리거나
혼자 있더라도 음악과 책이 있으면 술은 대체로 맛있다.
10.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세요?
술 취해서 진심이랍시고 하는 소리는 믿지 않지만
술이 없는 인간관계는 유지할 자신이 없다.
11. 애주가가 될 의향이 있나요?
애주가와 중독자의 경계. 아마 이 선에서 평생을 왔다갔다하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