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구례에 다녀오다.

이른바 김연식이라 불리는 성은 형, 연주 누나 부처에 은식 형과 함께 토요일 구례로 출발.

성은 형의 차를 타고 7시가 좀 지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점심 무렵 구례 도착.

사성암 올라가기 전 4dr선배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한담.

("점심 안 먹어도 되나?"
"김밥이나 사들고 올라가죠."
"구례 와서 김밥을 먹겠다고? 그럼 저녁에 삼겹살 구워먹으면 되겠네."
"음. 노래방도 가야할까요. 야식으로 치킨 시켜먹어도 될 듯합니다.")

사성암은 지난여름, 우로형이 암자 바로 밑까지 차 타고 올라가 20여 분을 사투 끝에

무산소 등정에서 성공했던 해발 531m 오산에 있는 암자.

이번에는 아래에서부터 등산로를 타고 김연식과 언화 누나와 함께 등산.

정상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데 등산로가 가팔라서 마냥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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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마치고 평화식당에서 육회 비빔밥으로 곡기를 채우다.

이곳 육회에 대한 글과 사진은 구례 1 포스트 참조.

다른 곳으로 가기에는 애매하여 4dr 선배의 인도 하에 하동까지 드라이브.

포장마차 재첩국수 집에서 따뜻한 머위 차를 마시며 한담.

("오늘 저녁에 진짜 삼겹살 먹나?"
"예전에 우리 여관에서 치킨 시켜먹었던 곳이 구례 아니었나?"
"맞다. 진짜 구례에서 치킨 시켜먹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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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로 돌아와 여관에 짐을 풀고 월성정육점에서 육회를 2만 4천 원어치 끊어

4dr 선배에게 기름장을 얻고(거기에 갓김치까지 주시다) 여관에서 진탕 술을 마시다.

지난 번 잠수함 님과 왔을 때 서강정육점에서 끊어 먹었던 육회와 비교하자면

월성의 것이 조금 더 신선하다. 그리고 서강보다 얇게 썰어 술 안주로 먹기에 더 편하다.

육회와 마른 문어를 안주 삼아 소주 8병, 맥주 피처 3병을 비우다.

5시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12시쯤 먼저 뻗고 기억이 없다. 증언에 따르자면 이후 30분 내로 모두 쓰러졌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날 아침, 목화식당에서 해장. 뜨거운 선지를 넘기다가 목을 데다. 증세는 인후염과 거의 별반 없다.

돌아가는 길, 성은 형 내내 육회를 추억하다.
Posted by H군

산행2

2006. 10. 17. 18:26



땀에 절어 옷에 하얀 소금기가 밸 정도로 노곤해진 몸을 산 선배가 성삼재까지 마중을 나와주셨다.

서울에서 구례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육회가 준비될 수 있을까 입맛을 다시던 잠수함님은

차에 타고는 오늘 육회가 가능하냐고 산 선배에게 여쭸더니 어제가 소를 잡는 날이라고.

아쉬움을 머금고 구례읍내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잠수함님의 단발마 같은 비명,

"저기 소 잡았다는 간판이 있는데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서강정육점에서 생고기를 팔고 있었다.

하여 마침 영후 생일상으로 푸짐하기 이를데없는 상에 육회까지 얹을 수 있었던 행복한 만찬.


육회. 소금참기름장에 찍어 2근을 순식간에 없앴다. 이게 2만원어치다!

오븐에 구은 야채들.

오븐에 구은 통닭.

웰빙 베이커리 블로그로 명성이 자자하신 언화누나가 만든 영후 생일 케익.
밥통으로 찐 카스테라에 초콜릿(서울 올라갈 때 싸주셔서 다시 맛나게 먹었습니다).

영후는 자신의 생일상 음식으로 닭도리탕을 지명했다.



제주 사투리로 말하자면 배 "뽕끄랑하게" (불룩하게) 먹고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례읍 최고급 호텔 명지장에 들어가 취침.

다음날 아침에는 산선배가 지리산 온천까지 데려다주셔서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그나마 근육이 풀리는 듯.

부산으로 돌아가는 영후를 바래다주고 늦은 아침.


목화식당의 소내장 국밥.
점심 때 한정식을 먹을 거니까 조금만 먹으라는 언화누니의 충고가 무색하게
한 그릇을 낼름 해치워버렸다. 술 먹은 다음날 종종 생각날 듯.



점심에는 풍년 식당의 한정식. 두 사람이면 일인당 8000원, 세 사람이면 7000원, 네 사람이면 6000원.
입에 안 맞는 반찬들도 있었지만 6000원에 저 음식들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러니 내가 지리산에, 아니 구례에 아니 올 수가 있겠는가.
11월이 기다려진다!



*사진들은 대부분 잠수함님의 캐논 350으로 찍은 것들.
잠수함님 사진뿐만 아니라 요모조모 감사했습니다.
물론 언제나 고마우신 산 선배와 언화누나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를!

Posted by H군

구례1

2006. 8. 9. 11:38

섬진강 재첩 국수.
재작년 여름 이곳을 찾아 왔다가 허탕을 쳤는데 2년만에 드디어 맛을 보다.
의외의 칼칼한 맛이 목을 스쳤다가 은근한 고소함이 혀에 오래 남는다.
같이 나온 매실장아찌의 시큼매콤한 맛도 꽤나 인상적.



구례 평화식당의 육회.
막 잡아 썰어 입안에서 파드득 생동하는 맛이 아니라
혀 전체로 음미하며 느긋하게 다가오는 고기의 속맛. 허나 다소 짜다.
주전자에 나온 육수는 그냥 일반적으로 멸치, 다시마, 간장으로 우려내는 국물이 아니라
뭔가 모를 생선포와 조제 과정이 있을 거라 추측되는, 쉽게 맛보기 힘든 진국.


반야봉 산행을 마치고, 그득한 곡기에 대한 무한한 허기로 순식간에 해치운 추어탕.
과메기, 삼합, 추어탕, 이 셋은 내가 아마도 먹지 못하리라 '상상'하던 음식들이었으나
고맙게도 '상상'을 배신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구례의 추어탕은 그 추어탕 중에서도 꼽을만한 추어탕이었다.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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