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경마장에 마지막으로 간 것은.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을 오늘의 책에서 산 것은 95년, 놀이하는 사람들에서 알바하던 무렵이었고
'경마장'을 마지막으로 간 것은, 97년쯤?
그리고 지난 주말 만 10년이 지나 경마장에 다시 가다.
같이 간 일본 언니는 심지어 경마장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면서
(경마장이 있는 도시는 세금도 싸요, 라고 일러주면서) 경마장은 난생 처음이란다.
그런데 하 오랫만에 왔더니 베팅 거는 방식이 전혀 생각이 안 난다.
1층에서 헤매니 경마 안내소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 팜플렛이 있다.
그걸 보고 단승식, 연승식, 복승식, 쌍승식, 복역승식 등이 있다는 걸 새삼 기억해내다.
전광판에 나와 있는 배당률을 확인하면서 배당률이 낮은 말(그러니까 가장 인기 좋은 말)을 중심으로
대충 조합하여 복연승식으로 베팅.
세 게임에 삼천 원씩 투자하여 1만 원 정도의 수익(일본 언니는 이천 원씩 투자하여 800원 마이너스).
친구 중에 어머니가 제주도 조랑말 경마에 빠지시면서 재산을 다 날리고
부도가 나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놈이 있다.
그런 엄마가 미웠고, 경마가 미웠던 그 친구랑 97년도에 경마장에 왔었다.
대학생이던 우리는 기껏 천 원, 이천 원 정도 걸고 있는데 그놈은 만 원, 이만 원 그냥 내지른다.
그리고 경마장을 나서며 그 친구가 뭔가 통달했다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말한다.
"이제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나 다음주에도 또 경마장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