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다문 전에 일하던 회사에 가게 된다. 드러내놓고 자회사라고 선전하지는 않지만
(말하자면 관계없는 회사로 생각해주길 바라고 있다) 본사에서 관리부터 디자인, 마케팅을 다 해주는 관계다보니,
아니 갈래야 아니 갈 수가 없다. 사실 가서 사장과 마주칠 일만 없으면 가는 게 그리 싫지는 않다.
십 분 남짓이면 갈 수 있고 예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이랑 담배 피고 농담 따먹으며 노니까.
그런데 본사(라고 하자)에 들어서서 사람들과 인사하곤
("왜 이렇게 자주 와!" "일 없나보지, 맨날 오네" 등을 인사라 부를 수 있다면)
볼 일 챙기며 여기저기 드나들면서 '참, 내가 여기서 잘도 생활했네'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서너 명이 있는 공간에 적응해서인지, 그래봐야 기껏 삼십여 명이 있는 곳인데도
사람에 부대낀다는 느낌이 확 밀려온다.
원체 잡스러운 인간이고, 주둥아리 가볍게 조잘조잘 수다 떨고 농담 따먹으며 시간을 쪼개왔지만,
또 본사 와서 맨날 그러고 있지만, 마음 한 켠은 뭔지 모를 불편함이랄까, 어색함.
맞지 않는 가면(대가리가 하 크다보니 보통 가면 가지고는 택도 없다)을 쓰고 있는, 그런, 기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