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핸드폰에 생경한 번호가 뜬다, 00700...
"아빠인데, 내가 인도에서 일행한테 백 달러 빌렸거든.
돈 들고 오늘 공항에 좀 나와라."
오야지의 귀국 시간은 새벽 12시.
오후 8시 반
안국역에서 공항버스 탑승.
<종신검시관> 다 읽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능숙한 단편이지만 장편의 박력이 더 매력적이다.
오후 9시 반
인천공항 도착. 갑자기 밀려오는 허기. 저녁을 안 먹었다.
삼각김밥을 먹으며 두산과 기아 경기를 힐끗 보며
<NHK에 어서오세요>를 보다.
두산과 기아는 연장전 돌입.
11회말까지 1:1인 걸 보고 무승부로 끝날 것 같아 그만 보다.
(오늘 아침 기사 보니 12회초 전상렬 결승타!)
오후 11시.
<NHK에 어서오세요> 다 보다.
모르겠다. 이 말장난의 세계는.
재미는 존재한다. 근데 끝까지 읽을 원동력은 그닥 없다.
묵혀뒀던 모리미 도미히코의 <태양의 탑>을 꺼내 남은 70페이지 해치우기로 결심.
오전 12시반.
오야지가 탄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표시가 나오다.
올려면 좀더 늦게 오던가. <태양의 탑> 10페이지도 안 남았는데.
오야지 등장.
백 달러 건네주고 리무진 버스 탑승.
귀 얇기로 소문난 오야지. 그 물가 싼 인도와 네팔에서 바가지 쓰며 사온 물건이란 게
카레가루 1박스, 내 대가리 크기만 한 야크 치즈.
카레 1박스?? 대체 왜?
카레가 웰빙식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삼촌들 나눠주려고 샀단다.-_-
야크치즈는 요가 가르치느라 몸이 허해보이는 채식주의자 동생 먹이려고 사왔다는데,
저기 작은 아드님은 우유랑 치즈를 안 드시거든요?
오전 2시.
집에 도착.
갈증이 난다하여 맥주 한 캔씩 마시면서,
내일은 명동에서 장사하는 사촌형 불러서 한잔 진하게 하잔다.
에휴. 침대로 기어들어가기 직전 시계를 보니 3시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