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스 하루 땜빵.
저녁 6시 반, 붐붐 부처의 도움으로 라커스 오픈.
따로 음악 안 걸고 형이 만들어놓은 컴필레이션 시디 몇 장으로 버티다가
손님 하나도 없으면 바로 문 닫을 맘으로 일 시작(형 죄송해요ㅠㅠ).
손님은 근근히 한두 테이블 유지되며 들어오다가
신경증에 걸린 요크셔피그처럼 생긴 여자분이 친구랑 들어와
에어컨바람 덜 부는 곳을 찾더니 "가게에서 에어컨은 껐다켰다 해야 하는 것도 모르냐"며 쏘아붙인다.
"저기 방금 틀었거든요?, 그리고 들어와서 30분이라도 앉아계신 것도 아니고,
들어오자마자 하실 말씀은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는 결코 못하고
옆에 있던 알바 언니한테 "지가 먼데 잔소리?"라고 작은 목소리로 투덜투덜.
요크셔언니의 진상짓은 계속.
메뉴판 들고 와서는 처음 들어오는 이상한 칵테일 찾으며 그런 건 없다고 하자
그 만들기 쉬운 걸 왜 안 만드냐며 타박.
그러다 이번에는 신청곡 린처짓.
처음 가져온 곡은 조지 마이클의(왬이 아니고) careless whisper.
없다고 하자, 그럼 어떤 걸 틀어주냐고 묻는다.
대체로 오래된 락을 틀어준다고 말하자, 그 다음에 가져온 곡은,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와 산타'페'의 Smooth.
트, 틀어드릴게요, 라고 답하니 갑자기 산타'페'는 락이 아닌데 왜 있냐고 따진다.
그, 그렇죠. 산타'페' 아저씨가 요새는 락을 안 하시죠...라고는 답하지는 않고
그냥 이 앨범은 있네요, 라고 답하다.
어쨌든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가 계기인지 다른 손님들도 신청짓을 하기 시작하다.
데이빗 보위의 Quicksilver?? 이런 노래는 어디 있는거야? 패스.
pavement? 이 사람들 아직도 활동하나? 패스.
Black Crows의 Hard to handle. 아 나 이노래 좋아하는데. 근데 라커스에 앨범 없지. 패스.
Aerosmith의 Cryin'. 있어도 없네. 패스.
결국 전혀 안 틀어줄 수는 없어서 레드젭의 Kashmir(어휴 왜 이리 길어!)와
제니스 조플린의 Mercedes Benz(이건 왜 이리 짧어!), 밥 말리 등을 틀어주고 무마.
회사 후배가 와서 맥주 두 명 마시고 가고 11시 50분쯤 모든 손님이 나가자
잽싸게 간판불 끄고 정리하고 퇴근.
역시 나는, DJ가 아닌 서빙이 체질이다.
다음주 일요일만 때우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