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

2007. 6. 18. 09:11

라커스 하루 땜빵.

저녁 6시 반, 붐붐 부처의 도움으로 라커스 오픈.

따로 음악 안 걸고 형이 만들어놓은 컴필레이션 시디 몇 장으로 버티다가

손님 하나도 없으면 바로 문 닫을 맘으로 일 시작(형 죄송해요ㅠㅠ).

손님은 근근히 한두 테이블 유지되며 들어오다가

신경증에 걸린 요크셔피그처럼 생긴 여자분이 친구랑 들어와

에어컨바람 덜 부는 곳을 찾더니 "가게에서 에어컨은 껐다켰다 해야 하는 것도 모르냐"며 쏘아붙인다.

"저기 방금 틀었거든요?, 그리고 들어와서 30분이라도 앉아계신 것도 아니고,

들어오자마자 하실 말씀은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는 결코 못하고

옆에 있던 알바 언니한테 "지가 먼데 잔소리?"라고 작은 목소리로 투덜투덜.

요크셔언니의 진상짓은 계속.

메뉴판 들고 와서는 처음 들어오는 이상한 칵테일 찾으며 그런 건 없다고 하자

그 만들기 쉬운 걸 왜 안 만드냐며 타박.

그러다 이번에는 신청곡 린처짓.

처음 가져온 곡은 조지 마이클의(왬이 아니고) careless whisper.

없다고 하자, 그럼 어떤 걸 틀어주냐고 묻는다.

대체로 오래된 락을 틀어준다고 말하자, 그 다음에 가져온 곡은,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와 산타'페'의 Smooth.

트, 틀어드릴게요, 라고 답하니 갑자기 산타'페'는 락이 아닌데 왜 있냐고 따진다.

그, 그렇죠. 산타'페' 아저씨가 요새는 락을 안 하시죠...라고는 답하지는 않고

그냥 이 앨범은 있네요, 라고 답하다.

어쨌든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가 계기인지 다른 손님들도 신청짓을 하기 시작하다.

데이빗 보위의 Quicksilver?? 이런 노래는 어디 있는거야? 패스.

pavement? 이 사람들 아직도 활동하나? 패스.

Black Crows의 Hard to handle. 아 나 이노래 좋아하는데. 근데 라커스에 앨범 없지. 패스.

Aerosmith의 Cryin'. 있어도 없네. 패스.

결국 전혀 안 틀어줄 수는 없어서 레드젭의 Kashmir(어휴 왜 이리 길어!)와

제니스 조플린의 Mercedes Benz(이건 왜 이리 짧어!), 밥 말리 등을 틀어주고 무마.

회사 후배가 와서 맥주 두 명 마시고 가고 11시 50분쯤 모든 손님이 나가자

잽싸게 간판불 끄고 정리하고 퇴근.

역시 나는, DJ가 아닌 서빙이 체질이다.

다음주 일요일만 때우면 끝.

Posted by H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8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