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얗게 꽃망울을 틔었던 사과꽃(이란다. 열매는 열리지 않는다고)이
어느샌가 꽃잎을 떨구기 시작하여 눈처럼 꽃잎이 흩날린다.
회사 마당에 꽃잎의 사체가 희부연히 펼쳐졌다.
그래요
-김용택
꽃이 피면 뭐 헌답뎌
꽃이 지면 또 어쩐답뎌
꽃이 지 혼자 폈다가
진 사이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았다오
꽃 피고 지는 일 다 다지금 일이지요
겁나게 질고 진
봄날었구만요
산이 무너지고
디딘 땅이 캄캄하게 푹 꺼지는 줄만 알았지요
그래요
봄에만, 죄가 꽃이 되지요
누구든 다 그렇게
버릴 수 없는
빈 꽃가지 하나씩
마음에 접어두고
그래도 이렇게 또 오는 봄
가는 봄을 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