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008. 4. 1. 15:02
내가 한 번쯤 하고 싶었던 거짓말은 이런 것이다.


사실 내겐 세 살 많은 형이 하나 있었다.

나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영특하고 출중했던 형은, 그러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형의 부재에 상심하다 못해,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부모님은,

나를 형으로 오인하기 시작했고, 나를 형의 이름으로 불렀다.

너무나 어렸던 나는, 그 오인을 의식하지 못했고, 그 이름으로 살아가게 됐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부모님은 정신이 들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내게서 형의 그 출중함을 전혀 발견되지 못하여

부모님은, 내게 사실을 일러준다.

이미 형의 이름으로 살아가던 내게.

그 충격적인 고백에 나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고

세 살 많은 형의 재능이 내게도 나타나기를 빌고 빌었다.

그러나 신은 잔혹하여, 형의 재능은 내게 선사히지 않고,

내게 또래 보다 세 살 더 먹은 얼굴을 선사하였다.

마치, 우라시마 타로가 용궁에서 받은 상자를 열어 늙은이가 된 것처럼.



겨우 세 살 더 먹은 얼굴이냐라고 덧글 달지 말 것.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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