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하츠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을까, 라고 괜히 턱에 손을 얹고 고민하는 척해봐야 우스꽝스러운 제스처에 불과하다.
정확히 기억을 한다. 지금으로부터 근 15년 전(그래, 나도 이십대 아니 어쩌면 만으로 십대였을지도 모른다...)
당시 <위험한 녀석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해적판 만화에서였다.
훗날 원제가 <보더>이고 작가가 다나카 아키오라고 알게 되며, 그로부터 다시 약 십 년 후 일본 북오프에서
재회하여 기쁜 마음에 거금을 치르고 구매를 했다가 도쿄 지하철에 두고 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집어치우자.
또 <위험한 녀석들>의 다른 대목에서 닐 영의 라이크 어 허리케인을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장면을 보고
앨범을 샀다가 그 밍숭맹숭함에 십여 년간 내팽개쳤다가 나중에야 듣게 됐다는 얘기도 불필요하다.
여튼 <위험한 녀석들>에서 블루 하츠라는 밴드에 대해 언급되는 대목을 기억해뒀다가
2003년 일본에 갔다가 간다 고서점 거리의 중고 음반점에서 블루 하츠의 베스트 앨범 한 장을 구매하게 됐고
(그 옆의 만화 서점 2층에서 에로 만화책 두 권도 구입했지만, 역시 무용한 기억이다)
굳이 내켜 듣지 않는 펑크임에도, 스무 날 정도의 일본 여행 기간 꽤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까지가 블루 하츠에 대한 얼마 전까지의 기억.
그리고 며칠 전 에이타 주연의 <보이스> 4화를 보다가 등장인물이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부르는 블루 하츠의 夕暮れ.
아, 맞아, 내 기억 속의 블루 하츠는 그랬다. 건강한 청춘.
쩝, 건강한 청춘이라니, 어제도 잡지 읽으며 계단 내려가다 발목 삐끗한 지금의 내 바람은 그저 건강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