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이사온 지 근 한 달.
물론 제주에서 열흘 가까이 보냈기에 정확히 한 달이라 계량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나는 지난 달 이맘때쯤 서울을 떠났고,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둔중해진 몸뚱이는 여전하고 이따금의 무릎 통증도 변함없지만, 그리고 노트북을 두드려야 삶을 건사하다는 점도 그대로지만,
하루를 영위하는 구체의 조각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을 대체로 집에서 해결을 하고(저녁에는 치킨을 시켜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보는 경우도 잦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 가스레인지를 켜고 칼질을 하는 빈도가 늘었다.
물론 그 빈도를 줄이기 위해 대개의 요리는 대량화와 보존성을 염두에 두어 이루어진다.
식단의 유기성인지, 유기성이라는 환상으로 채우는 자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식재료를 간단히 구하기 힘든 환경적 조건으로 인해 한살림을 통해 식재료를 받아 먹고도 있다.
여전히 하루의 최대 낙이 프로야구 시청이라는 측면에서 월요일과 비 오는 날에 대한 증오는 온전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케이블이 들어오지 않아 스카이라이프를 달았는데 Xports가 나오지 않아, 투덜거리고 있다.
아침 6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매형이 인터뷰한다는 누이의 문자 메시지에 일어나, 내다본 창밖은 화창하다.
오늘은, 야구를 하겠구나.
오후에는 어제 한살림에서 받은 브로컬리와 감자, 당근, 오이를
대량화와 보존성을 염두에 두고 가스레인지를 켜고 칼질을 해야 한다.
내일은 일주일 만에 서울로 나가, 곰다방에 들러 원두를 사고 찜질방에나 다녀올까 한다.
아마,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서울로 나가면 곧 파주로 돌아오고파 할 듯하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출국의 욕망은 잠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