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로 이사왔다고 세려된 도시인의 품성이 어디 가겠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투란도트>를 메가박스에서 상영한다는 뉴스를 엠비시 뉴스데스크에서 우연히 보고

고급한 나의 취향과 어울리겠다 싶어, 다음날 아내와 함께 메가박스로 우아한 나들이를 나섰다.

평소 상식이 풍부하고 문화적 교양이 높은 나지만, 투란도트는 이번이 처음.

아내나 나나 어떤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고 관람을 시작했다, 치즈 팝콘에 나초, 콜라를 우리 가운데 얹어두고.

출연진의 실력은,  내 세련된 귀를 충족시킬 만큼 괜찮았다.

무대 장치를 비롯한 미술 역시,  나의 탐미적인 감각에 어느 정도 부합할 정도로 차려냈다.

시각적으로 단 하나 아쉽다면 출연진의 외모 정도일까?

그래도 오페라니 이 문제는 접고 들어줄 만큼의 아량은 충분히 갖춰놓은 나라는 인물이다. 

허나 수준 높은 서사에 길들여진 나의 문학적 감수성이 이 오페라의 내용을 뜨악하게 받아들였다.
 
3막으로 접어들며, 내 정연한 두뇌는 투란도트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냈다.

못돼 처먹은 남녀의 민폐 이야기.

파주로 돌아가는 2200번 안에서 우리 부부는 우리 수준에 걸맞는 다른 향유물을 찾자며 서로를 위무했다.

이를테면, 음, 하이킥 같은 것 말이다.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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