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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25 작가 5
  2. 2006.05.12 비수 10

작가

2006. 5. 25. 10:50

어제는 오랜기간 존경을 표하던 H화백과 미팅.

전에도 몇 차례 뵜었지만, 이제 담당자가 되어 미팅하기는 처음

(물론 나와 논의할 문제도 있지만 계속 진행되고 있는 요리 만화시리즈에 대한

연장 계약서를 사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안).

회사 근처의 자연음식 전문점 D 식당(처음 가봤는데 그닥 맛있는 것 같지는 않다.

3만5천 원 코스였는데, 자연주의를 표방한다는 것이 가공을 덜하는 것이라면

재료의 신선함이 도드라질텐데 딱히 그런 거 같지도 않고. 삼합이 괜찮다는데

그건 안 나왔다. 아...삼합 먹고 싶다-_-)에서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주 오래전 모 스포츠 신문에서 프로야구 장외 인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인 중

H화백이 있었다는 얘기를 내가 꺼내자, 어떻게 그걸 기억하냐며 그거 아는 사람이

정말 드물다며 이런 팬 덕분에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다며 계면쩍어하신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자신이 슬럼프에 빠졌던 시절의 얘기를 하신다.

어느날 어떤 컷을 그렸는데 아무리 봐도 낯이 익더란다. 그래서 예전 자기 책을 뒤져보니

똑같은 컷이 있던게다. '아! 내가 나도 모르는 새 나를 복제하고 있구나' 라는 충격과 함께

자신이 더이상 새로운 만화를 그릴 수 없는 낡은 작가라고 자학하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단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연재 때문에 신문사에 들렀다가 광화문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삼십대 중반의 어떤 남자가 자기를 스쳐지나며 신호등을 건넜다가

갑자기 뒤돌아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H화백이 아니냐고 묻더란다.

그렇다고 했더니 악수를 청하며, 자신이 평생 만나야 할 사람이 세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H화백이다, 당신 덕분에 내가 세상을 살 수 있었다, 너무나 고맙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그려달라, 드릴 건 없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 다이어리인데

이거라도 챙겨 가시라, 이러면서 손에 쥐어주고 연신 목례를 하며 떠나더란다.

H화백은 그 사람이 주고 간 회사 다이어리를 한 손에 쥔 채,

'아, 내가 헛된 인생을 살아온 게 아니었구나' 하며 그간의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

업무와 관련해서 H화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 양반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 이런 얘기 들으면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 내가 이 노릇하고 있는 즐거움이 있지 라고 위안 삼게 된다.

그러고 보면 5, 6년 전쯤에 그런 다짐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창작가가 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창작자를 돕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내 주변의 재능 있는 친구들이 좋은 작품을 생산하는데

소소하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 라고.

이제 기껏 5, 6년 지났다.

언젠가, 꼭 그랬으면 좋겠다.








Posted by H군

비수

2006. 5. 12. 18:35

#1
최근 필카가 생겨 회사 엠티 가서도 찍어보고 전주 놀러갔을 때도 몇 장 담았다.

회사 사람들 찍은 사진이 있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누가 한마디 한다.

"아무개 씨는 정물사진은 좋은데 인물 사진은 별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나봐."


#2
허영만 선생의 <사랑해> 표지를 준비하며 제목 타이포 때문에

회사 사람들한테 각자 '사랑해'라고 5개씩 써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나름껏 써서 넘겨줬더니 하는 말.

"아무개 씨 글씨는 정말 사랑을 안 하는 사람이 쓴 글씨다."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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