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다가 나오는 순서가 바뀌었지만 올해 첫 책은 혼다 다카요시의 체인 포이즌.

역자후기를 올려둔다. 책에는 아마 조금 수정돼서 실렸을 게다.




후기

*소설적 장치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혼다 다카요시의 프로필에는 소설 추리 신인상을 받아 데뷔했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상입니다. 잠깐 이 상을 받은 작가를 거명해볼까요. 우선 신주쿠 상어 시리즈의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를 필두로 <제물의 야회>의 가노 료이치가 뒤를 따르고 최근에는 <고백>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낙양의 지가를 올린 미나토 가나에가 바로 <고백>의 첫 번째 단편 ‘성직자’로 이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런 인물들 가운데 혼다 다카요시를 슬쩍 끼워놓고 보면 그도 쟁쟁한 미스터리 작가진의 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혼다 미스터리를 미스터리 작가라고 지칭하기에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들고 맙니다. 이 양반이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의식하고 글을 쓰는 작가였나 하며 괜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본인도 미스터리 작가라는 자의식은 그리 없지 않을까요. “본격 미스터리가 어떤 의미에서 마니아적인 경향을 추구한다고 하면, 저에게는 그런 기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데뷔는 했지만, 제가 읽어온 책들은 순전히 취향에 따라왔지, 이른바 미스터리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은 거의 읽지 못했습니다.”와 같은 발언을 별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말이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그랬던 혼다 다카요시가 작정이라도 한 양 서술트릭에 도전했습니다.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수 있는 트릭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잔재주 안 부리고 밀고 나가는 힘은 나름 인정해줄 만하지 않나 싶은데 어떠신지요. 저로서는 1회부터 9회까지 쌩쌩 강속구를 구가하는 투수의 완투 게임을 본 듯한 후련함을 이 작품에서 느꼈습니다.
사실 저는 혼다 다카요시의 오랜 팬으로 근래 작가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의 다양함을 즐겁게 음미하고 있습니다. <체인 포이즌>의 전작 <정의의 아군-I'm loser>에서는 세상의 불의를 응징하는 ‘정의의 아군 연구부’와 왕따가 결합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이 작가에게 이런 경쾌한 필치가 가능했나 하며 감탄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 <체인 포이즌>에서는 미스터리 작가라는 레테르를 어색하게 여겨온 독자나 스스로를 일신이라도 하겠다는 양 이런 묵직한 미스터리를 써내더군요.
<체인 포이즌>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소개되는 <MOMENT>와 함께 읽어보시면 혼다 다카요시란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맛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며 제가 작업한 다른 책까지 후안무치하게 소개해둡니다).
작품 초반에 인용되고 작품 속 트릭의 한 장치로도 이용되는 <20세의 원점>은 국내에 좋은 번역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인용된 대목은 국내판을 기준으로 함이 마땅하겠으나, 문맥상 제 임의로 옮겼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Posted by H군

파주로 이사왔다고 세려된 도시인의 품성이 어디 가겠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투란도트>를 메가박스에서 상영한다는 뉴스를 엠비시 뉴스데스크에서 우연히 보고

고급한 나의 취향과 어울리겠다 싶어, 다음날 아내와 함께 메가박스로 우아한 나들이를 나섰다.

평소 상식이 풍부하고 문화적 교양이 높은 나지만, 투란도트는 이번이 처음.

아내나 나나 어떤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고 관람을 시작했다, 치즈 팝콘에 나초, 콜라를 우리 가운데 얹어두고.

출연진의 실력은,  내 세련된 귀를 충족시킬 만큼 괜찮았다.

무대 장치를 비롯한 미술 역시,  나의 탐미적인 감각에 어느 정도 부합할 정도로 차려냈다.

시각적으로 단 하나 아쉽다면 출연진의 외모 정도일까?

그래도 오페라니 이 문제는 접고 들어줄 만큼의 아량은 충분히 갖춰놓은 나라는 인물이다. 

허나 수준 높은 서사에 길들여진 나의 문학적 감수성이 이 오페라의 내용을 뜨악하게 받아들였다.
 
3막으로 접어들며, 내 정연한 두뇌는 투란도트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냈다.

못돼 처먹은 남녀의 민폐 이야기.

파주로 돌아가는 2200번 안에서 우리 부부는 우리 수준에 걸맞는 다른 향유물을 찾자며 서로를 위무했다.

이를테면, 음, 하이킥 같은 것 말이다.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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