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의 머리와 가슴,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가 태어나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라. 당신이 듣게 될 이야기는 진실이 아닌 한 편의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 -5쪽
나의 불만은,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에 대한 것이지요. 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 굴뚝 위에서 포효하는 곰처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진실이 도움이 되던가요? 침실 벽에 번개가 번쩍거리고 빗줄기가 그 긴 손가라으로 유리창을 두들릴 때는 또 어떤가요? 전혀 쓸모가 없지요. 오싹한 두려움이 침대 위에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 때,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앙상한 뼈다귀 같은 진실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겠지요. 그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의 위안이지요. 거짓말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 말이에요. -14쪽
예의를 갖추기란 참으로 쉽지 않나? 특별한 재능이 필요치 않으니까. 다른 모든 것에서 실패했을 때 남아 있는 것이 선함이지. -68쪽
인생은 회반죽이야. (… )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래. 지금까지의 내 삶,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 내게 일어난 모든 사건들, 내가 아는 모든 사람, 나의 모든 기억, 꿈, 환상, 내가 읽은 모든 것들. 그 모든 것이 그 반죽 속에 던져졌다네. 시간이 흘러 반죽이 발효했고 결국엔 검고 비옥한 거름이 된 거야. 세포의 분열과정을 거치면서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 어떤 사람들을 그걸 상상력이라고 부르지. 나는 그것을 반죽이라고 생각한다네. 때때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그걸 그 거름 위에 심은 다음 기다리지. 나의 생각은, 한때는 생명이 있었던 그 검은 퇴비로부터 양분을 먹고 자라는 거야. 그리고 스스로 힘을 갖게 되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지. 그러다가 어느 화창한 날, 난 하나의 이야기, 소설을 갖게 되는 거야. -69~70쪽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세 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다. 600쪽에 가까운 두께가 부담스럽게 하면서, 책을 펼친 순간 위와 같이, 과실의 생을 응축한 씨앗처럼 조밀하고도 단단한 진술이 어깨죽지에서 날개가 돋아 황홀한 비상으로 이끌 듯이 이야기 속으로 흡입시킨다. 그래, 이게 처녀작이란 말이지, 하고 반은 감탄하고, 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열세 번째 이야기>는 무슨 상관이람 하고 아랑곳않는다는 듯 도도하게 책상 위에서 놓여 있다. 알았어, 얼른 다 읽을께.
SCHUBERT: Piano Sonata No. 21 in B flat major D. 960 Andante sostenuto Piano_ Sviatoslav Richter
Schubert_Arpeggione Sonata in A minor D. 821
Maurice Gendron_cello
Jean Francaix_piano
*가장 좋아하는 곡 하나만 고르라면 지금까지는 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일 듯.
위에도 썼지만 장드롱의 첼로에 맞춰 흥얼거리며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Iron Maiden
중세 시대에 이용되었던 고문도구.
관의 뚜껑 안쪽에는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두 눈과 심장을 찌르도록 고안된 쇠꼬챙이가 박혀있다. 관의 뚜껑은 밧줄이 달린 도르래와 연결되어 있어 밧줄을 완전히 풀면 관뚜껑은 덮히게 되고 그 안에 있던 희생자는 양 눈과 심장에 구멍이 나서 지독한 고통을 겪다 죽게 된다.
따라서, 아이언 메이든에 들어간 희생자는 일단 관 뚜껑을 덮음에 따라 서서히 다가오는 쇠꼬챙이에 겁을 집어먹고는 취조하는 집생자들의 질문에 없는 말 있는 말 다 불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언 메이든은 단순한 처형도구라기보다는 희생자에게 끔찍한 공포를 안겨주는 고문도구라고 보는 게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