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어 원서를 처음 제대로 읽어본 건 대학교 3학년 때였나,

일문과 과목 중 '일본현대소설선독'이라는 걸 들으면서.

특정 소설 하나로 진행한 수업은 아니었고

하루키, 류,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 하나씩 모아 제본한 책으로 수업을 했다.

수업은 출석순으로 몇 문단씩 읽고 해석한 뒤 교수가 다시 해석하는 방식.

나름대로 교수가 번역가로 이름 있는 양반이라 기대했는데 꽤나 지루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튼, 그때 읽은 하루키의 단편은 <TV피플>에 실려 있는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 고도 자본주의 전사'

그런데 그 단편을 해석하면서 꽤나 의아해했던 대목이 하나 있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표현이었다.

がんばってコンドームを買った

がんばって면, 힘내다, 노력하다, 이런 뜻이고, コンドーム는 콘돔, 買った는 사다...

엣! 그럼 해석하자면 "힘내라 콘돔을 샀다"??

오오, 이런 노골적이고도 가슴 따뜻한 콘돔 이름이라니.

마치 이 콘돔을 쓸 때면 옆에서 누군가가 "힘내, 넌 잘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줄 것 같은 느낌.

물론 제대로 된 해석은, 어렵사리 콘돔을 샀다, 정도이지만(맞나요?-_-)

그래도 이런 이름의 콘돔도 있어주면 고맙지 않을까?

내 번역 실력이란 게 사실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_-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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