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3시 비행기로 제주도에 가야 해서 정말 드물게 오전에 열심히 일하다.
나답지 않게 너무 열심히 해서 점심 전까지 마칠려고 했던 것이 10시 반에 끝나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역시 딴 일이 생긴다.
역시 열심히 일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얻고 공항행.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그대로 두기>를 다 읽고, 공항에서 대기하고,
제주도로 내려가는 동안 <리얼월드>를 읽다.
제사 준비를 거들다가 7시부터 집에서 추모예배.
다행히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딴방에 들어가 숨어 있다가 예배 끝날 때쯤 나오다.
평소대로라면 이때부터 술판이 길게 이어지는데 다들 컨디션이 별로인지 일찍 끝나다.
내가 지독하게 기침하고 있는 꼴을 보여줬더니 내게도 술을 권하지 않는다.
28일
오야지 모시고 인천의 7촌 조카 결혼식.
말이야 나한테 7촌뻘 조카라고 하지만 얼굴은 처음 봤다.
오야지는 자기가 지 아들 결혼도 안했는데 손자 결혼하는 꼴 봐야하냐며 연신 타박.
게다가 2살 위 사촌 형도 올해 10월에 결혼한다며 배신을 때리다.
점점 친척들 만나는 자리가 곤욕이 되어간다.
식이 끝나고 검단이라고 하는 왠지 세상의 끝 분위기가 나는 곳에 있는 6촌형 집에 가서 식사.
나름 손님 대접한다고 대게를 왕창 삶아왔지만, 내게는 그림의 떡.
혹시나 맛날까 싶어 좀 집어 먹어봤지만 역시 맛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함께 나온 백합탕은 꽤나 맛있다.
순전히 백합 삶은 국물에 소금으로만 간을 한 것인데, 역시 한꺼번에 많이 끓이니
재료의 맛이 듬뿍 담겨 있다.
그곳에서 다시 오야지와 누이 가족들과 함께 천안 누이 집으로.
천안 가서 맥주 한두 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밤새 기침하느라 자는둥 마는둥.
29일
금요일 쓸데없이 열심히 일을 해서 오후에 남긴 일을 하기 위해 회사로.
오전 10시에 천안에서 출발했는데 회사에 도착하니 12시 반.
그러고 보니 어제 결혼식 참석 하느라 정장차림이었는데
정장 입고 회사 출근하기는 처음. 그리고 마지막이어야 할게다.
저녁까지 일하다가 집에 들어와 맥주 한 캔 마시고 잠들다.
그러나 역시 새벽에 터지는 기침.
약이라도 사먹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