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치우다, 예전에 쓰던 안경이 먼지 낀 몰골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이 안경을 꼈던 것이, 거의 10년 전, 98년.
그때 마음의 단도리를 위해 안경을 갈아끼고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던가.
아스라한 기억, 그러나 여전한 기억.
그러니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시간의 먼지에 무수한 생채기 입은 안경알은 바랜 푸른빛을 머금고
내 콧등에 설핏 걸려 있다.
과거의 생채기는 아물지 못하고 오늘의 생채기와 포개진다.
그리고 푸르른 청춘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