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

2006. 4. 25. 09:10

다이 시지에라는 중국인이 프랑스어로 쓴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이원희 옮김, 현대문학)은 하방당한 두 소년의 이야기라는 사전 정보만

알고 다소 진지한 마음으로 접했다가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오며

유쾌한 독서가 시작된다.

중국 문화혁명기,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을 대상으로 '젊은 지식인'이라는 딱지를 붙여

하방이 시작됐는데 여기 등장하는 소년들은 부모가 부르주아 계급인 치과의사였다는

이유로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도 못했는데 산골마을로 하방당한다.

도착한 산골마을에서 소지품 검사가 시작되는데 바이올린이 나온다.

농민들은 이것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부르주아의 장난감"이 결론 짓고 부수려고 하자

소년 중 하나가 급히 만류하며 이것은 악기라며 한 번 들어보라며 다른 친구에게

연주하라고 한다, 그것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악기를 든 친구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라는 친구의 말에 황당, 경악하고

농민들은 대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뭐냐며 추궁한다.

그러자 그 친구, "모차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라고 천연덕스레 답한다.

농민들은 만족하고, 연주하는 친구는 안도하며 모두가 모인 방안에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가 울려퍼진다.


Mozart_Violin Sonata No. 21 in E minor KV 304
Walter Barylli_violin
Paul Badura-Skoda_piano



*예전에 열군이 추천해줬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2악장.

음악이 열리는 순간, 짜릿한 전율에 휘감긴다.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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