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엄마와 함께 누이와 조카가 올라오다.
침대에 조카를 앉혀 스포츠2.0의 이승엽 사진을 보여주며
니가 야구 선수가 된다면 삼촌이 열심히 서포트하마라고 알아듣지 못할 약속을 하다가
조카를 배 위에 얹혀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읽으며 주말을 보내다.
자기 쥔 것을 뺏겨도 뭔일이 있었냐는 양 천진한 얼굴로 쳐다보는 조카를 보며
내가 쥔 것들, 쥐고자 하는 것들, 뺏겼다 생각하는 것, 뺏으려 하는 것에 대해
찰나의 고민을 하다.
내 마음의 저울은 그 어디서 균형이 어긋나 이렇게 비뚤어졌는지에 대해,
평온한 척 붙들고 맨 외부의 균형이 어떤 억지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그렇게 잠깐,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
자를 준비하자, 관계의 거리를 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