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의 비뚤어지기 생활 동안 책을 다섯 권 읽었고
(<제너럴루주의 개선>, <은폐수사>, <유코 짱의 지름길)은 완독,
<다무라는 아직인가>, <무덤 속에서 발견한 것>은 검토용으로 단편 몇 편씩만)
잠실 야구장에 한 번, 그리고 사직구장에 한 번 다녀오다.
그리고 부산에서 밀면, 돼지국밥, 양곱창을 먹다.
광복로에 위치한 할매 가야 밀면 대자, 4500원.
소에 비해 500원밖에 더 안 나가는데 사리가 하나 더 들어 있다(but 보통 밀면집의 가격은 3000원 대라고 한다).
평양냉면과는 종류가 다른 음식이라고 할까.
만 원짜리 우래옥 순메밀 면이 그 가격에 걸맞는 맛을 때때로(계절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으니) 보여준다면
밀면은 가격대비 오백 원 이상의 맛은 보장한다(이거 칭찬입니다).
웅숭깊은 맛은 아닐지라도 적당히 탄력 있는 면발에 새콤달콤한 국물은 꽤나 먹을 만하다.
단 미리 들어가 있는 다대기를 다 풀어버리면 과하게 맵다.
범일동에 위치한 마산 돼지국밥, 5000원.
역시나 순대국밥과는 종류가 다른 맛이다.
순대국밥의 국물에 비해 텁텁함이 덜하여 맑고 깔끔하다.
"내장으로요."라고 따로 주문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건더기는 돼지 수육.
밀면과 마찬가지로 다데기가 미리 들어가 있어 이걸 다 풀고 정구지(부추)까지 함께 섞으면
과하게 맵고 짜다.
그런데도 이 다데기가 매력적인 게, 메주콩 같은 걸 버부려놔서 함께 씹으면 아주 고소한 맛이 난다는 것.
과음 다음날에는 솔찮히 생각날 것 같다.
자갈치 시장에 위치한 백화 양곱창. 이인분에 이만 원.
이만 한 가격에 이 정도 양곱창을 먹을 수 있다면 아무 불만 없다.
소금구이 이인분에, 양념 일인분, 밥 한 공기까지 뚝딱.
하나 불만이었다면, 시원 소주에 맛있게 먹으며 부산방송에서 중계해주는 두산-롯데 경기를 보던 중
0-0 9회초 일사 일삼루에서 갑자기 중계를 끊어버리는 방송국.
기껏 부산까지 가서 해산물은 전혀 안 먹고(기실 고향이 바다인지라 멀리 가서 굳이 꼭 해산물이라는 강박은 그닥)
육류로만 포식했지만 경상도 음식에 대한 편견을 얼마간 해소한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다만 부산이란 도시가 보행자에게는 꽤나 터프한 동네였다는 군소리.
횡단보도가 지나치게 부족하고(육교 아니면 지하도) 지하철 간격은 앞차와 뒷차 사이가 네다섯 정거장 차이고,
에스컬레이터 구경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걸어다니는 부산시민 여러분, 대단하십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