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를 갓 넘긴 종로의 카페.
창가 벽에 오도카니 자리 잡은 나름 전용 테이블.
뒤로 4시 방향의 두 분의 아주머니(와 언니의 경계에 선)는 뭔가에 대해 열심히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한 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헬스 동작을 시연한다.
"오른팔을 긴장하면서 이렇게 흔들어야... 이거 한달만 하면 몸짱이라니까."
몇 차례 과격한 시연이 거듭하더니 자리로 돌아가 가쁜 숨을 내쉬며 일갈한다.
"그러니까 포인트는 빠른 동작으로 정확하게 하는 거지."
2시 방향 사자머리를 한 언니는 약 삼십 분 전부터 얼굴을 스커프로 칭칭 둘러매고
테이블 바닥에 얼굴을 파묻어 잠을 자고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받는다.
언니, 핸드폰은 입에서 살짝 떼고 통화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감전 조심.
오른쪽 3시 방향의 커플은 나란히 노트북을 두 대 놓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귀에는 무선 헤드셋까지 차서 뭘 그리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슬쩍 엿보니, 메신저... 업무 상담 같은 거겠지.
창밖으론 진눈깨비 같은 눈이 연신 발을 드리우고 있다.
멜랑꼴리한 감성으로 온몸이 충만해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읊조린다.
'나 우산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