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 4. 26. 19:22

문우 언니식구넷

"스물 대여섯살 후배(작가 지망생)에게 권할 만한 책,

내 젊은 날 좋은 영향을 주었던 책 몇 권씩만 추천해 주시겠어요?"

라고 하셨길래 잠시 고민해본다.

우선 떠오르는 것들.











하루키의 초기작들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 핀볼> <중국행 슬로보트>

하루키가 재즈바를 운영하며 밤에 부엌 테이블에 앉아 처음 소설을 쓰기 했을 때

문장이 안 풀리자 영어로 우선 쓰고 그걸 다시 일어로 고쳐 쓰면서

글을 만들었다고 한다.

<양을 둘러싼 모험>이라는 장편을 쓰기 위해 재즈바를 닫고 전업작가로 나서기 전까지의

소설들에는 왠지 모를 밤의 공기가 배어있다. 가게 문을 닫고 부엌 테이블에서

만년필로 원고지 칸을 메워 나가는 그 심야의 기운, 일상의 공기들,

짧은 시간에 가장 경제적으로 글을 만들어나가야 했기에 더욱 심플할 수밖에 없었던

그 문장들이 읽힌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고등학교 때 처음 읽고 나도 뭔가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고종석 - <고종석의 유럽통신>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제망매>

지금은 사라진 '길'지에 연재됐던 유럽통신은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길'이냐 '말'이냐 라는 고민을 말끔하게 해소해주었던 연재물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몇몇의 그네들에게 항시 선물했던 책이었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은 한국어의 에로틱함, 애틋함, 야릇함을 보여준다.

그 속살의 아름다움이라니.

<제망매>는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스티븐 킹 - <유혹하는 글쓰기>

현존 작가 중 가장 많은 책을 팔아 치운 작가 리스트에서도

상단에 위치할 스티븐 킹이 쓴

이 창착론은 실하기 이를데 없는 곶감 꼬치다.

빼먹을 거리로 넘쳐나는 이 책을 읽고

어떤 이는 소설가가 되기를 꿈꿀 것이고 어떤 이는 편집자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행복한 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이 책에서 스티븐 킹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당신이 대단한 천재가 아니라면, 많이 읽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은 많이 쓰기.

다행히 나는 소설가의 꿈이 없기 때문에 많이 읽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Posted by H군

하방

2006. 4. 25. 09:10

다이 시지에라는 중국인이 프랑스어로 쓴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이원희 옮김, 현대문학)은 하방당한 두 소년의 이야기라는 사전 정보만

알고 다소 진지한 마음으로 접했다가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오며

유쾌한 독서가 시작된다.

중국 문화혁명기,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을 대상으로 '젊은 지식인'이라는 딱지를 붙여

하방이 시작됐는데 여기 등장하는 소년들은 부모가 부르주아 계급인 치과의사였다는

이유로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도 못했는데 산골마을로 하방당한다.

도착한 산골마을에서 소지품 검사가 시작되는데 바이올린이 나온다.

농민들은 이것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부르주아의 장난감"이 결론 짓고 부수려고 하자

소년 중 하나가 급히 만류하며 이것은 악기라며 한 번 들어보라며 다른 친구에게

연주하라고 한다, 그것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악기를 든 친구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라는 친구의 말에 황당, 경악하고

농민들은 대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뭐냐며 추궁한다.

그러자 그 친구, "모차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라고 천연덕스레 답한다.

농민들은 만족하고, 연주하는 친구는 안도하며 모두가 모인 방안에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가 울려퍼진다.


Mozart_Violin Sonata No. 21 in E minor KV 304
Walter Barylli_violin
Paul Badura-Skoda_piano



*예전에 열군이 추천해줬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2악장.

음악이 열리는 순간, 짜릿한 전율에 휘감긴다.
Posted by H군

무제

2006. 4. 24. 19:04


엠티 가서 여기까지 찍고 디카가 맛이 갔다.

이후에 사진은 필카로 찍었는데 아직  현상 전. 과연...


Posted by H군

분실

2006. 4. 23. 16:16

토요일 아침 핸드폰 분실.

흔한 말로 다리라도 달린 양 사라졌다.

새로운 핸드폰 개통.

이곳 드나드는 분들에게 부탁 하나 드린다.

예전 번호로 누구인지 밝혀주시면서 문자 하나 넣어주시길.

이 기회에 인간 관계 끊어야겠다 맘 먹으시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고.^^

Posted by H군

MT

2006. 4. 21. 14:37


오늘부터 내일까지.

내일부터 화요일까지 오야지 상경.

Posted by H군

정리

2006. 4. 21. 09:33
세 권의 책의 표지문안과 한 권의 책 보도자료를 쓰기 위해 널린 원고들.
커피(그냥 인스턴트 커피 두 스푼에 물 가득)와 녹차(팩 녹차 두 개 넣고 물 가득)를
옆에 두고 꿀꺽꿀걱 마시며 일하는 시늉을 한다.


또 중요한 것이 목캔디 크랜베리과즙맛. 내 자리 오른편에는 이놈이 놓여 있어야 한다.

자리 왼편에는 일과 관련된 책과 사전으로 위장하여
내가 볼 책(오노 후유미의 <시귀>1,2,3권, 카슨 매커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 <원더풀 아메리카> 등)과
다 본 책(바닥의 박스에 쑤셔넣는다)으로 쌓여 있다.

모니터 건너편에 무참하게 꽂힌 파일들, 작업 도서들...

이렇듯 내가 일하는 환경조차 이렇게 방치되고 정리정돈이 안 되어 있다.

어느 때인가, 방치된 것이 썪어 곰팡이 피어 추한 내를 풍기면 버리고 정리하겠지.

그리고 닦아내겠지, 인공의 락스향일지언정 풍기면서.



Posted by H군

개장

2006. 4. 20. 08:24
코캐인이 성대 시절을 마감하고 홍대로 이전한다.

성대 있을 때도 자주 찾아가질 못했는데

홍대는 어떠할까.

어떤 이들은 좋아라 다니는 홍대지만 내게는 지긋한 동네.

그런 곳에 덕분에 갈만한 곳이 생겨나는구나.





오픈 : 2006년 4월 22일 토요일 저녁 6시
위치 : 홍대입구 전철역 6번 출구에서 3분 거리
문의 : http://www.cocaine.co.kr
        02.3673.5341
Posted by H군

간증

2006. 4. 19. 17:41

방금 전 출간을 문의하는 이와의 통화

"저희 딸이 이번에 하버드에 들어갔는데요."

(음. 하버드 입학기라, 공부법에 관한 책이 될 수 있겠네.

<나나 너나 할 수 있다>나 <쌍둥이 하버드를 쏘다>처럼.)

"그걸 지켜본 우리 집사람이 말이죠..."

(아, 하버드에 딸을 보낸 어머니의 교육법?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우리 딸이 하버드에 들어가기까지 주님의 돌봐주심에 대한

신앙간증기를 출간하고 싶은데요"

"..."

(애초 공부법 따위로 뭔가 건져보겠다는 나라는 인간의 천박함이 경망스럽고 경멸스러우나)

불가지론과 무신론자과 냉담자 사이에서 서성이는 나로서

오래된 지론 중 하나,

딸과 기도는 골방에서.


Bach_Partita No. 6 in E minor BWV 830
Glenn Gould_piano(1957)


*바흐를 진정 이해하기 위해선 신앙심은 필수불가결한 것일까.
굴드에게는 그것이 있었을까.
모를일이다

.

Posted by H군

냉면2

2006. 4. 19. 10:49


붐붐의 냉면에 대한 소고 포스트에 트랙백


지난 주말, 드디어 우래옥에 가다.

라커스 형의 찬사("평양냉면 사대천왕 중 아마 최고라고 할 수 있을게다")와

붐붐과 솜이불 커플의 투정("국물이 느끼해") 사이에서 당연히 라커스 형의 말에

신뢰를 두고 형과 함께 찾아간 우래옥.

<한국 최고의 가게>(흐름출판)라는 책을 보면 우래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우래옥을 찾는 미식가, 특히 냉면 예찬론자들은
'인이 박인다'는 말을 입에 올린다.
우래옥의 냉면 맛에 길들여져 다른 집 것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
우래옥의 육수는 순수한 고깃국물이다. ]
한우의 엉덩이살과 다리 안쪽살을 네다섯 시간 푹 곤다.
(...)
우래옥의 냉면 값은은 호텔을 제외하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
최상의 재료로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김전무의 말이다.


우래옥의 냉면 맛은 다른 곳과 애초 종류가 다르다.

우선 대접을 들어 국물 맛을 진하게 느끼고 난 뒤,

면발을 후루룩 넘기며 면발 사이사이에 밴 국물 맛을 살포시 다시 느끼고

입에 진하다 싶으면 냉면 고명으로 얹어진 김치를 베어 물면

다시 국물 맛이 그리워 대접을 들어 들이키는 과정의 무한 반복...

을밀대는 을밀대 대로 존재하는 또다른 종류의 맛이고

우래옥 역시 우래옥 대로 차원이 다른 종류의 맛을 선사한다.




Posted by H군

요령

2006. 4. 18. 11:40



어떤 만화에서 봤던가.

여튼 그 만화에 참으로 직장인으로서 새겨들을 명구가 나오는데 거칠게 인용하자면

몸이 아픈 날, 회사 결근해서는안 된다. 그런 날일수록 기를 쓰고 출근하여

모두의 동정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 낫다.

결근은 몸이 쌩쌩한 날에 해야 한다. 그래야 맘껏 놀 수 있다

직장인이 아닌 시절, 이걸 보고 무릎을 치며 탄복을 했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절감하고 있다.

어제도 회사사람들이랑 술 마시고 끝나 혼자 더 마시러 갔는데

그런 날일수록 다음날 평소처럼 출근해야 한다.

일도 못하는 주제에, 술꾼이라고 찍혀 있는 마당,

술 많이 마시고 지각하는 건 치명적인 뻘짓.

술 잘 마시고 일찍 출근하고 청소 시간에 빠릿빠릿 움직인다 말고는

별 장점 없다는 들통나고 있는 요즘, 갈수록 요령으로만 버텨간다.


Bartok_Music for Strings, Percussion and Celesta SZ 106
Fritz Reiner_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사진은 지난 1월 찍었던 내 자리 풍경)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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