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2006. 5. 16. 16:05


몇 달 전에  회사에 수맥을 보는 분이 온 적이 있다.

온 김에 회사 자리자리를 엘 로드(L자 모양의 수맥 찾는 침)로 봐줬는데

내 자리에 오더니 혀를 쯧쯧 차며 내 목덜미를 쓸어 올리고 그러더니만

회사에서 가장 수맥이 안 좋은 자리란다.

그래서 두통도 올거고 열이 뒷덜미로 차오를거라고.

이후 농담꺼리로 자리가 나빠서 일이 안 되다니 뭐니 했는데

사실 얼마 전부터 두통으로 꽤 고생하고 있다.

두통이야 이전부터 때때로 왔던 것인데 예전 두통이 정수리쪽으로

찌릿찌릿한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면

요새 고통은 멀미 같은 고통이다.

코끼리 코하고 열바퀴 돌고 난 뒤의 정신처럼 어질어질한 기운에

속도 메슥거려 자꾸 울렁거린다.

실제로 버스 타고 책 읽든 뭘하든 전혀 상관은 없는데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이런 현상이 오니 골치 아플 수밖에.

하여 달마도가 수맥차단에 효과가 있다라는 풍문을 듣고

인터넷에서 파일을 찾아 디자인실에서 정밀한 수정과정(?)을 거치고 난 뒤

한지에 프린트하여 책상 안쪽에 붙여놨다.

제발이지 두통이여 안녕~


Posted by H군

비수

2006. 5. 12. 18:35

#1
최근 필카가 생겨 회사 엠티 가서도 찍어보고 전주 놀러갔을 때도 몇 장 담았다.

회사 사람들 찍은 사진이 있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누가 한마디 한다.

"아무개 씨는 정물사진은 좋은데 인물 사진은 별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나봐."


#2
허영만 선생의 <사랑해> 표지를 준비하며 제목 타이포 때문에

회사 사람들한테 각자 '사랑해'라고 5개씩 써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나름껏 써서 넘겨줬더니 하는 말.

"아무개 씨 글씨는 정말 사랑을 안 하는 사람이 쓴 글씨다."

Posted by H군

목록2

2006. 5. 11. 14:26

사놓고 전혀 안 읽느냐, 그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올 1월부터 읽고 알라딘 서재 에 리뷰 올린 책들


최후의 템플기사단 1, 2(레이먼드 커리, 김영사)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서민, 다밋)

음악의 유혹(마커스 윅스, 예담)

프랑스적인 삶(장폴 뒤보아, 밝은세상)

13계단(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밤 그리고 두려움 1, 2(코넬 울리치, 시공사)

벚꽃치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우타노 쇼고, 한스미디어)

빗나간 내 인생(주세페 쿨리키아, 낭기열라)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에두아르도 멘도사, 북스페인)

처음 온 손님(데이비드 조페티, 문학과지성사)

다잉 인사이드(로버트 실버버그, 책세상)

벚꽃동산(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열린책들)

캘리포니아 걸(T. 제퍼슨 파커, 영림카디널)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미식 특강(카리야 테츠, 창해)

리흐테르(브뤼노 몽생종, 정원출판사)

스트로보(심포 유이치, 민서각)

에코토이, 지구를 말하다(리오넬 오귀스트 외, 효영출판)

쓸쓸함의 주파수(오츠 이치, 지식여행)

이름 뒤에 숨은 사랑(줌파 라히리, 마음산책)

스피드(가네시로 가즈키, 북폴리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열린책들)

브로크백 마운틴(애니 프루, 미디어2.0)

본 콜렉터 1, 2(제프리 디버, 노블하우스)

떠남(앨리스 먼로, 따뜻한 손)

그와의 짧은 동거(장경섭, 길찾기)

인 콜드 블러드(트루먼 카포티, 시공사)

키친 컨피덴셜(앤서니 보뎅, 문예당)

아름다운 아이(이시다 이라, 작가정신)

우리는 왜 달리는가(벤르트 하인리히, 이끼북스)

삼월은 붉은 구렁을(온다 리쿠, 북폴리오)

노란 눈의 물고기(사토 다카코, 뜨인돌)

코핀 댄서 1, 2(제프리 디버, 노블하우스)

클라이머즈 하이 1, 2(요코야마 히데오, 함께)

무게(재닛 윈터슨, 문학동네)

뮌헨 1972(아론 J. 클라인, 황금부엉이)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소녀(다이 시지에, 현대문학)

라스 만차스 통신(히라야마 미즈호, 스튜디오본프리)

도쿄 기담집(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유리 망치(기시 유스케, 영림카디널)


그리고 읽고 알라딘 서재에 부기하지 않은 책들.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엄흥길, 이레)

산악인 박영석의 끝없는 도전(박영석, 김영사)

레몬(히가시노 게이고, 노블하우스)

여자로 태어나 대기업에서 별따기(이택금, 김영사)

사립학교 아이들(커티스 시튼펠트, 김영사)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정호승, 비채)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김선우, 창작과비평사)

도화 아래 잠들다(김선우, 창작과비평사)

자명한 산책(황인숙, 문학과지성사)

그래서 당신(김용택, 문학동네)



압도적으로 많은 소설, 그중에서도 장르 소설들. 가끔 논픽션을 섞고

올해 들어 드물게 시집도 4권 읽었다.

이번주 포함해서 20주 정도 되는 사이 50여 권 읽었으니 일주일에 2권씩은 읽은 셈.

물론 1주일에 한 권도 못 읽고 지나가는 주도 있지만 시간 되면 주말에 몰아 읽어

이 정도의 평균치가 가능.

물론 만화책과 잡지들, 업무적으로 읽는 추가적인 책들을 포함하면 더 늘겠지만

여튼 일주일에 2권이라는 페이스는 나름 열심히 유지 중이다.

Posted by H군

목록

2006. 5. 10. 16:44

콩양의 "화난콩의 독서일기"에 트랙백.

올해 사놓고 회사 책상과 책장 여기저기에 쑤셔놓고 쌓아놓고 안 읽은 책들.

한국 논쟁 100(강준만, 인물과사상사)
가짜 경감 듀(피터 러브제이, 동서문화사)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존 버거, 열화당)
마술사가 너무 많다(랜달 개릿, 행복한 책읽기)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카슨 매컬러스, 문학세계사)
변화의 땅(로저 젤라즈니, 너머)
시귀 1, 2, 3(오노 후유미, 들녘)
우주만화(이탈로 칼비노, 열린책들)
룰루의 사랑(알무데나 그란데스, 이룸)
소년, 세상을 만나다(시게마츠 키요시, 양철북)
이 시대의 사랑(최승자, 문학과지성사)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 1969~2000(미시마 유키오 외, 새물결)
원더풀 아메리카(F. L. 알렌, 앨프)
스코르타의 태양(로랑 고데, 문학세계사)
그래도 널 사랑해(교코 모리, 노블마인)
디지로그(이어령, 생각의 나무)
모국어의 속살(고종석, 마음산책)
시비스킷(로라 힐렌브랜드, 바이오프레스)



이래놓고 어제 책을 다시 주문하여 오늘 받은 책들

반도에서 나가라 상, 하(무라카미 류, 스튜디오본프리)
스킵(기타무라 가오루, 황매)
파르티타(로제 그르니에, 현대문학)
음모자들(샨샤, 현대문학)


주문하고 아직 안 온 책들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에드워 사이덴스티커, 씨앗을 뿌리는 사람)
벨칸토 1, 2 (앤 패챗, 민음in)
これだけは, 村上さんに言っておこう(무라카미 하루키, 아사히신문사)
そうだ、村上さんに聞いてみよう(무라카미 하루키, 아사히신문사)


근데 다시 장바구니와 보관함에는 책들이 남아 있다...

올 한 해, 인터넷 서점에서만 쓴 돈이 약 60만 원.

승진해서 월급 오르면 Dslr을 사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월급도 안 오르고 지출은 여전, 아니 더하다.

그나마 빚은 어제로 다 갚았지만.

Posted by H군

자위

2006. 5. 9. 10:29

나쁘지 않다.

2주간 고생시켰던 원고도 거의 다 끝나간다.

보도자료도 끝내고 별 무리없이 통과됐고, 표지도 저자에게 컨펌 받았다.

책만 제때 나오면 된다.


나쁘지 않다.

5월 1일부로 인사발령난다고 했다가 월례회의 때 사장이 아무런 말도 없이 지나갔고

그러고는 출장가버려 없던 일이 됐나 싶었는데 어제부로 공지됐다.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밑에 팀원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일은 강도와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몇 달 전의 수습 신세보다 낫다.


나쁘지 않다.

일요일 동생과 목욕 갔다가 옆에 있는 헬스장을 충동적으로 끊고

어제부터 운동을 시작하다.

기껏 40분 정도 걷기만 하는 거지만 그래도 술 담배에 찌든 몸에

뭐 하나라도 숨통을 틔워줬다는 느낌.

오늘로 이틀째.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난다는 게 조금 힘들긴 해도 견딜만은 하다.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살고 있다.


Bach_Matthaeus Passion_Erbarme Dich, Mein Gott
alto soprano_Julia Hamari





Posted by H군

계획

2006. 5. 6. 12:40
오늘과 내일 사이 <라스트데이즈>나 <내곁에 있어줘>를 보고

홍대에 들러 만화책을 잔뜩 사자.

'Nowhereman' 가사도 다 외우자.

그리고 보도자료를 다  쓰자

(그러나 비오는 휴일 회사에 나와 보도자료를 써보려 용쓰지만

"그리고"를 "또한"이라고 바꾸고는 한 줄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Nowhereman_Beatles




Posted by H군

인용

2006. 5. 3. 15:09
얼마 전 포스트에도 썼지만 최근 작업하고 있는 것이 김용택 선생의 책.

김용택 선생이 자신의 모교인 덕치초등학교에서 2학년 아이들과 지낸

1년(2004년 2학기~2005년 1학기)의 일기를 묶은 책.

스승의 날에 맞춰 그 직전에 책을 뽑기 위해 아주 급하게 진행 중이라

안 하던 야근까지 하면서 괜히 투덜대고는 있지만

원고가 너무 재밌어서 작업하며 읽다가 몇 번이고 미소 짓는다.

여태 작업한 책 중, 예전 회사에서 만들었던 책과 바람난 여자 이후

가장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다음은 원고 중의 몇 대목.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오줌을 누면 어쩐지 정답다. 오늘은 우연히 용민이하고 오줌을 누었다. 변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참 파랗다. 용민이 고추를 슬쩍 넘겨다보려고 하니까 용민이가 몸을 휙 트는 바람에 오줌이 변소 들어오는 복도 쪽으로 나가버렸다. 복도를 지나가는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다은이가 내 곁에서 나란히 걸으며 내 손을 잡는다. 작은 손이 따스하다. 구름 속에서 나온 햇살이 좋아 현관 밖으로 나오자 다은이도 따라 나온다.

“선생님 어디 가요?”

“으응, 햇빛 보러.”

다은이도 따라 나와 나랑 나란히 햇볕 앞에 섰다.

“아! 햇살이 참 좋다.”

다은이가 감탄하며 하얀 운동장을 바라본다. 나와 나란히 서 있는 다은이를 보며 말했다.

“다은아.”

“예.”

“나는 다은이가 좋아.”

그랬더니. 다은이도 그런다.

“나도 선생님이 좋아요.”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모습을 둘이 오래 보고 서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좋을 때가 있다.




국어 시간이다. 이순신 장군이 죽어가면서 외친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를 실감나게 연기하는 시간이다. 한빈이가 이순신 역이고 다은이가 병사 역을 맡았다.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부하가 “장군님!” 하며 안타까워한다. 한빈이 왈 “내 죽음을 ‘말’리지 마라.”

아이들이 책상을 치며 웃었다.




오늘도 00이와 00가 일기를 써오지 않았다. 불러놓고 왜 일기를 쓰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문제를 내기로 했다.

*문제-왜 나는 일기를 써오지 않았나? 맞는 번호를 말해보아라.

1. 똥배짱으로

2. 선생님이 혹 일기 검사를 안 하고 지나갈 수도 있으니까

3. ‘혼내면 혼나고 말지 뭐’ 하는 심정으로

4. 일기를 쓰지 않은 걸 알고도 그냥 용서할 수도 있으니까

00와 00이는 똑같이 다 죽어가는 소리로 “2번이요” 그런다. 우리 모두 다 크게 웃었다.




“희창아, 어디 갔다 왔어?”

“동네 한 바퀴 돌았어요.”

“혼자?”

“네.”

“왜?”

“그냥요.”

“그냥?”

“네.”

“아무도 없어?”

“네.”

강 건너 산마루에 걸려 있던 햇살도 넘어갔다. 찬바람이 분다. 운동장이 너무 커 보인다. 나는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희창이가 땅바닥에 금을 긋고 있는 것을 보며 말을 건다.

“희창아, 지금 혼자 뭐해?”

“그냥요.”

“그냥 뭐 허냐고?”

“그냥요.”

“그냥 뭐 허냐고?”

희창이는 고개도 들지 않고 자꾸 운동장에 이리저리 금을 긋고 있다.

“희창아, 나 간다.”

“네, 안녕히 가세요.”

운동장이 너무 커서 자꾸 슬프다. 해가 넘어가버린 추운 운동장이 너무 넓어서, 놀 사람이 없어서 땅하고 막대기하고 노는 희창이가 너무 심심해 보여서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희창이가 땅에 그은 선들이 훌륭한 그림이리라. 훌륭한 친구고, 아름다운 이야기고, 빛나는 말이리라.

해가 지는 장엄한 자연 속에 희창이는 홀로 있었다. 겨울바람, 나무, 하늘, 물소리, 흙, 나무막대기, 검게 일어서는 산, 어둔 하늘 별빛 아래 희창이는 있다.




<희창이의 일기>

오늘 두무 마을을 돌았다. 잠바를 입지 않아서 춥기도 했다. 난 나무막대기도 가져갔다. 학교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오자 물이 얼어버린 데로 내려가서 이상한 것을 주웠다. 난 그걸 옆에 좀 떨어져 있던 물이 많은 곳에 던졌다. 난 그걸 막대기로 가져와서 다시 던져 물고기를 놀라게 했다. 난 거기에 모래와 돌을 던지고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무서운 개들이 있어서 학교로 갔다.

난 막대기로 내 이름을 크게 썼다. 하지만 너무 크게 써서 “강”밖에 쓰지 않았다. 다시 내 이름을 썼는데, 이번에는 작게 썼다. 내가 “희”인가 “창”인가를 쓸 때 선생님이 날 부르셨다. 난 운동장에 선하고 동그라미를 그렸다.




<다은이의 일기>

오늘은 성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최상현 오빠가 또 우리 선생님보고 용택이라고 했다. 내가 선생님 별명 부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자꾸 용택이라고 했다. 나는 화만 냈다. 난 우리 선생님 별명 부르는 건 딱 질색이다. 난 자꾸 분하고 화가 났다. 난 정말 최상현 오빠가 싫다. 최상현 오빠는 싸움대장이다. 내가 장난으로 한 대 치면, 세게 머리를 때린다. 난 아무도 우리 선생님 별명을 부르는 게 싫다. 듣고만 있어도 정말정말 화가 난다. 난 우리 선생님 별명을 부르는 사람은 용서 안 하고 내가 선생님 대신 반은 죽여놓을 것이다.


Posted by H군

형해

2006. 5. 2. 13:49

얼마 전 하얗게 꽃망울을 틔었던 사과꽃(이란다. 열매는 열리지 않는다고)이

어느샌가 꽃잎을 떨구기 시작하여 눈처럼 꽃잎이 흩날린다.

회사 마당에 꽃잎의 사체가 희부연히 펼쳐졌다.







Posted by H군

부부

2006. 5. 1. 16:51

지난 주말, 전주에 출장을 빙자한 맛집 기행, 또는 맛집 기행에 덤으로 출장을 다녀오다.

오원집의 양념돼지구이, 전일집의 북어와 계란말이, 투가리와 풍전의 콩나물 국밥,

오시롱감시롱의 떡볶이와 순대, 용진집의 삼합 등에 대해선 다음에 말하자.

이번 전주행의 핑계이자 덤은 김용택 선생 뵙기.

갑작스레 원고가 넘어와 급하게 진행하고 있어 목요일 저녁에 재교지를 선생께 파일로

넘겨서 전주 가서 받기로. 그리고 선생 사진도 몇 컷 건질 겸 해서 약속을 잡다.

토요일 저녁 선생 자택으로 찾아 뵙다. 선생은 늦은 저녁을 챙겨먹고 있고

사모는 전을 하나 부쳐주며 캔맥주 하나를 챙겨준다.

아, 저 이가 김용택 선생의 아내되시는 분이구나.

선생의 원고를 읽으며 드러나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연모에 많이 궁금했다,

과연 어떤 분일까 하고.

그리고 선생이 최근 펴낸 시집 <그래서 당신> 실린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이란

사랑 노래를  회사에 읽고 마음이 너무 먹먹하여 한동안 일이 안 잡혔음을

선생과 사모에게 고백했다.

참 보기 좋았다.

사진을 좀 찍겠다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부인이 내 뒤에 서더니

선생을 웃겨주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선생이 방긋 미소를 짓자 "당신은 나만 보면 그렇게 웃음이 나와요?"하고

애정 넘치는 지청구를 날린다.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눈물이 나올 것처럼 좋았다.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리며 햇살을 쏟아냅니다 눈이 부시네요 길가에 있는 작은 공원 낡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대를 기다립니다 어디에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지요 차들이 지나갑니다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늘 보던 풍경이 때로 낯설 때가 있지요 세상이 새로 보이면 사랑이지요 어디만큼 오고 있을 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대가 오는 그 길에 찔레꽃은 하얗게 피어있는지요 스치는 풍경 속에 내 얼굴도 지나가는지요 참 한가합니다 한가해서, 한가한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네요 그대를 기다립니다 이렇게 낡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대를 생각하다가 나는, 무슨 생각이 났었는지, 혼자 웃기도 하고, 혼자 웃는 것이 우스워서 또 웃다가, 어디에선지 불쑥 또다른 생각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생각을 이을 필요도 없이 나는 좋습니다 이을 생각을 버리는 일이 희망을 버리는 일만큼이나 평화로울 때가 있습니다. 다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립니다 그대를 기다립니다 어디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살아온 날들이 지나갑니다 아! 산다는 것, 사는 일이 참 꿈만 같지요 살아오는 동안 당신은 늘 내 편이었습니다 내가 내 편이 아닐 때에도 당신은 내 편이었지요 어디만큼 오셨는지요 차창 너머로 부는 바람결이 그대 볼을 스치는지요 산과 들, 그대가 보고 올 산과 들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갑니다 기다릴 사람이 있는 이들이거나, 기다리는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살아오면서 당신는 늘 내 편이었지요 어디에서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는데, 이제 어디에서 기다려도 그대가 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도 세상도 저기 가는 저 수많은 차와 사람들도 내가 사는 세상입니다 사랑은 어디에서든 옵니다 길가 낡은 의자에 앉아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이렇게 색다른 사랑이 올 줄을 몰랐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Posted by H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8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2006/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