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SENET: Meditation - from Thais
Josef Hassid_violin
Gerald Moore_piano


라디오에서 이 음악이 나오니(라디오에서는 안네 조비 무터의 바이올린에, 레바인이 지휘하는 빈필의 협연)

이 익숙한 멜로디에 은근히 나른해진다.

알고 보면 '타이스'라는 오페라는 수도사가 타이스라는 무희를 개종시키려다가

타이스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겪는 고뇌와 타락을 그린 내용.

그러니 나른함과는 그닥 관계가 있을 성 싶지 않지만

귀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본디 텍스트와 의도치않게 소비된다.

그러고 보면 익숙함이란, 굳이 가치판단을 배제하면, 꽤나 유용하다.

그러니 해묵은 기억이나 상처따위들도 익숙해지면,

본래의 정황은 지워지고 변형되어, 멋대로 현재에 유용하게 기능하는 게 아닐까.

밀어내기 하려다 말이 길어졌다.

그나저나 날 디게 좋네.










Posted by H군
월요일 주간 회의를 하며 무심코 달력을 쳐다보니 엇, 어느새 이월이 사흘밖에 안 남았구나,

정신없이 일하며 이월을 지내고 보니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구나, 라고 말하면 거짓말.

지난주 월요일 쉬면서 일주일이 빨리 지나가기에, 다음주는 삼일절이 있어 또 일주일 설렁 지나가겠구나,

라고 술 먹으며 시시덕댔었으니.

그래도 어느 틈엔가 총총총 날렵한 발걸음으로 스르륵 이월이 지나간 느낌.

봄이 오니 실없이 싱숭생숭거리기엔 너무 구질해졌지만, 그래도 괜히 몸을 채쳐 기지개라도 켜고 싶어진다.

그러다 심장의 낡은 혈관이 간만에 펌푸질 할지도.



Posted by H군

"사내와 계집은 말이야, 붙어 있다 보면 품성까지 닮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사귀는 상대를 잘 골라야 해."

"인간이란 누구나 상대가 제일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하는 주둥이를 갖고 있지.
아무리 바보라도 듣기 싫은 소리는 아주 정확하게 한다니까."

-미야베 미유키, <누군가>(북스피어, 2007) 389쪽







"난 내가 결함투성이 인간이라는 걸알아.
게다가 그걸 고칠 생각도 없는 이기적인 녀석이라는 것도.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애정 비슷한 걸 상대방한테 갖고 있다면,
무의식중에 멀어지려고 할지도 몰라."

-온다 리쿠, <흑과 다의 환상 하>(북폴리오, 2006), 207쪽

Posted by H군

触れるな

2007. 2. 20. 21:59
내 낯짝을 본 이라면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나라는 인간은 화내는 데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아니, 거의 젬병이다. 화를 내는 것이 적절하고 심지어 바른 순간에도 헤~하고 바보같이 웃음 짓거나

그냥 고개 숙이고 말문을 닫아버리는 인간이, 나다.

그런 면이 때로는 외모에 상대하여, 실제보다 훨씬 더 '사람 좋은 인간'으로 인상 짓게 기능할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역시 '기능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페르소나가 그리 힘들지 않다.

그런데, 가끔은 그 '사람 좋은 인간' 노릇하기가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예컨대 오늘 같은 날.

그러나 역시 소심한 A형, 처녀자리 인간인 나는 전혀 화를 내지 못한 채, 심지어 사과까지 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메신저 메모에 기껏 이렇게 써놓는다.

그러니 제발.









Posted by H군

흉통

2007. 2. 20. 11:59

가슴이 아프다.

대체 무슨 마음의 상처가 도져 내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걸까... 하고 생각해봤더니

설날 저녁 사촌동생, 조카들과 술을 마시는데 군에서 휴가 나온 애와 이제 곧 장교로 입대할 애들이

힘자랑을 하며 근육이 어떻고 주먹은 어떻고 하는 시덥잖은 소리를 하길래

그럼 삼십대인 나와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인정해주마며 취기에 헛소리를 내뱉았다고

걔네들과 팔씨름  하느라 용을 썼더니 이렇게 가슴이 아픈 게다. 흑.

그래도 이십대 초반의 사촌동생들은 가뿐하게 진압을 해주어 의기양양...하다가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하는 조카에게 단방에 넘어가버렸다. 흑.



*올 설의 목표였던 세뱃돈 받아내기는 우연한 기회로 성공하여 2만원을 받다.

그러나 사촌동생들에게 술 사준다고 호기 부렸다가 10만원 제출. 흑.








Posted by H군

구정

2007. 2. 16. 11:16
연휴로서의 가치도 대폭 차감된, 토일이 겹친 구정 연휴.

그러나 추석, 구정 때는 제주도에 내려가야 하고, 어차피 지내는 거면 짧은 게 낫다.

그래서 이제 곧 공항으로.

이번 설의 목표는 애들이 세뱃돈 받는 틈에 슬쩍 세뱃돈 한번 받는 것과 꿋꿋하게 세뱃돈 안 주고 버티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osted by H군

밤과 꿈

2007. 2. 13. 07:37

예전에 네이버인지 이글루스인지 여튼 어느 블로그에도 올린 적 있는

슈베르트의 밤과 꿈.

노래하는 이 역시, 지난번에 올렸던 디트리히 피셔, 그리고 피아노는 제랄드 무어.

그림은 클림트의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슈베르트>.

결론은 밀어내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CHUBERT: Nacht und Träume D. 827
Dietrich Fischer-Dieskau_baritone
Gerald Moore_piano



Posted by H군

mogiiii said의 삼성제품 사지 말자 포스트에 트랙백.

시사모 홈페이지가 어제부터 북적인다.

자유게시판에 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응원의 메시지로 넘쳐난다.

이유인즉, 어제 PD수첩에서 방영한 <삼성공화국, 언론은 침묵하라>라는 방송 때문에.

이 들끓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다행하다.

그간 설핏 들었던 당신이라면 이 방송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










방송을 다 봤으면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내 생각은 이렇다.

우선 시사모 홈페이지에 가서 적당히 골라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몇 가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리고, 그렇다면?

하나의 제스츄어든,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든, 오래 지속해갈 신조이든 간에

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삼성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려운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의 행동 없이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금창태가 개새끼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곳이 삼성공화국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H군

3월 말에 2권이 동시 출간되며  런칭될 일본소설 시리즈 중 한 작품에 대한 각종 독자평들.
번역이 안 끝나 나 역시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런 서평만 봐도 꽤나 재밌을 것 같다, 라고 낚시질
(이라고 하면서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한 이런 서평을 모으고 대충 번역하는 것이 업무의 태반).

출처는 아마존재팬과 BK1에서.



절로 미소짓게 만들며 마음이 따스해지는 귀여운 연작 소설집.
읽고 나면 푹신푹신, 푸근푸근, 몽실몽실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그런 소파에서 푹 늘어져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새끼 고양이가 떠오른다.


일상 속의 사소한 행복을 사랑하게 만들면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과 이야기.


이것야말로 세* 마**의 제맛이 아닐까.
어깨 결리는 일없이 기분 좋게 읽히면서 상쾌함까지.
속편이 나왔으면좋겠다.


왜 루이스가 얄밉지 않는 걸까.
이렇게 자기 멋대로인 캐릭터가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것만으로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기 쉬운 것일까.
잘 읽어보면 루이스가 조금씩 성장해간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 운마저 좋아지는 듯한 기분!
이 책을 읽고 잠들면 기분 좋은 꿈을 꿀 것만 같다.


“힘내”라는 말, 정말 싫어하는 말이다. 듣기도 싫거니와 하기도 싫다.
“힘내”라는 말을 듣게 되면 “안 그래도 있는 힘껏 힘내고 있단 말이야, 바보!”라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대꾸할 정도다. 그렇지만 세* 마**의 <**의 소유자>에서의 “힘내”는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호호호 웃음이 새어났다.
안 좋아하던 말에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어쩌면 처음 일어난 일인 듯.
태어난 이래 첫 느낌, 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호들갑떠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꽤나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말은 바뀌지 않는다. 때로는 무책임할 정도로 변화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것이다. 완고한 나일지라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 OL(Office Lady)인 점성술사.
강력한 행운을 소유한 연인을 얻고, 장사도 그럭저럭 번창 중.
사소한 불만은 조금 있을지라도,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녀에 대한 평판이 널리 알려지며 차례차례 찾아드는 사람들.
그녀는 사람들의 고민에 시달려가며, 그곳에서 잠시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살펴보며,
마이 페이스로 앞으로 나아간다. 적당히 때워가던 점도, 어느 샌가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다루게 되고,
애인에 대해서는 이미 진지함을 넘어서, 끈적끈적한 집착마저 보이고 있다.
실로 바쁜 나날이다. 완전 바쁜 게다. 그렇지만 어떻게 말하자면, 그 흘러가는 시간은 평화롭다.
그것이 왠지 묘하면서도 템포 있게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점에 대해선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 흥미를 갖는 건, 대개 연애를 하고 있을 때뿐이라서,
편하게 서서 잡지를 들춰볼 때나, 헤~하는 정도.
생년월일이나 성명학에 이르면 두 손 들어버린다.
그야말로 자신의 숨겨진 참담함을 드러내, 자각당하는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런데도 가끔은 신경 쓰게 되는, 별의 순환이라든가, 점 따위에, 인생이 결정될쏘냐, 와 같은 마음이
내게는 꽤나 있다. 그 때문일까, 이 이야기 속 언어에 꽤나 흔들리고 만들었다.
이것이 '점에 의한 운명'을 믿는 사람이라면, 호호호 하며 미소를 짓게 만들 일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괜한 걱정을 한다.
각설, 초미의 ‘강운의 소유자’인 연인에 대해. 그는 특별히 멋있다거나,
또는 아주 성격이 좋다, 라고 할 그런 타입이 아니다.
오히려 수수한 편. 심지어 쓸모없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주인공과 연인의 관계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귄 지 2년이 되면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서로의 단점에 대해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아주 조금일지라도 살아가는 게 쉬워진다.”이라는 대목에서는,
호~하고 절로 감탄할 정도. 틀림없이, 어느 한 사람에게 얼마나 강운을 가지고 있다한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와 관계되어 함께 받쳐야만 그때서야 강운이 된다.
호호호 라고 웃는 것과 마찬가지다. 난 그런 느낌이 든다.


주인공은 전 OL로 지금은 꽤나 잘나가는 점성술사인 루이스 요시다.
공무원으로 평온한 연인, 미치히코와 동거 중. 점성술사로서의 일은 직감으로 때우며,
손님이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엄마랑 아빠 중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좋겠냐는 꼬마가 묻질 않나,
마음에 든 남자를 꼬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여고생이 몇 번이고 물어오질 않나,
종말을 알 수 있다라는 어시스턴트가 나타나질 않나...
수수께끼로 가득찬 점성술사로서의 일상이, 너무나 즐겁고,
그리고 늘상 흐뭇하게 그려진 유쾌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요소도 있고, 연애도 있고, 주인공의 성장도 있기에 틀림없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다.
그나저나 미치히코의 생활이 너무나 부럽다.
흑. 어쩜 그렇게 행복한 매일인지. 별의별 것들로 채워진 깜짝 요리,
두 사람의 데이트, 평상시 대화의 사랑스러움까지
오랜만에 공감되는 커플을 본 것 같다. 기분 좋은 작품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Posted by H군

다이어트

2007. 2. 5. 11:10
지난 토요일 두 달만에 제주에서 올라온 동생과 함께 목욕탕 갔다가

간만에 체중을 쟀는데, 지난 1월 1일 지난 시점으로 딱 한 달간 5kg 감소.

물론 -5kg라는 것이 지난 연말에 Y의 귀국을 포함하여 숱한 술자리로 인해

엄청나게 불어버린 몸무게가 포함되어 있기에 의미 둘 바는 아니지만

현재 몸무게는 인도 다녀오고 난 직후보다 조금은 덜 나가는 상태.

역시나 10년 전 몸무게를 생각하면 지금도 엄청나게 찐 건 변함없지만.

1월을 기점으로 살이 빠질 수 있는 여건을 생각하면 역시 회사 옮긴 것이 절대적이다.

우선 섭식에 있어서의 변화.

전 회사의 경우, 누구 생일이면 아침에 케익이나 떡을 돌리고,

손님 방문하면서 역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와 역시 그것도 배분이 되니

몇 점 집어먹게 된다. 거기에 오후되면 배고프다 하여 떡뽂이, 순대까지 사서 먹는 일이 종종.

그런데 여기와서는 그런 간식거리가 거의 전혀라고 할 정도로 없다.

그리고 달라진 점은 하나는 안정적인 운동시간의 확보.

전 회사에 있을 때는 일반적인 퇴근 시간이 8시 근방. 그러니 평일에 운동하러 가기가 만만찮다.

그런데 여기서는 별일 없으면 6시 반 정도면 퇴근이 가능. 술약속이 없는 날이면 운동할 수가 있다

(물론 술약속이 잦아서 문제다). 그래서 많으면 일주일에 너댓 번은 운동이 가능해진 것.



어쨌든 살이 빠졌다는 기쁜 마음에, 토요일 '김' '기' '식'이 낮부터 모여 하동관 곰탕에 소주 한 병을 까기 시작,

남자 셋이 모여 <천하장사 마돈나>를 DVD방에서 보고,

인사동 여자만에서 과메기에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다가, 트랜스 지방이 땡긴다는 '식'형의 말에

둘둘치킨에서 마늘과 후라이드 반반에 맥주를 마시고,

라커스 가서 또 맥주를 마시다가 혼자 남아 R형과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3시 넘어까지 들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귀가해버렸다.

이러니 말짱 도루묵이겠고나.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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