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나.
점심에 난생 처음 생태찌개(인사동 부산식당)를 먹으며, 감탄!
그러고 보면 남들 다 먹는 음식, 뒤늦게 먹은 게 제법된다.
우선 된장찌개 처음 먹은 건 90년대 후반.
이상하게 울 엄니는 된장찌개를 한 번도 안 해줬다.
당연히 청국장도 못 먹어보다가 재작년엔가 처음 먹었다. 안국역 별궁에서.
설렁탕은 대학교 입학하고 난 뒤.
밥에 깍두기 얹어먹는 맛을 이때 처음 알았다(용강동 마포옥 가고프다).
그리고 섬 출신 주제에 초밥 아니면 생선 거들떠도 안 보다가
몇 년 전부터 입에 대기 시작, 지금은 곧잘 먹는다.
예전에는 홍어와 과메기는 아마 평생 못 먹을 음식일거야 라고 했던 내가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변했으니.
맵고 뜨거운 것에 지금도 약한 편이긴 하지만 이제는 매운 거 곧잘 먹는다.
물론 홍초불닭류는 결코 다시 먹을 생각은 없지만
이제는 라면에 고추가루를 뿌릴 수도 있다-_-(너구리 매운맛은 여전히 두렵다)
별관심 없다가 새롭게 그 깊이를 깨달은 음식은, 평양냉면.
을밀대에서 시작하여 우래옥을 거친 지금, 한국음식 중 가장 오묘한 세계를 지닌 음식 같다.
과거에 좋아하다가 지금은 안 내키는 음식은 구운 고기들.
물론 육류를 여전히 잘 먹고 특히나 수육류(보쌈, 족발)는 좋아라 하지만
이제는 불판에 구운 삼겹살 같은 건 영 맛이 없다.
그나저나 나날이 좋아하고 꾸준히 먹어주는 건 역시 술인가.
어제 아마존에서 메일.
<The COOL! 小説新潮別冊 桐野夏生スペシャル>가 재고가 없으니 나머지 책만 보내겠다고.
주문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안 와, 구하느라 오래 걸리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없다니-_-
나머지 책은 모레 일본 가서 사면 되지, 그 비싼 배송료 물고 뭐하러 샀겠수.
물론 회사 돈으로 구입하는 거라 내 주머니 깨지는 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저 없다는 책, 아마존에 재고 있어 주문했다고 모 카페에 얘기해놨고
거기에 덩달아 주문해야겠다고 했던 이들도 있었는데...
이런 제길슨.
처녀자리
피곤하게 만들었던 문제나 일들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긴 하지만 제법 그 여파가 오래갈 수 있는 때다. 후폭풍이나 여진이 한차례 더 몰려올 수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 결론이 날 듯하면서도 쉽게 나지 않아 장기전이나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는 때다.
땜빵 포스트와 붐붐의 Rock이란 무엇인가? (라커스 판돌이 후기) 포스트에 트랙백
저녁에 가쓰동이 갑자기 땡기는데 지난주 종로에 새로 생긴 라멘집에서 가쓰동을 먹었다는 붐붐 말이 생각나 간 라멘만땅.
그런데 막상 갔더니 돈코쓰 라멘이 더 땡긴다. 차슈 토핑이 있길래 추가하고 주문.
그런데 웃기게도! 차슈만 먼저 달랑 나온다. 엣. 이게 차슈란 말인가요.
삼겹살 삶아 구워 대패 삼겹보다 살짝 두껍게 나온 이/것/이.
그리고 한참 후에 나온 라겐은, 면은 과하게 푹 익었고, 멋대로 마늘을 갈아넣어놨다.
무엇보다, 왜 돈코쓰 특유의 구리구리한 돼지뼈 냄새가 없단 말인가...라고 말해봐야 내 이상한 취향이지만.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결국은 다 먹고 저녁 라커스 땜빵.
두 사람부터 시작하여 여섯 명까지 불려간 한 테이블을 고정으로 두고
두세 테이블이 계속 유지되는 대체로 평온한 가게 분위기.
신청곡도 거의 없다.
에릭 크랩튼의 '라'일라, 베타 밴드의 Dry the Rain, 도어스의 Touch me, 데이빗 보위의 Starman 정도.
한번은 어느 언니가 메모지 세 장에 가득 적어와 틀어달라고 하는데
밴드 이름은 안 적혀 있고, 아는 노래는 딱 November rain 하나뿐.
가서 밴드 이름 좀 적어달라고 했더니, 전부다 건즈앤로지즈 곡이란다.-_-
앨범이 없다고 말하고(있어도 없어요라고는 안하고), 여기는 좀 오래된 락 음악을 틀어준다고 했더니
그 다음 가져온 곡은 그린데이의 Basketcase, 라디오헤드의 Creep과 No surprise, 그리고 모르는 밴드 하나.
No surprise 하나 틀어줬다.
잠잠한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수잔 올린의 <난초도둑>과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다 읽다.
11시 좀 지나 생일파티를 여는 한 팀과 양주를 마시는 커플이 들어와 결국 1시가 다 되어 문을 닫다.
한 달 넘도록 매주말 출근.
물론 나와서 무한도전이니 황금어장 다운 받아 보면서 교정지 흝어보거나 보도자료 쓰는 게 다지만.
어쨌든 화요일에 3권짜리 필름을 뽑아 넘겨야 하는데
토요일에 재교지를 조판자에게 받고 앉아 있다.-_-
다음주 토요일부터는 7박 8일간 출장.
그러고 나면 좀 한가해질려나.
여튼 7월에는 맘껏 놀아주겠어!....라고 해봐야 술이나 먹겠지만.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라면 어지간히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꼽자면 키즈 리턴, 소나티네,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그리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3년 전 여름, 이 영화를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고 다음과 같이 써놓았다.
침묵의 붓칠과 정적의 진동으로 소통하는 영화.느닷없는 상실과 플래쉬백, 조용히 오열하다.
Silent Love_Hisaishi J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