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근황

2007. 4. 30. 14:40

27일
오후 3시 비행기로 제주도에 가야 해서 정말 드물게 오전에 열심히 일하다.
나답지 않게 너무 열심히 해서 점심 전까지 마칠려고 했던 것이 10시 반에 끝나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역시 딴 일이 생긴다.
역시 열심히 일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얻고 공항행.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그대로 두기>를 다 읽고, 공항에서 대기하고,
제주도로 내려가는 동안 <리얼월드>를 읽다.
제사 준비를 거들다가 7시부터 집에서 추모예배.
다행히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딴방에 들어가 숨어 있다가 예배 끝날 때쯤 나오다.
평소대로라면 이때부터 술판이 길게 이어지는데 다들 컨디션이 별로인지 일찍 끝나다.
내가 지독하게 기침하고 있는 꼴을 보여줬더니 내게도 술을 권하지 않는다.


28일

오야지 모시고 인천의 7촌 조카 결혼식.
말이야 나한테 7촌뻘 조카라고 하지만 얼굴은 처음 봤다.
오야지는 자기가 지 아들 결혼도 안했는데 손자 결혼하는 꼴 봐야하냐며 연신 타박.
게다가 2살 위 사촌 형도 올해 10월에 결혼한다며 배신을 때리다.
점점 친척들 만나는 자리가 곤욕이 되어간다.
식이 끝나고 검단이라고 하는 왠지 세상의 끝 분위기가 나는 곳에 있는 6촌형 집에 가서 식사.
나름 손님 대접한다고 대게를 왕창 삶아왔지만, 내게는 그림의 떡.
혹시나 맛날까 싶어 좀 집어 먹어봤지만 역시 맛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함께 나온 백합탕은 꽤나 맛있다.
순전히 백합 삶은 국물에 소금으로만 간을 한 것인데, 역시 한꺼번에 많이 끓이니
재료의 맛이 듬뿍 담겨 있다.
그곳에서 다시 오야지와 누이 가족들과 함께 천안 누이 집으로.
천안 가서 맥주 한두 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밤새 기침하느라 자는둥 마는둥.


29일

금요일 쓸데없이 열심히 일을 해서 오후에 남긴 일을 하기 위해 회사로.
오전 10시에 천안에서 출발했는데 회사에 도착하니 12시 반.
그러고 보니 어제 결혼식 참석 하느라 정장차림이었는데
정장 입고 회사 출근하기는 처음. 그리고 마지막이어야 할게다.
저녁까지 일하다가 집에 들어와 맥주 한 캔 마시고 잠들다.
그러나 역시 새벽에 터지는 기침.
약이라도 사먹야겠다.




Posted by H군

럭키 걸

2007. 4. 26. 21: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 회사로 와서 내는 첫 책.
작년 여름부터 시리즈 기획에 참여하기 시작해서 한 발을 담갔다가
결국 이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자리까지 옮긴 시리즈의 첫 주자다.
월요일이면 손에 쥘 수 있고, 다음주 중이면 시중에 배포될 듯.
짧은 편집자 생활 기간 동안 그래도 제법의 책을 만들어왔지만
이 시리즈의 첫 책이 나온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유다르게 다가온다.

Posted by H군

??

2007. 4. 25. 17:42

알라딘을 보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존경하는 거장'이라는 롤링 광고가 뜨길래

뭔가 봤더니 다자이 오사무의 산문집이다.

바나나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키가 다자이 오사무를 존경해??

흠. 대체 어디서 근거한 얘기일까.

하루키가 어느 에세이에서인지 자기는 사소설 알레르기가 있다고 한 것 같은데,

다자이 오사무하면 또 사소설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이고.

<그래, 무라카미 씨에게 물어보자>라는 하루키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이 물어본 질문에 답을

모아 만든 책을 보면(지금 당장 옆에 하루키책이라곤 이거 하나뿐이라서)

"왜 일본의 소설이라 음악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하루키는, 동시대 일본 작가의 책은 잘 안 읽게 되지만, 그 대신에 옛날 작가는 곧잘 본다.

그러면서 예를 드는 작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나쓰메 소세키.

존경한다면 여기서 다자이 오사무의 이름도 나와줘야 하는 게 아닐까.


혹시 이 사정이나 내막을 아시는 분?

Posted by H군

밴쿠버

2007. 4. 24. 17:37

마님이 밴쿠버 공립 미술관 사진 올린 거 보고
2003년 11월 며칠간 뱅쿠버에서 지냈던 시간이 생각났다.
나이 먹고 처음 떠난 해외여행, 왠지 모를 두려움, 전혀 안 되는 영어,
한국에 있는 누군가에 대한 애틋함, 메꾸기 힘든 마냥 빈 시간들.
그때는 다음 여정지인 일본으로 어서 가고팠고, 일본 가서 더 즐겁게 지낸 거 같은데
환기되는 기억의 풍경은 밴쿠버가 더 강렬하다.
말이 전혀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느끼는 그 황량한 공기.
이제는 꽤나 그립다.

2년만 버티자.


012345678910

 

Posted by H군

당신의 진짜 나이는?


"당신의 몸과 마음, 라이프 스타일로 진단한 '메디컬 에이지'를 체크"할 수 있다는 테스트.

일어 사이트인데, 간단한 질문이라 번역기로 돌려도 크게 문제는 없을 듯.

나는 33.5세-_-

역시 매일의 술과 장기간 다량의 흡연이 문제.

그래도 액면가보다는 젊게 나온 거 아닌가? 라는 말씀은 자제 해주시죠.-_-


Posted by H군

연주자별로 구분해서 들을 줄 모르는 얕은 귀를 가진 내가,

그나마 나눠서 들어본 곡이 있다면 베토벤의 '열정'일까.

리흐테르, 박하우스, 길렐스, 켐프, 슈나벨, 굴다 이정도 들어보면서

아, 아무개의 연주는 이렇고 저렇고 할 깜냥은 전혀 없고 그냥 리흐테르가 제일 맘에 드는구나로 끝.

근데 오늘 우연히 백건우의 열정을 들었는데 순간 안구에 습기차는 감동이 밀려온다.

어차피 올 12월 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일주일 티켓은 포기했지만,

열정 연주하는 날은 꼭 가봐야겠다.






BEETHOVEN: Piano 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
KUN-WOO PAIK_
piano
Posted by H군

?

2007. 4. 19. 08:02

이번 버지니아에서 일어난 참사를 두고,

한국인인 게 부끄럽다 운운, 심지어 이제 미국 가기는 글렀네 운운하는 이들이 있더라.

미친 거 아녀?

Posted by H군
근조 포스트에 트랙백.

운동을 하고 여느 때처럼 라커스에 들러, 작정해뒀던 책을 펼쳐보고 있는데 전화가 오다.

받아보니, 런던에 가 있는 회사 대표.

급하게 검토해야 할 외서자료가 있는데 나에게 메일 보냈으니 아무개에게 포워딩해달라고.

맥주 한 병 더 마시고 투덜투덜대며 회사로.

(어차피 라커스에서 집에 가는 길에 회사를 지나가긴 하나...남들에게 내 동선은 너무 뻔하게 파악되어버렸다-_-)

메일 포워딩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나 살까 봤더니,

세상에나 하이트 프라임 500ml 캔이 그 편의점에 있는 것이다!

주머니를 털어 남아 있는 하이트프라임을 사재기.

생각해보면 작년 여름에 진작 단종시킨다는 맥주였으니 유통기한이 다소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그래서 지금 꿀꺽꿀걱.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다문다문 운동하는 이유는, 조금더 술을 잘 마시기 위한 방편인 듯.



Posted by H군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건 즐겁다.
원체 수다스러운 인간인지라, 특히 술자리에서 웃고 떠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혼자서 문자텍스트를 읽는 것, 역시 즐겁다.
굳이 그걸 '대화'라고까지 표현할 나위는 없지만, 역시 혼자할 수 있는 것 중
독서만큼 즐거운 것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처럼 말귀 못 알아들었다고 군소리 들을 일도 없고,
썰렁하다고 핀잔 먹을 일도 없으며, 술 취해 저지르는 뻘짓도 없다.
'책'과 그것을 읽는 '나'가 있고, 그 '책'은 '나'에게 온전히 전유된다.
괜한 수인사도, 호들갑스러운 맞장구도, 쌉쌀한 헛웃음도 필요없다.
그냥 내 멋대로 읽으면 그만.

그런데, 최근 어떤 소설과 관련한 독자 문의를 받으며, 멋대로 읽는다는 게
다소 아슬아슬한 데가 있다는 걸 새삼 절감.
한 번은 이 소설의 번역이 잘못된 게 아니냐며 전화가 왔다.
어째서 처음에는 '나'로 시작하더니 갑자기 '그'가 나오냐는 거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다가 계속 말을 듣다보니 이 독자는 소설이 어떻게
1인칭 시점에서 기술되다가, 3인칭 시점으로 바뀔 수 있냐는 거다.
이 소설이 '나'에 의해 기술되는 부분과, 3인칭으로 기술되는 부분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그걸 전혀 납득을 못하는 것이다.
번역 잘못된 것이 아니니, 읽다보면 그 방식을 이해하시게 될 거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또 한 번은 메일로 문의가 왔다.
읽으면서 나오는 오타를 나올 때마다 계속 보내오더니(이건 부끄럽지만 고맙기도 하다)
다소 황당한 오타 지적을 해왔다.
부인이 자기 남편에게 어떤 부탁을 하였고, 남편은 이에 충실히 따르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면서 작가는 남편을 '늙은 하인'이라고 은유하는데 이 독자는 그걸 전혀 이해 못하는 게다.
집안에 하인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늙은 하인이 나오냐고 지적을 한다.
이러저러해서 저자가 쓴 은유라고 답을 해도 통 납득을 못하겠다고 메일이 왔고
원서에 명백히 그렇게 나와 있다고 다시 메일을 보내자 그제서야 잠잠.

(재수없는) 이인화의 첫 소설의 제목에서 따자면,
"내가 읽은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Posted by H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1922년 11월 11일 지구를 방문하였다가 2007년 4월 12일 외계로 돌아가다.

외계의 몸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드레스덴 폭격의 참관을 목격하여

지구인에 미련을 버리다. 이후 지구의 미련함에 대해 신랄하게 기술하였다.

SF문학으로 자신의 작품이 귀속됨을 거부했던 그의 작품들은, 사후 아마 외계문학으로 재분류될 것이다.

삼가 명복을.




*그림출처 writersmugs.com



 





Posted by H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8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2007/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