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윽. 오전 10시도 안 됐는데 오후 11시를 넘어서는 몸 상태.
이번주도 주말이 없다.
안동보살께서 하라 하셔서 해본 심심풀이 주역 점괘
하여 아래와 같이 나왔는데...
8. 수지비(水地比)
원문 地上有水(지상유수) 比(비)니 先王(선왕)이 以하여 親識侯(친식후)하니라.
풀이 대지 위에 있는 물. 이것이 곧 비(比)괘의 괘상이다. 고대의 어진 왕들은 물을 포용하는 이 괘상을 거울삼아 나라를 창건함에 있어서 제후를 봉하고 백성을 무육, 친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해설 비(比)는 길한 괘다. 비는 서로 친애하고 돕는것을 의미한다. 덕망높은 인자한 군주가 위에 있고 어진 신하들이 이를 보필하여 서로 협력하면 모든 이ㅏㄴ민들도 흠모하고 모여와 순종하리라. 이와같이 하여 크게 발전하면서 길이 바르게 하여 변함이 없으면 허물이 있을 수 없다. 대지가 물을 포용하고 물이 대지의 가슴에 안기듯이 서로 친애하고 화합하는 괘상이다.
후기(後記) : 비(比)는 인(人)자가 두개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모여 정답게 협조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이다. 그래서 비(比)는 인화(人和)를 상징하는 괘다. 반드시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괘이며, 모든 것이 소원대로 되어가는 괘이다.
안동보살이 이걸 보고 말씀하시길,
"당신은 스캔들만 있고 로맨스는 없네"
흑. 어쩌라고.
반전. 이게 아니었다. 양과 음을 거꾸로 봤다. 진짜 결과는 아래.
화천대유(火天大有)
원문 火在天上(화재천상)이 大有(대유)니 君子(군자) 以하야 알(막을알)惡揚善(알악양선) 順天休命(순천휴명)하나니라.
풀이 태양이 하늘 높이 떠있는 공명정대한 상태. 이것이 대유의 괘상이다. 사람들은 이 괘상을 거울삼아 인간사회에 악이 행해지지 않도록 눌러서 막고 선한 행위를 권하며 하늘의 순리에 따른다는 괘이다.
해설 대유괘(大有卦)는 유화한 지도자가 군주의 지위에 있어서 위대한 지도력이 중용을 지키니 상하의 모든 현명한 인사들이 서로 흠모하여 돕는 형국이다. 크게 발전하게 됨을 암시하는 괘상이다.
후기(後記) : 대유(大有)는 크게 있다는 뜻이다. 하늘 높이 솟은 태양과 같은 형상이다. 태양보다 큰 것이 없듯이 크게 발전하고 길한 괘상이다.
6월 30일~7월 1일 1박2일의 도쿄 출장간 먹은 음식들.
내일(30일) 다시 도쿄 출장. 하루 머물고 바로 귀국.
그 많던 주말은 어디로 간 것일까.
6월 3일 서울 국제도서전
9일~10일 제주도
16일~18일 도쿄 출장
30일~1일 도쿄 출장
7월 7일~8일 워크숍 유명산
29일 식객 모임 청계산
26일 오전
표지 때문에 만화가 Y선생과 통화하던 중(엽기적인 만화로 유명한 Y선생과는
지금까지 전화와 메일로만 몇 차례 소통했는데 의외로, 소심하다 느낄 정도로 순하다)
Y선생이 묻는다. "아무개 씨, 원래 출판사에서 일했어요? 얼마나 되셨어요?"
"아, 예. 이 회사는 작년에 들어왔고, 전에도 출판사 다녔습니다."
"아니, 지난번에 보낸 메일도 그렇고… 내가 지금까지 일해본 분들과는 너무 달라서…
만화에 대해 깊이 아는 것 같고… 앞으로 아무개 씨랑 계속 일하게 됐으면 좋겠네요…"
사실 처음 만화책을 맡게 되서 불안하기도 하고, 일도 잘 진척이 안 돼 고민 했었는데
Y선생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울 따름.
26일 오후
"아무개 씨, 출간 일정 관련해서 잠깐 미팅할까요."
과장이 불러 회의실에서 미팅.
기출간책부터 지금 작업 중인 책, 앞으로 나와야 될 책 등 전반적으로 짚어가며
이야기하는데 내가 방치해둔 것들, 놓치고 있던 것들, 소홀히 하던 것들이 새삼 드러난다.
혼이야 언제나 날 수 있는 거지만, 내가 쥔 아이템들을 내가 감당 못함이 괴롭다.
27일 오전
Y선생이 표지작업분, 6컷을 보내오다. 외부 디자인하는 쪽에 보내줬더니 바로 연락이 온다.
"아무개 씨, 이거 못 써요."
"네?"
"이런 그림으로는 표지 못 만들어요. 다시 그려달라고 하세요. 그러길래 처음부터 표지 컨셉을 잡고
그려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쪽 디자인실 과장님께 보여드리고 의논해보세요."
디자인실로 가져가 과장에게 보여준다.
"이걸 어떻게 써요. 어떻게 그려달라고 얘기 안 했어요?"
"…예"
이러쿵 저러쿵… 결론은 다시 그려달라는 것. 이 6컷 받는데 3주 걸렸는데…
27일 오후
가슴 속 어딘가서 다서 스멀거리기 시작한 울벌레.
붐붐의 <인간성 문답 릴레이>에 트랙백.
1. 바톤을 돌려준 분의 인상을 부탁드립니다.
극장 의자에 앉아 무릎을 조아려 크로스백을 살포시 그 위에 얹어
찬찬히 가방을 정리한 뒤 두툼한 허벅지에 올려놓고 팝콘 한 줌 입에 털고
안 짜다며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엔 다 먹는 인간.
2. 주위로부터 본 자신의 인상은 어떠한가요?(5개)
무섭게 생겼다
더럽게 생겼다
싸가지 없는 말 잘한다
의외로 성실하다
의외로 여성적이다
총평 : 생긴 거는 더럽고 무섭게 생긴 주제에 말은 말대로 싸가지 없게 하지만
매일 꾸준히 술을 마실 정도의 성실함을 지니고 A형 처녀자리다운 소심함을 지닌 인간.
3.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성을 5개 말해주세요.
4. 반대로 싫어하는 인간성 타입 5가지는?
3과4를 합쳐 말하자면,
유머가 없는 인간은 스피드메탈밖에 연주 못하는 기타리스트,
도량이 없는 인간은 굳은 똥으로 똥구멍이 찢어지는 변비환자,
눈치가 없는 인간은 콧구멍에 코르크마개를 끼워놓은 축농증 환자,
예의가 없는 인간은 배 뽈록 나온 채 라트라비아타의 춘희역을 맡아
폐병으로 쓰러지는 오페라가수,
취향이 없는 인간은 회덮밥에 토마토케찹 뿌려먹는 인간.
4번만 다시 말하자면,
이슬람을 저주하는 목사, 조선일보에 글 쓰는 좌파, 만화를 무시하는 소설가,
경상도 억양을 억세게 쓰는 정치가, 그리고 가끔의 나.
5. 자신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상상은?
너무 속물스럽고, 변태적이고, 즉자적이라 말 못하겠다.
6. 자신을 신경쓰고 챙겨주는 사람에게 외쳐주세요.
おかげさまで 덕분에.
7. 15명에게 바톤을 돌려주세요.(인상첨부와 함께)
붐붐이나 나나 인간관계나 그 인간 촌평이나 별 차이 없으므로 패스.
권성우가 훗날 그의 스승인 김윤식처럼 비평의 한 일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또는 김현처럼 오래도록 견인력 높은 비평의 자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알 수 없다(아마도 불가능하겠지. 문학적 감응력을 차치하더라도
꼬붕을 거느리거나 에꼴을 형성하기에 그가 도정한 비평적 지위는 '독고다이'였다).
그렇지만 현장의 비평가로서 김윤식이나 김현이 그래왔던 것처럼
권성우의 오늘의 비평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그리고 그의 미덕은 그 열기를 채 꺼뜨리지 않고 꽤나 오래 지켜왔다는 것이다.
계간지 <Review>에서 (그러니까 94년 겨울이었고 서태지가 표지였다.
그 이전에 <상상>이 창간하였고 <오늘예감>도 계간지화하고 있었다.
<시네21>과 <키노>가 등장하가 직전이었다) '전복적 상상력' '부정적 상상력'이라는
키워드로 문학판에 대해 날카로운 입장을 표명하는 글을 처음 읽고
이후 권성우의 글을 좇아 읽어온 편이다.
발표되는 그의 비평집을 대개 읽어왔고 그가 참여한 <포에티카>도 사보았고
문학권력 논쟁에 참여했던 <인물과사상>, <사회비평>, <황해문화> 등도
놓치지 않고 읽어온 듯하다.
그의 문장이 그가 겨누고, 겨뤄온 대상들에 비하여 현란하거나 화사하지 않다.
그러니까 그의 문장에는 화장기도, 인공의 향도 없다
외국 이론가라는 뽀사시한 덧칠, 또한 부족하다.
그래서(그럼에도?) 그의 비평은 에두르는 바 없이 말하고자 하는 그곳에 위치한다.
꽤 자극적일 수 있는 <논쟁과 상처>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도 그렇다.
99년부터 2002년 사이 벌어졌던 '문학권력'에 대한 '논쟁'의 한복판에 서서
발표했던 글을 모은 이 비평집에서 그는 '상처'를 말한다.
서문에서 "나는 글을 쓰는 한, 영원히 그 시절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에는 힘들었으되,
지금은 내 인생의 그 시기를 기꺼이 사랑하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을 하지만
그 상처는 결코 영광의 상처가 될 수 없다.
이 책에 실린 그의 뜨거운 비평들을 읽어보라.
그리고 문학동네의 남진우를 위시한 그 편집위원들의 비열함,
조선일보를 위시한 거대 언론이 가공한 한국 문학판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대한
권성우의 뜨거운 언어는 식은 나의 분노에 군불을 땐다.
그러나 오늘을, 여전히 광화문 한복판에 우뚝선 조선일보를,
문학판에 도도하게 서 있는 그 일당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절망스럽다.
그 상처는 그렇게 헤벌어진 채 여전히 아리다.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다시 권성우의 이 <논쟁과 상처>는 소중하다.
그래서 이 책이 숙대출판부에서라도 나오게 됨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이 많이 읽히기를 희망한다. 여전히 이 절망스러운 이 한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