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3

2006. 6. 22. 16:55

“하지만 달콤하게 보다가 의외로 눈보라가 오래 갈지도 모르겠는데.”

에이이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달콤하게? 눈보라가 맛이 있습니까?”

나는 느낀 그대로 질문했다.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 '산장 살인 사건' 중




위 인용문 중 '나'는 바로 사신(死神) 치바. 인간의 외모로 변신할 수 있으나

인간의 어법,  특히나 비유에는 약하다.

그래서 앞 사람의 말을 듣고  "눈보라가 달콤하냐"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첫번째 대사에서 "달콤하다"라는 말은 아마도 일본어 "甘い"를

번역했을 것인데 여기에서 "甘い"의 용법은 "달콤하다"가 아닌

"안이하다, 어수룩하다"(뉴에이스 일한사전 "甘い" 중 6번 용례)일 것이다.

자주 쓰는 표현이니 번역자가 실수한 것은 아니고 첫번째 대사에 이어지는

사신의 말 때문에 굳이 "달콤하다"라고 쓴 것이리라.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건 한국어 사전의 용례에서 "달다"나 "달콤하다"가

"안이하다, 어수룩하다"라고 쓰이는 경우가 없다라는 것

(내가 과문하여 그런 말쓰임새가 있는데 모르고 있는 거라면...

그래도 넘어가자).

이 문제의 "달콤하다"를 적절하게 해결할 만한 마땅한 대체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위 인용문을 다르게 표현할 경우의 수는 무엇일까.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떠오른다.

하나는 괄호나 각주를 통해 "甘い" 용법과 사신 치바의 오해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

그러나 소설에서 이런 게 달리면 지저분해지기 일쑤이고 다소 구차하다.

그럼에도 정확하게 의미 전달을 할 수는 있다.

또 하나는 문장을 한국식으로 바꾸는 것. 예컨대 다음처럼.


"하지만 그렇게 안일하게 보다가 의외로 오래 가서 눈보라에 쓴맛을 볼지도 모르겠는데.”

에이이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쓴 맛? 눈보라에 쓴 맛이 있습니까?”


이렇게 되면 문장의 전체적인 뜻은 통하게 되는데 역시 원문을 훼손하게 되어

고쳐놓고 왠지 뒷맛이 찝찝하다.

개인적으로는 설명을 다는 쪽을 택하겠지만.

역시 이것도 취향의 문제일까나.





Posted by H군

두산

2006. 6. 22. 13:49

韓-佛전서 발견된 두산 깃발 '화제'

[OSEN=김형태 기자] 각국 깃발과 응원 문구로 도배가 되고 있는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프로야구단 깃발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의 홈페이지 내 게시판인 '곰들의 대화'에는 월드컵 관련 사진이 등록됐는데 이 가운데 두산 로고가 선명히 박힌 깃발이 팬들의 눈에 포착된 것.
19일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한 뒤 관중석의 팬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선수들 정면 펜스에서 발견된 이 깃발에 두산 팬들은 놀라움과 반가움을 일제히 표시하고 있다.
일부 축구 클럽팀 격문과 깃발은 간간히 눈에 띄었지만 한국의 프로구단 로고가 발견된 사실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일부에선 '합성' 의혹을 제시하고 있지만 상당수 팬들은 깃발이 발견된 사진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사진이 진짜라는 데 신빙성을 두고 있다..
세계 축구의 제전에서 다소 엉뚱하게 보일 수 있는 야구단 깃발을 내건 주인공은 현재 밝혀지지 않은 상태. 하지만 팬들은 독일에 응원을 간 한 열혈 두산팬이 깃발의 주인공이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감격에 겨운 나머지 "두산 팬이 내건 게 사실이라면 구단은 이 팬에게 '표창'을 해야 한다"며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


월드컵 '두산 깃발' 주인공 시구자로 초청

주인공을 찾아 마운드에 세워라.'
두산 구단이 '깃발사건'의 주인공을 시구자로 모신다. 독일 라이프치히 월드컵 경기장에 두산 깃발을 내건 열성팬 찾기에 나섰다.  
두산 구단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팬 모두 깜짝 놀랐다. 지난 19일 한국 축구 대표팀과 프랑스전이 벌어진 라이프치히 경기장. 한국 응원석 주변에 태극기와 함께 두산 깃발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붉은 악마,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이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알려지게 됐다.
두산으로선 뜻밖의 가외수입(?)에 함박웃음이다. 월드컵 경기장과 프로야구 구단 깃발, 조금 생뚱맞은 조합이지만 그만큼 충성도가 높은 열성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산은 다른 구단에 비해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골수팬, 고정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광주 원정중인 두산 김승영 단장은 22일 운영홍보팀에 열성팬의 소재파악을 지시했다. 두산 선수단을 세계적으로 알린 팬. 고마운 팬에게 성의를 보이고 싶어서다. 김단장은 "두산 사랑이 지극한 팬을 잠실구장 홈경기 시구자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 구단과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주인공은 두산의 팬클럽 '베사모(베어스 사랑 다모이)'의 동호회장 출신인 박모씨. 두산 구단 프런트에게도 낯익은 얼굴인 박씨는 두산의 원정경기까지 자주 관전하는 열성팬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독일에 머물고 있는 박씨가 귀국하는대로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 <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




<노르웨이의 숲>에서 나가사와 와타나베에게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이면 친구가 될 수 있지"라고 말하듯 독일에 가서 두산 깃발을 건 축구팬이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그러나 친구여, 독일은 너무 멀다."

Posted by H군

취향2

2006. 6. 21. 13:53
최근에 다양한 '평론가'의 타이틀을 지니고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고

또 지면에 노출하고 있는 친구 K의 글을 설렁설렁 읽다보면

취향이란 글이라는 성긴 그물로는 가리기 어렵다는 걸 보게 된다.

입장은 있으나 정치성이 안 보이며 견해는 있으나 차별성이 없는 글쓰기.

단어와 단어를 조합하는 능력과 인용과 인용을 조합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의 훈련에 의해 길러질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취향이란 뭇 미사여구로 가린다 한들 대체로 날 채로 드러나버리는게 아닐까.

그래서 나라는 인간은 내 끔찍한 취향의 몰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오늘도 어두운 골목길에 몸을 가려 걸어간다.



Posted by H군

취향

2006. 6. 21. 13:28
"한국 팬들은 정말 열정적이다"라고 스위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신문 <Blick>의 스포츠 에디터 산드로 캄파그나 씨가 말했다.

그는 "악마 뿔을 달고 있는 한국여자 응원단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그들이 축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스포츠2.0> '존 듀어든의 월드컵 기행' 중




아무리 공평무사하게 이야기하려한들 위 말을 하는 사람이나 인용한 사람이나

그 안에는 냉소 또는 비아냥이 섞여 있는 듯하다.

국내리그 경기에는 그토록 무관심하면서 국가대표 경기에는 그토록 열광

(맞춤한 단어인지 자신할 수 없다)하는 그들이 축구기자로서 의아할 뿐더러

골이 들어가냐 마는냐에 기준한 관전법(이라고 하는 것도 조금 애매하지만)이

다소 못마땅할 터.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짓이 놀이이고 그곳이 놀이터인데 어쩌겠는가.

그러니 그들이 그렇게 놀게 냅두자.

그것이 그들의 집단적 취향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바라건대, 그들이 "대~한민국"이라 호명할 때 그들의 놀이터, 그 안의

그 사람들로 국한해주기를.

임산부의 배에 대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족속들과 그들을 같은 무리는 아니리라.

그럼에도 바라건대, 그들의 "대~한민국"과 나의 "대한민국"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주기를.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나의 권리를, 월드컵에 열광하지 않을 나의 삐딱함도

하나의 취향이라고.

"대~한민국"과 토고의 경기에서 토고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던

내 비겁함은 비웃되,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주시기를.

Posted by H군

시차

2006. 6. 20. 13:10
시차 때문인가, 몸이 무거워 결국 지각.

시차하니, 얼마전 상상플러스에서 노현정 아나운서가 "일본과 한국의 시차는 얼마나 되나요"

라고 물었다가 비웃음을 샀다는 기사가 떠오르는데,

일본과 한국에 시차가 없다는 건 표준시를 기준해서 같다는 의미지

당연하게도 경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의 차이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릇.

서울과 도쿄를 비교하자면 약 1시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기에

도쿄에서 6시에 뜬 해를 서울에서는 7시에 만난다는 이야기.

물론 이 1시간의 시차라는 게 짧은 기간 몸에 대단한 작용을 하지는 않겠지

(하나? 그래서 몸이 이런가?).

지금의 표준시를 일본에 기준해서 잡힌 것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 하나 생각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면서

한국으로 출항할 때 시간 변경을 하는 문제 때문에 한국의 시간을 일본에 맞췄다는 설.

자주 언니오빠들이 들으면 불끈하실 이야기지만 사실 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나저나 나 왜 이리 피곤할까.

Posted by H군

출장2

2006. 6. 19. 08:08

김포공항에서 밖을 나서는데 일본과 크로아티아 전 킥 오프.

일본에서 거리에 파란색 옷을 떼거지로 입은 꼴은 못 봤지만

어제는 '운명의 결전 몇 시간 전'하면서 티비에서 하단 자막으로

시간까지 표시하고 있었다.

사온 책이 많아 버스를 타고 마포구청까지 나간 뒤 거기서 택시를 잡고 집으로.

집에 들어오니 동생이 친구와 축구를 보고 있다.

대충 씻고 얼른 자야지 하고 목욕탕에 들어갔더니 찌든때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지난주 제주도 다녀오고, 또 이번주는 일본에 출장 다녀오면서

집을 방치했더니 이 꼴이다.

홈스타 뿌려서 박박 밀다 보니 시간은 12시.

일본에서 가져온 책 좀 보다가 잠들었는데 새벽에 느닷없는 함성과 발 구르는 소리.

시간을 보니 5시 반쯤 됐나.

뭔일인가 싶어 안방에 가보니 한국이 골을 넣었단다.

참나, 프랑스와의 경기가 오늘인 줄 전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잠이 깨어 씻고 출근.

우리 동네 어느 구석에 사람이 모였었는지 그 시간에

지하철 역 안에 빨간옷 입은 떼거지들이 군데군데 있다.

지하철에서 권성우의 <논쟁과 상처>를 읽으며 새삼스레 남진우를 위시한

문학동네 편집위원 일당과 조선일보로 수렴되는 인간, 그리고 상황들에 대해

눈으로 글을 좇으며 머릿속에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다보니 을지로3가역.

다시 안국역까지 역행.

Posted by H군

출장

2006. 6. 15. 22:09
16일(금)~18(일) 동경 출장.
Posted by H군

개다

2006. 6. 15. 14:11
내가 개(犬)다 라고 굳이 말하는 건 아니고.

날이 개다.

어제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니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 떠올라 포스팅하려다가

막걸리 마시자는 동료의 꼬심에 넘어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오늘은 날이 개니 자연스레 푸치니의 <나비부인> 중 '어느 개인 날'이 떠오른다.



Puccini_Un bel di vedremo_Madama Butterfly
Maria Callas_soprano





Posted by H군

칼럼

2006. 6. 13. 13:07

월드컵 토고전을 기념해서 이치로에 관한 칼럼을 퍼온다.

상관 관계는 묻지마라.

출처는 네이버.

'이치로는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라일 스펜서 칼럼 2006-06-09 15:08]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다. 이치로는 데뷔 당시부터 자신의 성인 스즈키보다 이름인 이치로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항상 이치로라고 부른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불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내 생각이기도 하다.

 나는 그를 그 어떤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치로와 같이 보통 체격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로 윌리 메이스, 행크 애런, 미키 맨틀, 스탠 뮤지얼, 재키 로빈슨, 로베르토 클레멘테 등을 들 수 있다.

 이치로는 키 1m83, 몸무게 73㎏의 평범한 체구다. 하지만 그는 그라운드에서는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타격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수비범위도 매우 넓다. 송구를 하는 팔과 어깨는 놀라운 수준이다. 이치로의 수비는 종종 주자들로부터 테스트를 받곤 했던 메이스와 클레멘테의 수비 이래 최고 경지다.

 지금은 어떤 주자도 이치로를 상대로 도박을 걸지 않는다. 그는 통상 쉽게 득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가차없이 주자를 잡아낼 때가 많다. 지난 5월 시애틀에서 열렸던 샌디에이고전에서 이치로는 빠르고 영리한 주자인 조시 바필드를 여태껏 내가 본 가장 완벽한 송구로 잡아냈다. 이치로의 송구는 약 85m 거리에서 포수 조지마 겐지의 가슴 높이로 정확히 날아든 스트라이크였다.
 
 조지마도 날아든 볼을 끝까지 놓치지 않은채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드는 주자 바필드와의 홈플레이트 충돌을 이겨냈다. 그 과정은 (메이저리그라면) 당연히 나와야 할 플레이인 것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는 완벽한 플레이로 만든 것은 바로 이치로의 송구였다.

 내 기억에 윌리 메이스, 로베르토 클레멘테, 그리고 이치로 3명만 그런 송구를 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 중견수 마이크 카메론은 이날 이치로의 송구를 지켜본 뒤 "나는 이런 장면을 수없이 봤다. 이게 이치로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는 실제로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다. 카메론은 2001년 시애틀이 메이저리그 사상 한시즌 최다인 116승을 거두며 조우승을 차지할 당시 시애틀 소속으로 이치로와 함께 뛰었다. 2001년은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였고, 이치로는 그해 타율 3할5푼2리로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242안타, 56도루, 127득점으로 각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골드글러브도 수상했다.

 이치로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자신에게조차 까다롭게 굴 때가 많다. 끊임없는 스트레칭(그만큼 열심히 스트레칭하는 선수는 본 일이 없다)부터 타격전의 독특한 의식까지 모든 행동을 목적을 갖고 한다.
 
 이치로의 타격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보다 매력적이다. 아티스트와 같은 느낌이다. 그는 마치 체스의 달인처럼 섬세하면서도 계획적으로 다음 동작을 구상한다. 타격 이후 내가 본 어떤 선수보다도 빨리 1루로 뛰어가 수비수들의 실수를 유발시킨다. 이치로는 전성기의 리키 헨더슨 이후 상대 수비진을 균열시키는 능력에 있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치로는 시애틀 소속으로 뛰고 있는 5년 동안 한해 평균 112점의 득점을 올렸다. 이는 이치로의 기록 중 가장 저평가 받는 부분이다. 리키 헨더슨이 전성기에 가장 위험한 선수로 지목됐던 이유가 바로 득점 숫자였다. 그는 현재의 이치로처럼 경기당 1점 가까운 득점을 올리며 상대팀에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치로는 영리한 머리와 함께 가슴으로 플레이를 한다. 그는 5년 동안 단 14경기만 결장했을 정도로 성실하게 플레이에 임했다. 카메론은 이치로에 대해 "훌륭한 선수이자 좋은 동료다. 그 이상 어떻게 그를 표현할 수 있나?"라며 웃는다.

 매일 이치로의 훈련 과정을 따라 했던 구원투수 오츠카 아키노리도 그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인 오츠카에게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치로와 함께 뛴 것은 흥분 그 자체였다.

 이치로는 그라운드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부상을 입은 적이 없다. 왜일까? 스트레칭을 워낙 열심히 해서 몸이 너무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고 있다. 펜스에 부딪혀 공을 잡아내는 단 한번의 멋진 플레이를 하고서 6주 동안 앓아눕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이치로가 그런 무모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은 부상 자체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이치로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부상 때문에) 경기에 빠지는 것이다.

 8일 현재, 이치로는 타율 3할5푼8리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세번째 타격왕 타이틀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이치로는 안타 뿐만 아니라 멀티히트 게임수와 3루타 부문에서도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외야 보살 부문에서는 공동 1위를 마크하고 있다.

 굵직한 홈런 기록들이 나왔던 해보다는 덜 주목받았지만 이치로의 2004 시즌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중 하나였다. 그해 이치로는 3할7푼2리의 타율로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인 262안타를 만들어내며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차지했다. 그것은 분명 놀라운 업적이지만 배리 본즈나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와 같은 홈런 타자들과 비교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야구팬들은 분명 화끈한 장타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치로의 플레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장면을 놓치는 셈이 된다.

 또 한 가지 새겨볼 만한 것이 있다.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치로는 절대로 속임수를 쓰는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평생 약물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선수다.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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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13. 10:06

5월 11일 포스팅에서 쓴 이후 한 달간 산 책들.

러시 라이프(이사카 고타로, 한스미디어)
사신 치바(이사카 고타로, 웅진지식하우스)
중력 삐에로(이사카 고타로, 작가정신)
스티븐 킹 단편집 1, 2(스티븐 킹, 황금가지)
야수는 죽어야 한다(니콜라스 블레이크, 황금가지)
나는 전설이다(리처드 매드슨, 황금가지)
연애시대 1, 2 (노자와 히사시, 소담)
논쟁과 상처(권성우, 숙명여대출판부)
맨해튼의 고깔모자 소녀(까르멘 마르띤 가이떼, 북스페인)
박찬욱의 몽타주(박찬욱, 마음산책)
플로베르의 앵무새(줄리안 반즈, 열린책들)
고양이는 알고 있다(니키 에츠코, 시공사)
프라이데이(로버트 A. 하인라인, 시공사)
용은 잠들다(미야베 미유키, 노블하우스)

*대부분은 인터넷 서점, 몇 권은 서울도서전에서 구매한 책들.

5월 12일 포스팅 이후 한 달간 알라딘 서재에 올린 책들.

시비스킷(로라 힐렌브랜드, 바이오프레스)
파르티타(로제 그르니에, 아테네)
스킵(기타무라 가오루, 황매)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씨앗을뿌리는사람)
탈선(제임스 시겔, 비채)
책 읽어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이레)
음모자들(샨 사, 현대문학)
스코르타의 태양(로랑 고데, 문학세계사)
반도에서 나가라 상, 하(무라카미 류, 스튜디오본프리)
러시 라시프(이사카 고타로, 한스미디어)
플로베르의 앵무새(줄리안 반즈, 열린책들)
고양이는 알고 있다(니키 에츠코, 시공사)
연애시대 1, 2(노자와 히사시, 소담)
야수는 죽어야 한다(니콜라스 블레이크, 황금가지)

한 달 남짓한 기간 평균 이틀에 1권.

이 속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서울도서전 기간 동안 업무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

지난달에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연애시대>,

가장 마음이 짠했던 건 <책 읽어주는 남자>,

가장 재수없었던 건 <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가장 시시했던 건 <고양이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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