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담

2006. 6. 12. 15:33
명색이 만담클럽이라 하지만 실상 웃기기는커녕 음침한 소리만 지껄이고 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두 권의 책을 소개하며 일신하고 싶다.

첫번째 책은 <대한민국 赤化보고서>(김성욱, 조갑제닷컴, 2006년 6월)이다.



표지 문구를 우선 보시라.

"지금 이 순간에도 '赤化시계'는 돌아간다.

이 책을 읽고서도 잠이 온다면 당신은 국민이 아니다"


월드컵 새벽 중계 때문에 고민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대~한민국민이 아니어도 별 상관이 없는 나는 안타깝지만 그냥 자련다.

살짝 책 소개와 목차만 봐도 고혈압 지수 높은 웃음이 터져나온다.



두번째 책은 위의 못난이와 샴쌍둥이라 할 수 있을 법한데

<광야의 외침>(국민행동본부, 조갑제닷컴, 2006년 3월)이란 책으로

'남북 좌파정권과 맞선 국민행동본부의 6년 애국투쟁사 (2000~2006)'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간첩을 세워놓고는 축구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런이런. 월드컵 선수단에 대한 사상검증은 제대로 되었던가?

붉은 악마는? 이래서야 어디 경기를 보겠는가.

역시 이번 월드컵도 한 경기도 제대로 못 보겠네.






Posted by H군

멜랑콜리

2006. 6. 9. 19:45

취향이 쉬 변할 수 없듯, 귀에 들리는 곡이란 대체로 어느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예컨대 찰랑찰랑 기타, 낭랑한 보컬, 무엇보다도 오롯한 멜로디가 담긴 곡.

락이든 클래식이든 대체로 그렇게 수렴된다.

그래서일까, 요새는 그리그가 좋다. 오래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Grieg_Lyric_Pieces-Melancholy_op47-5_Michelangeli


*전에 다니던 출판사에서 고 오주석 선생님 산문집 작업하면서

미켈란젤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어 오랫동안 궁금했었다.

처음 들어보는 그의 연주, 좋다. 39년도 연주라는 게 믿기지 않게.

Posted by H군

인용2

2006. 6. 7. 09:45

엘렌. 나의 아내. 죽은 지 백 년 되는 어느 외국 작가에 대해서
이해한 것보다도 더 이해하지 못한 사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 정상인가?
책은 그녀가 이러저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삶은 그녀가 한 행동만 말한다.
책은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는 곳이고, 삶은 설명이 없는 곳이다.
삶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에 대해 나는 놀라지 않는다.
책은 삶을 의미 있게 한다.
유일한 문제는 책이 의미를 부여하는 삶은 당신 자신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이라는 점이다.
-줄리안 반즈, <플로베르의 앵무새>, 209쪽


각주에 의한 글쓰기란 이런 게 아닐까.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과연 어느 것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맥거핀으로 두고

<마담 보바리>의 작가 귀스타프 플로베르에 대한 전기물이자, 그에 대한 르포이자,

에세이로,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각주로 글은 이루어진다.

쉼없는 인용을 자리자리 마다 배치하고 연결하는 아찔한 솜씨, 신랄한 유머에

줄리안 반즈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자는 욕구는 물론,

당연하게도 플로베르의 텍스트를 읽어야 할 당위를 불러일으킨다.


Posted by H군

주말2

2006. 6. 4. 14:21
지난 며칠 회사에서 전혀 업무를 못하여 마음이 편치 않아

결국 회사에 나왔으나 사흘만에 인터넷에 접속하니 여기저기 뒤지기에 정신 없다.

금요일부터 돌아보자면,

우선 3일이 사장 생일인데 토요일인지라 2일 금요일로 땡겨서 생일파티 벌어지다.

작년 6.3사태라고 명명되었던 사건이 다시 올해에도 판화 찍히듯 반복되어

포도주 수십 병이 아침부터 등장하여 사장은 기꺼워 연신 '원샷'을 외쳐대고

사람들의 잔을 검사한다.

내 잔에는 주변의 여성들이 원샷에 실패한 나머지 포도주가 부어지고

나는 다시 그걸 해치우는 악순환.

관리부에서 미리 준비했던 열댓 병의 포두주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사장방에서 나온 몇 년 됨직한 의심스러운 포도주, 그리고 밀조로 보이는 복분자,

또 누군가가 다시 나가 사온 포도주...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나 싶었더니 내 책상 위고 다시 눈을 떠보면

화장실에서 오바이트를 하고 있다.

결국 가방을 주섬 챙겨들고 1시에 회사에서 뛰쳐나와 귀가.

다음날 새벽까지 기절.


토요일.

서울국제도서전 근무일.

그래도 명색이 도서전인지라 출판계 사람들이 모여들어

봐도 괜찮을 사람, 보면 불편한 사람, 봤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 나는 사람

등등의 출판계 사람들과 간만에 인사를 나누다.

그나저나 책을 판매하며 멍하니 서서 사람들, 아니 여성들 구경하고 있는데

그 여느 하나 마음 설레게 하는 여성이 안 보인다. 좌절.

끝나고 사람들과 맥주 한 잔하고 다시 라커스에 들러 맥주 한 잔.


일요일.

적당히 늦게 일어나 헬스장 가서 트레드밀 1시간 정도 타면서

기분 좋게 땀 흘리고 붐붐과 영화 약속을 잡다.

그리고 회사에 와서 아그라작이 구워준 공연 디비디 중 내가 나온 부분

사알짝 보고 후닥 끄고 이렇게 딴 짓 하는 중.







Posted by H군

인사

2006. 5. 30. 19:18

지금은 식구넷이라 불리는 그곳과의 인연의 출발점을 뒤지고 들어가다보면

역시 2000년 정동빌딩 시절일게다.

그곳에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와 <아웃사이더 1호>를 만드는데 거들었다고

이력서에는 쓰지만 실제 한 일은 전화받는 일과 가끔의 청소, 짐 옮기기 정도였던가.

정동빌딩에 그 사무실에서 상보형과 우로형을 만났었다.

상보형은 당시 사람들과 만들던 <잡> 표지그림도 그려주셨고 이후에 군대 가서도

<불한당> 표지도 그려주셔서 다문다문 연락의 끈을 이어오다가

상보닷컴이 화려한 전성기의 마지막 무렵, 내가 제대했고 그곳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와바리가 탄생하였고 종로 시골집에서의 일명 '권산 모임'에 나가

인사드린 게 낯을 익힌 처음.

내 애씀도 없지 않아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공간의 사람들의 넓은 오지랖으로

고맙게 나를 거둬주셨고, 그 연이 다행히 지금까지 닿아

삶을 건사함에 조용하나 묵직한 힘이 되고 있다.

은평구민으로 들어올 때에도, 내가 인도로 떠나겠다고 할 무렵도,

전혀 변하지 않은 채, 인도에서 돌아올 때에도,

그리고 여전히 헤매고 다니는 지금까지에도 식구넷 사람들이 있었고

연신내의 산선배와 언화누나 계셨다.

산선배와 언화누나가 오늘 떠난다고 하신다.

다리품 아끼지 않으면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살고 계셨는데도

뵌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래서 지금의 5월은 스산하고 무망했다고 기억할 것 같다.

산선배, 언화누나 그동안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고마울 겁니다.

Iam1963.com의 영상 안에 저라는 인간의 흔적이 있어 즐거웠던 나날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지내요^^

Posted by H군

주말

2006. 5. 29. 09:34

주말에 누이와 매형, 조카가 집에 오다.

아기가 그 먼지 찌든 우리집에 온다길래 누이가 집 좀 치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으나

바로 밑 동생이라는 인간(나)은 금요일에 술 진탕 마시고 집에 들어오니

토요일 아침 5시. 책 좀 보다가 7시쯤 잠들어버렸다.

그래도 동생과 동생 여자친구가 금요일에 미리 쓸고 닦았단다.

다행한 일이다.

10시 좀 지나 들어오는 기척에 일어나 인사를 하고

애기 사진 몇 장 찍어주고 저녁 술상을 위해 조촐하게 시장을 보고 온 뒤

밤샘근무를 한 매형과 역시 밤샘음주를 한 나는 다시 취침.

세 시경 일어나 목욕을 다녀 온 뒤

윗층에 사는 사촌누이도 오라고 하여 누나가 가져온 전복으로 죽을 끓여

먹으며 맥주 한 잔.

조카는 간간이 울고, 목욕도 하고 엄마 젖도 먹는다.

다음날 아침, 몇 주만인지 모르게 일요일 아침상을 차리고

(고구마 된장국, 감자계란오이 샐러드, 어묵볶음, 호박전)

제임스 시겔의 <탈선>을 마저 다 읽고

붐붐과 <짝패>를 보러가기 전에 간만에 운동을 함 셈으로

누이 식구를 두고 집을 나서다.

한 시간 반 가량 트레드밀을 타고 신촌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붐붐이 전화 와 약속이 취소.

불광문고에 들러 <GQ> 6월호와 <스포츠2.0> 창간호를 사고 집에 들어가는데

집 열쇠를 안 챙기고 왔다.

동생이 들어오기까지 집밖 벤치에 앉아 담배 반 갑을 없애며 잡지를 거진다 보다.

라면을 하나 끓여 먹으며 일요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돌려보다가

인터넷에 들어가 옷 두 벌을 사고

다시 개그콘서트까지 마저 보고 침대에 들어가 <라면 요리왕>을 보다가 잠들다.

0시, 1시, 3시, 4시, 5시 사이사이 깨고 잠들기를 되풀이하다가

6시에 일어나 오늘이 시작되었다.










Posted by H군

수성

2006. 5. 26. 16:06
수성에서 온 사람
수성에서 온 사람
당신은 말재주가 있고 영리하며 박식한 사람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잘 드러나는 사람입니다.

집을 나설 때는 반드시 휴대전화를 챙기겠군요!

당신은 재치와 표현력이 풍부하고 눈치가 빠릅니다.

당신은 배우는 것과 노는 것을 둘 다 좋아할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것을 즐기고 싶어합니다.

지나친 수다를 삼가고, 무엇이든 알고 싶은 욕구를 잘 조절하세요.

너 어느 별에서 왔니?
Posted by H군

작가

2006. 5. 25. 10:50

어제는 오랜기간 존경을 표하던 H화백과 미팅.

전에도 몇 차례 뵜었지만, 이제 담당자가 되어 미팅하기는 처음

(물론 나와 논의할 문제도 있지만 계속 진행되고 있는 요리 만화시리즈에 대한

연장 계약서를 사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안).

회사 근처의 자연음식 전문점 D 식당(처음 가봤는데 그닥 맛있는 것 같지는 않다.

3만5천 원 코스였는데, 자연주의를 표방한다는 것이 가공을 덜하는 것이라면

재료의 신선함이 도드라질텐데 딱히 그런 거 같지도 않고. 삼합이 괜찮다는데

그건 안 나왔다. 아...삼합 먹고 싶다-_-)에서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주 오래전 모 스포츠 신문에서 프로야구 장외 인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인 중

H화백이 있었다는 얘기를 내가 꺼내자, 어떻게 그걸 기억하냐며 그거 아는 사람이

정말 드물다며 이런 팬 덕분에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다며 계면쩍어하신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자신이 슬럼프에 빠졌던 시절의 얘기를 하신다.

어느날 어떤 컷을 그렸는데 아무리 봐도 낯이 익더란다. 그래서 예전 자기 책을 뒤져보니

똑같은 컷이 있던게다. '아! 내가 나도 모르는 새 나를 복제하고 있구나' 라는 충격과 함께

자신이 더이상 새로운 만화를 그릴 수 없는 낡은 작가라고 자학하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단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연재 때문에 신문사에 들렀다가 광화문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삼십대 중반의 어떤 남자가 자기를 스쳐지나며 신호등을 건넜다가

갑자기 뒤돌아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H화백이 아니냐고 묻더란다.

그렇다고 했더니 악수를 청하며, 자신이 평생 만나야 할 사람이 세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H화백이다, 당신 덕분에 내가 세상을 살 수 있었다, 너무나 고맙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그려달라, 드릴 건 없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 다이어리인데

이거라도 챙겨 가시라, 이러면서 손에 쥐어주고 연신 목례를 하며 떠나더란다.

H화백은 그 사람이 주고 간 회사 다이어리를 한 손에 쥔 채,

'아, 내가 헛된 인생을 살아온 게 아니었구나' 하며 그간의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

업무와 관련해서 H화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 양반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 이런 얘기 들으면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 내가 이 노릇하고 있는 즐거움이 있지 라고 위안 삼게 된다.

그러고 보면 5, 6년 전쯤에 그런 다짐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창작가가 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창작자를 돕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내 주변의 재능 있는 친구들이 좋은 작품을 생산하는데

소소하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 라고.

이제 기껏 5, 6년 지났다.

언젠가, 꼭 그랬으면 좋겠다.








Posted by H군

레드

2006. 5. 24. 14:50




홍대에서 사람 만나고 돌아가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와글거린다.

10시 좀 지난 시간인데 왜 이리 사람이 많은걸까 생각하다가

빨간색 티와 두건 따위를 뒤집어 쓴 무리가 점점이 보이다가

눈을 한 번 흐리니 통째 빨간 덩어리로 보인다.

허걱, 축구.

아, 세네갈과 축구가 있었지.

마침 재수 없게도 축구 끝난 시간에 지하철역으로 향한 게다.

홍대역에서 바로 합정역에서 갈아탈려고 나서는데

빨간 떼거지가 습격하듯 지하철로 몰려온다.

순간 뭐라할 수 없는 공포감, 그리고 갑자기 솟아오는 토기...

(외려 월드컵경기장역에 빨간 무리들은 숫자는 더 됐지만

아이들이 섞여 있기도 하여 덜 공포스러웠고 덜 메슥거렸다).

지난 월드컵 기간 내내 군대에 있다가 주말에 서울에 올라왔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마침 스페인과 8강전이 있던 날.

강변역에서 2호선을 타고 가는데 지하철역 곳곳에 박혀 있던 빨간색 티를 입은 인간 중

한 인간이 갑자기 "대한민국~" 외치가 차량 안 승객들이 대부분 호응하며 박수를 친다.

그 순간의 컬처 쇼크라니.

(그때는 생각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잭 피니의 <바디 스내처>라는 소설 속 상황이

떠오른다. <신체강탈자의 습격>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유명한 그 소설.)

군대 시절에 대해 그 어떠한 것도 미화하고 싶지 않고 추억으로 담아두고 싶지 않지만

내가 2002년 월드컵 당시 그 붉은 광경 속의 한 점으로 안 있게 된 거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물론 대학 다닐 때 빨간티 입고 발광하던 무리들에 비하자면

지금의 편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나에겐 레드컴플렉스가 있나보다.


Posted by H군

노래

2006. 5. 23. 10:01
아침에 운동하고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데 계속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됐다.

한 번은 박학기 식으로, 한 번은 위퍼 식으로 불러보면서.




박학기


위퍼(weeper)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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