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30. 12:44

"가난한 사람들과는 같은 동(洞)이름 사용 못해"


이회창 총재께서 사셨고, 현 대통령 당선'인'께서도 살고 계시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은

나 같은 것들과 사시는 것에 대해 저런 정서를 품고 계실까.

지독한 욕辱지기.

Posted by H군

풍경 3

2008. 1. 25. 18:44

원두 살겸 가끔 오는 모대학 근처 카페.

대학 근방이다 보니 손님들의 대다수는 대학생들.

테이블 사이 간격이 그닥 좁다할 수는 없는데

이상하게 대화 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개가 이른바 선배님들.

후배를 앉혀놓고 뭔가 일장연설.

그리고 가끔 후배님의 감탄사 섞인 맞장구.

흘려들어야지, 흘려들어야지 하면서도 결국에는 귓속에 떡하니 들어앉고는

목소리가 변조하여 내게 고한다.

"쪽팔리지? 근데 너도 저랬어."

(지금은? 안 그럴거라 믿고 싶지만 자신은 없다-_-)

그래도 홍정욱의 <7막 7장 그후>를 읽고 연설을 늘어놓지는 않았다고!

웅변해보지만 이 연사의 손짓은 손가락 놀림에 그치고 만다.



그나저나 이 카페, 대학 다닐 때는 세미나 하러나 아주 가끔 왔던 곳인데,

여기 커피가 그리 명성 있는 데인지 잘 몰랐다.

지금도 안다 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졸래졸래 핸드드립을 만들어 먹게 되면서

여기 핸드드립이 얼마나 맛있는지 새삼 감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Posted by H군

マジメ

2008. 1. 24. 11:58
모친께서 핸드폰 문자를 사용하신 지 어언 일년 남짓.

그간 뜬금없는 문자세례와 과도한 진지함으로 다문다문 괴롭혀

제발이지 문자 좀 쓰지 말고 전화 하시라 말씀드렸건만 개의치 않고 문자 보내시는 모친.

다행히 문자로 "네가 장가를 안 가 엄마의 가슴은 불 타 재가 되고 있다"는 식의

무뜬금 격정 발언은 삼가하고 계시지만, 그 진지하게 이를데없는 품성은

핸드폰을 통해 여전히 발산되고 있다.

최근의 모친과의 문자 대화.



모친 : 귤 필요 하냐?

나 : 왜, 한라봉 보내주게? 한 박스쯤 가득 보내봐.

모친 : 보내려는 건 한라봉이 아니라 아버지 친구분이 직접 가꾼 유기농 감귤인데

달고 맛있는 귤이다.

나 : 제발 농담에 진지하게 답하지 말아줘!





(모친이 내 통장에 돈을 보관했다가 이자까지 포함해서 다시 보내라하여)

나 : 돈 보냈수다. 제주도 내려가면 이자 XX만원 어치 회 사줫!

모친 : 그렇게 회가 먹고 싶었니. 몰랐다.  회 사주게.




하긴 십여 년 전 자취방에 자동응답기를 뒀더니, 이에 음성을 남기는 말투마저

"엄마다/일이 있으니/집에/전화를/걸어주길/바란다."라며 따박따박 끊어 읽듯 했으니.



Posted by H군

풍경 2

2008. 1. 22. 13:20

1시를 갓 넘긴 종로의 카페.

창가 벽에 오도카니 자리 잡은 나름 전용 테이블.

뒤로 4시 방향의 두 분의 아주머니(와 언니의 경계에 선)는 뭔가에 대해 열심히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한 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헬스 동작을 시연한다.

"오른팔을 긴장하면서 이렇게 흔들어야... 이거 한달만 하면 몸짱이라니까."

몇 차례 과격한 시연이 거듭하더니 자리로 돌아가 가쁜 숨을 내쉬며 일갈한다.

"그러니까 포인트는 빠른 동작으로 정확하게 하는 거지."


2시 방향 사자머리를 한 언니는 약 삼십 분 전부터 얼굴을 스커프로 칭칭 둘러매고

테이블 바닥에 얼굴을 파묻어 잠을 자고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받는다.

언니, 핸드폰은 입에서 살짝 떼고 통화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감전 조심.


오른쪽 3시 방향의 커플은 나란히 노트북을 두 대 놓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귀에는 무선 헤드셋까지 차서 뭘 그리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슬쩍 엿보니, 메신저... 업무 상담 같은 거겠지.


창밖으론 진눈깨비 같은 눈이 연신 발을 드리우고 있다.

멜랑꼴리한 감성으로 온몸이 충만해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읊조린다.

'나 우산 가져왔다.'


Posted by H군
일을 하다 너무나 기초적인 단어의 조합인데 무슨 말인지 통 알 수 없어

편법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초급레벨에서 배우는 문장이란다.

하하. 나 이래도 되는 건가.

이제와서 학원 갔다가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 받았다가 뭐라 해야하노...

이래서 마르크스 선생께서 하부가 상부를 구성한다고 하셨던가... 이건 아닌가.


 
Posted by H군

풍경

2008. 1. 10. 15:40
오후 세 시를 가로지르는 신촌의 모 카페.

정면에 손을 포근히 감싸안은 커플은 다정스레 서로를 바라보며 정담을 나누다가

갑작스레 여자가 눈물을 훔친다. 민머리에 가까운 남자는 아마도 휴가 나온 군인인 듯

베이지색 헤링본 코트를 지.독.히도 어색하게 걸쳐 입고 있다.

아직 상병은 안 됐겠지. 그와 그녀에게 축복을.


오른편 소파에 털썩 기대어 앉은 세 명의 그녀들.

함께 모여 갖은 예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 카메라로 셀카를 찍고 사진을 확인하더니

"씨발,  표정 조ㅈ 같이 지었네."

다시 입가를 찢어 방긋 미소 지으며 사진을 찍는다.

이번에는 조ㅈ 같은 표정 짓지 않았기를.


왼편의 커플은 포크 하나로 티라미스 케익을 쪼개 먹으며 야릇한 눈빛을 보내더니

남자가 그녀 옆으로 건너 앉는다.

이제는 케익 대신 서로의 입술을 맛있게도 냠냠.


11시 방향 노트북을 응시하는 남자는 혼잣말을 자꾸 되뇌며 미소 짓는다.

화상채팅이라도 하고 있나 했더니 갑자기 남자의 무릎팍에서 여자가 고개를 치켜든다.

설마.


2시 방향 남자는 오른손에 펜을 빙그르르 돌리며 뭔가 교재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연신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눈을 비비다 한숨이 하품으로 바뀐다.

이윽고 스르르 졸음으로 빠져드는 그.

오야스미.


다시 오른편의 세 명의 그네들.

"야 씨발 존나... 지랄 염병... 아가리 닥쳐..."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어 다행이다.


엿보기, 엿듣기는 이제 그만.

일이나 하자.
Posted by H군

새해

2008. 1. 3. 11:09
늦은 새해 인사. 꾸벅.

***

부모님을 제주행 비행기에 태워드리고 이제부터 드뎌 프리로서 첫날.

어제 오야지랑 극장에 갔다가 마감 날짜를 확인하는 전화에 찔끔.

네, 이제부터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며칠 밀린 웹서핑에 정신 없는...)

***

새해 결심은,

남에게 폐 덜 끼치기, 정도로 해둘까나.







Posted by H군

송별회 2

2007. 12. 26. 13:14
오늘이 송별회.

근데 아직도 사장한테 보고가 안 됐단다.

몰라, 난 이번주로 아웃.

Posted by H군

송별회

2007. 12. 20. 15:38

나간다는 게 결정되고도 사장한테는 보고가 안 돼 계속 미적거리는 상황.

안 되겠다 싶어 마음 급한 내가 나서다 보니, 어쩌다가 내 손으로 내 송별회 날짜 잡는 상황까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담주에는 제발 좀 나갔음 싶다.

그리하여 어쨌든 12월 26일 송별회가 있으니 다망하신 가운데 참석해주시길..., 할 상황이 아니네.

그래도 뭔가 송별회 같은 통과의례를 거쳐야 이제 완전히 끝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평생 안 볼 사람들도 아니고.





Posted by H군

우익

2007. 12. 20. 08:55
나른한 우익은, 오후 6시 출구조사 발표를 접하고, TV를 끄고

읽던 책을 만화책을 다시 붙잡고, 멍하니 시간을 부순다.




그래도 경우 바른 우익은, 왼편의 3%라는 수치를 조롱하지 않으려 애쓴다.

다만 잔망스럽게도, 그 당의 미래를 멋대로 상상해버리고 만다.

그러고 보니 그간 우익의 찍은 당은 모두 선거 후 사라졌다. 설마 이번에도?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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