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연휴라고 해봐야 제주도에 내려가기에 늘상의 (지긋지긋한) 추석임에는 별반 차이 없었다.
이번 연휴에는 열심히 알바 일을 하리라, 라는 헛한 꿈은 역시나.
다만 내년에 회사를 관두는 문제에 대해 살짝 포장하여 썰을 풀었더니
관둬도 돌을 던지지는 않겠다라는 공감대 아닌 공감대는 간신히 형성했다는 게 크다면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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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날 비행기표를 못 구해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가
집에서 십 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회사 나가기가 무진장 귀찮아져서 결국 하루 연차.
그래봐야 오후 네 시까지 잠만 잤지만.
얼마 전에 한의사가 그랬다, 잠을 잘 자라고.
한의사 말을 잘 들은 오늘 하루는 나는 착한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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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간 동안 친구에게 빌린 아이스테이션으로 <친애하는 아버님>
('拝啓, 父上様'가 어쩌다 '친애하는 아버님'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을 다 봤다.
무대는 가구라자카神楽坂. 지난 7월 출장 때 후타바샤와 도쿄소겐샤를 방문하기 위해
두 번이나 들렀던 동네다.
여기서 먹은 오야코돈 참 맛있었는데.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음 좋겠다, 가 아니라 쉬 드나들 수 있는 처지가 됐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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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 :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가족은 남이 보지만 않으면 갖다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관객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질문을 듣고 나서 재미있다는 듯 큭큭큭 웃고 나더니 하는 말)
그 질문을 한 당신이 내영화를 보지 않는 다수의 관객 중 한 명이라면 이 자리에서 당장 엉덩이를 걷어차줄 거다.
하지만 당신이 내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나는 당신이 살인자든 도둑이든 아무래도 괜찮다.
(씨네 21 621호 중)
오전에 벼락처럼 강림한 온라인 쇼핑의 악령을 이제서 떨치다.
반나절 동안 악령의 흔적들.
티셔츠 두 벌
재킷 한 벌
스니커즈 하나
만화책 54권
디비디 둘
간만에 운동이나 가야겠다. 머리가 맛이 가면 몸이나마 추스려야지.
컴퓨터와 웹상의 글씨체를 맑은고딕으로 다 바꿨다.
장마 틈 사이 고개를 내민 햇볕에 한 숨 이불 널고 난 뒤
새 커버로 바꿔줬을 때의 기분이랄까.
추진 몸뚱아리도 이런 식으로나마 개비, 아니 위장을 하는 게다.
날은 흐리다.
신정아 관련 기사를 읽다가 마지막 문구에 뜨끔.
신씨가 거주한 G빌라 근처의 슈퍼마켓 주인은 “이곳은 밤 10시면 사람들의 통행이 없는데 신씨는 한밤중에 와서 캔맥주와 물을 자주 사갔다”며 “한 번에 캔맥주 5∼6개씩을 사가 젊은 여성 혼자 마실 양이 아니어서 당연히 누군가와 함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혼자 마시려고 한 번에 캔맥주 5~6캔씩 사가면 막장인가효...
*어제 알바 일의 반을 끝냈다, 라고 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원래대로 하면 딱 반이었을텐데, 상황이 바뀐 지금 진행상황은 15%.
남은 시간은 약 넉 달.
업무시간을 줄일 수는 없으니 결국 남는 시간 중 술 먹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예, 술 줄이겠습니다.(과연...)
일미문즐에 9월 중순에 창간호가 나올 예정인 시사in에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했다.
1. 가장 좋아하는 장르문학 작가는? (3명)
2. 가장 좋아하는 장르문학 작품은? (3편)
3. 비교적 근래 출간된 작품 가운데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3편)
4. 장르문학 초보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3편)
5. 국내 출판사 가운데 ‘장르문학’ 하면 떠오르는 출판사는? (3곳)
6. 최근 “장르문학 붐이 일고 있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최근 장르문학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자유롭게 답변해주세요)
7. ‘장르문학 붐’이라고 보신다면, 왜 장르문학의 인기가 높아진다고 보는지? (자유롭게 답변해주세요)
8. ‘장르문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가 있다면? (자유롭게 답변해주세요)
9. 다양한 장르문학 장르(공포문학, SF, 판타지, 추리소설, 일본 대중소설, 일본 미스터리물, 미국 대중소설, 의학 스릴러, 법정 스릴러, 군사 스릴러 , 팩션, 로맨스 소설, 무협지 등등) 가운데 한국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아직까지 대중적 친화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하위 장르가 있다면? (역시 자유롭게 답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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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내 대답.
1. 다카무라 가오루, 기리노 나쓰오, 스티븐 킹
2. 마크스의 산(다카무라 가오루), 그로테스크(기리노 나쓰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스티븐 킹)
3. 빛의 제국(온다 리쿠), 이름없는 독(미야베 미유키), 블랙리스트(새러 패러츠키)
4. 대도오(좌백), 신들의 사회(로저 젤라즈니), 백야행(히가시노 게이고)
6. 치솟는 판권 금액
7. 심심풀이 땅콩으로 이야기만 한 것이 없다라는 원형으로의 회귀.
8. 장르, 작가 간의 등급화. 장르문학 애호가 내부에도 상당히 있다.
9. 장르 혼종이 인기 있고, 특정 장르에 대한 순도를 과시하는 작품이 인기가 없는 것 같다.
대답을 써놓고 보니 내 비뚤어진 심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쯧.
바쁜 것이 좋은 것이다. 하던 일에 매진하자. 영역도좀 넓히고 대인관계도 좋게 유지하도록 하자.
싸움이나 논쟁을 걸기보다는지금은 평화를 유지하면서 세를 넓히는 것이 좋을 때다.
웬만하다 싶으면 맞춰주고 조금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붙을 만한 때다.
내가 하던 일이 뭐드라...?
오야지가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수납을 하려는데 생각해보니 이 병원은 내 모교.
혹시 졸업생 할인 같은 게 있나 싶어 물어봤더니 졸업생의 직계가족까지는 30% 할인해준단다.
마다할 이유 없어, 졸업생이라고 했더니 몇 년에 입학했고, 무슨 과냐고 묻는다.
왠지 취조받는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불쑥 솟는 내가 이 학교를 졸업했던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
자신없는 목소리로 입학년도와 졸업학과를 댔더니 어디엔가 전화를 한다.
-나 졸업했나?
-하지 않았나? 졸업식은 안 갔어도.
-엉. 졸업한 거 맞지?
-졸업논문 같은 거 냈던 거 같은데?
-그런 게 있었던가...
"졸업생 맞네요. 30% 할인 가능합니다."
엄마에게 졸업생이라서 30% 할인 받았다고 했더니, 대학 보내놓고 처음 있는 보람이란다.
하긴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