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2008. 6.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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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Coooooool한 척 아무 말 않고 있기가 민망해서.










Posted by H군
지난 토요일 밤 11시경 광화문에서 두산 모자에 유니폼까지 차려입은 저를 보고

손을 들어 환호해주신 여성 두 분, 죄송합니다.

그 환호의 손길이 저를 향한 것이라고는 미처 몰랐습니다.

심지어 뜬금없다는 표정에 실눈까지 짓고 말았습니다.

뒤돌아보고 나서야 두 분께서 두산 모자를 쓰고 계셨다는 걸 알았더랬습니다.

밤 12시가 지날 무렵, 저를 붙잡고 두산의 승리를 여쭤보신 남성 분께도 사과드립니다.

참으로 재치 없게도 "멋진 역전승이었어요."라고밖에 대답 못 드렸습니다.

"9회말 투아웃에 역전했더랬어요."라고 말씀드렸으면 가시는 발걸음이 얼마나 흥겨웠을까요.

토요일 밤 제 무람없음에 상처 입은 분들께 이렇게 사죄드립니다.


Posted by H군

놀이

2008. 6. 3. 11:22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이 같은 문장에 나와 둘 차이가 뭐지 하고 갸웃갸웃.

설명을 보고 대충 짐작은 가는데, 어릴 때 기억을 반추해보면 별 차이 없이 썼던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어릴 때 바깥에서 놀았던 기억이 티미하다.

운동에는 젬병인지라 공 갖고 하는 놀이와는 멀었고,

당연히 기구를 구가해야 하는 자치기나 구슬치기도 패스였고.

그러고 보면 동네에서 지금의 왕따와 비슷한 존재였나 보다.

일본에서 건너와 한국말을 제대로 못해 이지메를 당했던 시기도 있었고,

그런데다가 동네 애들이 놀이 공간으로 썼던 공터에다가 우리 집을 지어버려 더더욱.

그렇다고 딱히 외로웠다는 기억도 없는 걸 보면 뭔가를 하며 시간을 때우긴 했을 텐데.

다소 궁상맞은 기억이라면,

초등 2년 때 오후반이라 오전을 혼자 보내야 했는데

허기를 채우려고 사루비아 꽃술을 뽑아 먹던 기억.

설마 초등 2년의 아들에게 먹을 걸 안 놔두고 출근해버릴 만큼 매정한 부모는 아니었을 테고(자신은 없지만)

아마 내 입맛에 안 맞는 뭔가를 남겨놨겠지.

그러고 보니, 그해 겨울 큰 병을 앓아 겨울 내내 바깥나들이를 전혀 못했었다.

그때 바깥 놀이에 대한 재미를 익히지 못해 히키코모리  바깥에서 논 기억이 없는 걸까나.

여튼 고다쓰에 틀어박혀 읽었던 책들은 그나마 다문다문 기억나는 걸 보면 집 안에서 지냈나 보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집에 처박혀 일하고 있나.




Posted by H군

쪽지

2008. 5. 30. 14:37
이 주 정도 된 일이었나.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에 어떤 여성이 다가오더니 테이블 위에 쪽지를 내려놓는다.

어허, 또, 이것 참, 맨날, 진짜, 정말, 호호, 나도 참, 헤헤,

어디 보자,

"담배 두 개비만 파세요."

쪽지 밑으로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와 비스킷 두 개.

그래, 그럼, 그렇지.





Posted by H군

야구공

2008. 5. 28. 18:20


어제는 교정지 보다가 충동적으로 야구장으로.

밖에서 일하다가 갑작스레 움직이게 되어 두산 유니폼도 못 챙기는 결례를.

내 무람없음에 머리를 조아리는 마음으로 모자 구매...라기보단 내 머리에 맞는 모자 발견!

경건하게 머리에 씌우기 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야겠다고 결심.

신나는 (일방적인) 타격전 끝에 점수 차가 벌어진 경기 후반,

대수비 요원으로 내야 수비진이 상당히 바뀐 상황에 1루 대수비 요원인 J모 씨가

스리아웃을 잡고 3루측 덕아웃으로 뛰어오자 맥주 네 캔에 그러저러하게 취기가 돈 내가 장난 삼아,

J모 선수의 이름을 환호하며 부르자(정작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힐끗 보더니 내야 지정석 그물 넘어로 공을 휙 던져준 게 희한, 엉겁결에 내 손에 쏙 들어오는 게 아닌가.

이런 별일이 호호.



Posted by H군

작업하다 오랜만에 빈보유스리(貧乏揺すり)라는 말을 보게 되었다.

한국말로 하자면 다리 떨기.

나는 어릴 때부터 가만히 있지를 못해 비단 다리뿐만 아니라 뭔가를 노상 떨고 있던 인간인지라,

오야지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빈보유스리라며 다리 떨면 가난해진다고 곧잘 한소리를 날렸었다.

일본 위키피디아를 보니 이 빈보유스리에 대한 재밌는 얘기가 나와 있다.

우선 빈보유스리란 말이 나오게 된 연유에 대해,


#가난한 사람이 추위에 떠는 모습에서.

#고리대금업자가 가난뱅이로부터 빚을 받을 때 다리를 떠는 경우가 많아서.

#에도시대에 다리를 떨면 가난뱅이 신이 달라붙는다고 해서.



이러한 설이 있다면서 다리를 떠는 원인에 대한 각종 설을 밝혀놓았다.



#어떤 계기(다리 뒤편이 의자에 닿는다거나)로 인해 근육이 수축하여 일어나는 일련의 신장반사에 따라 다리 앞뒤 근육이 교대로 수축신장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NHK에서 유력한 설로 방송)

#오래 앉아 있으면 하반신에 피가 쏠려, 그걸 해소하기 위한 반사적으로 다리가 떨린다.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행위에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그걸 해소하기 위해 다리를 떨어 기분전환을 한다.

#다리를 떠는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뭔가에 대한 욕구불만이나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도히 섭취한 칼로리를 본능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그러면서 다리 떨기가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뇌를 릴랙스하기 위한 도피행위의 일종이 아닌가 여겨지고 있으며"

"남성이 압도적으로 다리 떠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뇌의 구조(뇌량-좌우의 대뇌반구가 만나는 부분-의 두께)의 차이에 의한 게 아닐까"

라고 한다.


이번달이 마감이라며 여전히 200페이지나 남기고 쉼없이 쓸데없는 짓만 하고 있다...

한숨.




 

Posted by H군

여권

2008. 5. 20. 10:36

종로구청장에서 친절하기도 하시지, 여권이 10월이면 기한이 종료된다고 연장하란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여권 만든 지 5년이나 지났구나.

2003년 9월 30일 제대하고 바로 만들어 발급 날짜가 2003년 10월 8일.

(주민등록증 대신 여권을 들고 다녀 지금 가방 안에 여권이 있다.)

첫 출국은 2003년 10월 28일.

일본을 경유하여 밴쿠버에 갔다가 다시 일본.

일본 상륙 허가증이 8장. 거진 다 출장이었다.

말고는 캐나다 한 번, 인도 한 번.

입으로만 나간다, 나간다 떠들기만 했지 기껏 이 정도다.


여권을 휘리릭 펼쳐보다 머릿속으로 여행 동선 한 번 그려보고
 
한숨.


Posted by H군

라푼젤

2008. 5. 19. 12:39


요가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는 동작, 이른바 전굴을 할 때 곧잘 드는 생각.

예를 들어 무릎끓은 자세로 앞으로 숙여 정수리를 바닥에 대라는 동작이라 하면,

가슴과 무릎 사이에 끼인 앞배의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나름대로 머리를 천천히 내린다고 해도 결국 이놈의 무거운 머리통의 무게를 못 이겨 바닥에 쿵 찢고 만다.

그걸 또 다시 들어올리라는 말에 낑낑 목과 등근육에 안간힘을 쓰며 올려보지만 쉬울 리가 없을 터.


그러니 라푼젤이 아무리 머리카락을 길렀다고 한들 높은 탑에서 왕자를 끌어올리려면

얼마나 목 근육을 단련해야 했을까.

굳이 달인의 경지까지 이르겠다는 건 아니지만

과연 요가의 신묘한 능력이 내 머리통을 지면에 살포시 내려놓아주는 경지까지 이르게 해줄까.

요원하구나.






Posted by H군

다래끼

2008. 5. 15. 09:27
어제 저녁부터 왼쪽 눈이 뻑뻑하여 계절이 바뀔 때면 으레 닥쳐오는 알레르기 증상이거니 했는데

아침에는 일어나니 눈에 돌이라도 매달놓은 양 무거워 거울을 보니 역시나 다래끼.

초등학교 때 난 이후로 처음 다래끼가 난 것 같다.

다래끼의 원인이 당뇨 환자가 아닌 경우라면 대체로 피로, 스트레스 누적, 잠 부족이라던데

역시 난 보기보다 민감한 남자?

그나저나 어릴 때 다래끼 나면 민간요법으로 발바닥에 글씨를 쓰기도 했지만

눈썹을 뽑아 돌 사이에 끼어 남의 집 앞에 갖다놓았다가 누가 그 돌을 차면 옮겨간다 했더랬다.

근데 난 눈썹을 끼운 돌을 남의 집 앞에 갖다놓을 배짱이 없었던 건지, 애당초 잘못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집안 식구 중 누군가에게 원한을 품었었는지 아리까리하지만 여튼 항상 집 문 앞에 갖다놓았었다.

그래서 누구한테 옮겼던가? 역시 아리까리하다.







Posted by H군

꿈에

2008. 5. 14. 11:30

재채기, 기침, 가래, 콧물, 두통이 들쑥날쑥.

혹시나 조류독감이 아닌가 싶어 이이제이로 닭볶음탕을 먹었더니 그나마 좀 나아진 듯.

***

어제오늘 내내 잠에 빠져 비몽사몽하는데 오늘 아침 꾼 꿈에는,

작업한 원고 첫장을 펼쳐봤더니 내가 이런 대목을 작업했었나 하면서도 왠지 모를 낯익은 느낌.

아, 노르웨이 숲의 첫장. 어라, 그런데 화자는 여자다.

게다가 엉뚱하게도 함부르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면세품을 사는 장면이 나오면서

구두주걱을 샀다는 대목이 나와 이상하여 원문을 살펴봤더니

구두주걱이 아니라 계란말이용 프라이팬이다.

***

전화벨이 울리며 잠이 깨 받아봤더니 모 출판사 분이 내일 찾아뵙겠다고.

정신 없이 네네 하며 끊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오늘 만나자는 얘기였나 내일 만나자는 얘기였나 아리송.

내, 내일이 맞겠지?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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