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

2008. 3. 24. 10:42
두 번째 원고 넘기다.

이번에는 마감이 다소 티미하게 잡혀 있어 예의 비공을 꺼내들 필요는 없었지만,

생각보다는 이상하리 만치 늘어진 느낌.

사실 작년 여름에 이미 반절을 끝내놓아 금세 마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해놓은 반절의 확인하다가 그 어이없는 꼬라지에 화들짝하여

뜯어고치며 늘어지다가 결국 오늘 오전에서야 종료.

2월에 보낸 원고는 그쪽 홈페이지에서 눈동냥하니 이제 슬슬 작업을 시작하는 눈치.

다음 책 마감은 5월말.

과연 4월에 5박 6일간 맘 편하게 일본을 다녀올 수 있을려나...

Posted by H군

해지

2008. 3. 17. 10:22

며칠 전 통장 잔고를 확인하다가 휘둥그레지는 눈.

당장의 카드결제도, 공과세 납부에도 턱없는 잔고.

하여, 마이너스 22%에 이르는 일본 펀드를 해지.

다행이랄까, 무망하다 할까, 인터넷으로 바로 해지 가능.

(그러나 이체는 며칠 후라고-_-)

그래, 이런 게 프리의 삶이겠지 호호.

Posted by H군

2008. 3. 12. 13:38

2주 전쯤 등에 담이 들어 잘 때도 신음을 토하다가 한의원 가서 침도 맞곤 했지만

별 차도가 없어, 이거 담이 든 게 아니라 어쩌면 하는 맘에 내과에 가봤더니

의사가 내 증세를 들으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역력히 드러내면서도 생색은 내겠다는 듯 청진기로 꼼지락거리고 난 뒤

단순 근육통일 가능성이 당연마땅확연명백하다며

물 많이 마시고, 마그네슘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라 하며

근육통을 푸는 처방전을 내려줘서, 약국에 갔더니 저녁에 먹는 약이 따로 있다며

그건 다소 졸릴 수 있으니 꼭 저녁에만 먹으라하여

어젯밤 저녁을 먹고 그 약을 먹었더니 졸음이 사르르 몰려와

커피를 두 잔 내려마시니 각성 효과와 약물의 수면 작용이 충돌하는 듯하여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니 몸은 바닥으로 푹 꺼지는 느낌이 들면서도 잠은 안 들고,

그러다 몽환해지며 환각과 꿈의 경계 속에서 밤새 뒤척이다가

아침에 깨어나니 근육통은 어제의 85퍼센트 아프다고 해야 할까,

15퍼센트 덜 아프다고 해야 할까 애매할 따름.

Posted by H군

독서

2008. 3. 6. 09:37

바티스타 팀의 영광
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권일영/예담
광 몇 장에 고도리패에 쌍피까지 쥐고 고스톱판에 등장한 신참꾼이라고 할까.
쥔 패가 많으니 내놓을 것도 많고, 먹어가는 패도 그럴싸하다.
다만 내놓는 순서, 먹는 순서는 거칠다.
이해 안 되는 내용을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는 나로서는 더더욱 빨리 읽히는,
그리하여 순전한 엔터테인먼트로써는 꽤나 만족스러운.



외딴집
미야베 미야키/김소연/북스피어
누선의 맥을 정교하게 짚어가면서도 구성의 인위성을 드러내지 않는,
흔하디 흔한 말로 천의무봉의 솜씨.



전전転々
후지타 요시나가/신초샤
사채 빚에 쫓기는 대학생에게 자기와 산책 여행을 떠나면 백만 엔을 주겠다는 험상궃은 외모의 아저씨.
이 기묘한 콤비가 도쿄를 어슬렁거리며 벌어지는 해프닝, 그리고 소소한 미스터리.
이렇게만 따지면 제법 흥미가 생기고, 오다 조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 호평을 들었다는 얘기까지 얹어지면
꽤나 구미가 당긴다(사실 이 영화화 때문에 이 책이 소개된 셈).
이 흥미와 구미로 읽고 나서, 아마도 영화화가 꽤 재밌을 거라는 데 과감히 한 표 던진다.
발로 쓰지 못하고 머리로만 끄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모야마 비트 드라이브 桃山ビート・トライブ
아마노 스마키/슈에이샤
제20회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이 책 역시 캐릭터와 설정으로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쟁취한 아즈치모모야마 시대에 천재적 댄서와 하드한 샤미센 연주자,
천부적 리듬의 생득자인 흑인의 북, 그리고 피리 연주자까지. 이 네 명이 모여 이른바 밴드 결성!
이대로 쭉 돌진해주면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려면, 네 명의 청춘남녀는 격랑의 시대에 휘말리며
이야기는 애상조로 빠져든다. 이게 좋다할 이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철없는 나로선 좀더 종횡무진 질주해줬으면 하는 아쉬움.



나선 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장세연/손안의 책
Zoo
오츠 이치/김수현/황매
찜질방에서 읽은 책들.
불가마에 들어가 단편 하나를 읽고, 나와 땀을 식히며 다시 한 편 읽고.
어떤 면에선 정서상 대척점의 선 두 권의 책으로
각각의 세계에서 어느 일가를 이룬 작품들이다.
그럼에도 가노 도모코의 이 책은 밑바닥의 서늘함 같은 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
오츠 이치는 편차를 줄이고 좀더 궁리가 가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Posted by H군
수연 씨, 하치 언니의 나의 취향테스트 에 트랙백




지적이고 문학적인 장인의 취향

당신은 가장 지적이고 수준 높은 취향을 가졌습니다.

당신의 취향은 이중적입니다. 당신은 논리적이고 정교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것들 좋아하면서도,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다양성을 지지합니다. 이성적인 격식(decorum)을 중시하면서도 자유와 열정을 선호하는, 이중적인 완벽주의자라고 하겠습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20세기 인류가 배출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중 한명.
가난, 냉대, 정치적 핍박, 치명적 뇌손상 등에 불구하고
인간 창의력의 극점에 달했던 인물.
당신의 취향에겐 '영웅'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당신의 취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그리스의 소피스트 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오늘날 '궤변론자'로 폄하되지만, 소피스트들은 국내외 다양한 생각과 사상을 받아들여 민주주의 제도를 구축했고, 표현의 자유와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수없이 많은 위대한 희곡과 미술 작품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좋아하는 것
당신의 취향의 폭은 상당히 넓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많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것을 묘사하자면, "과감한 독창성과 분출하는 창의력을 철저한 절제력과 단련된 수양으로 다듬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글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후회는 한 평생 너무나 많은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세월이 더러운 여관방을 전전하는 동안
시장 입구에서는 우체통이 선 채로 낡아갔고
사랑한다는 말들은 시장을 기웃거렸다

새벽이 되어도 비릿한 냄새는 커튼에서 묻어났는데
바람 속에 손을 넣어 보면 단단한 것들은 모두 안으로 잠겨 있었다

편지들은 용케 여관으로 되돌아와 오랫동안 벽을 보며 울고는 하였다

편지를 부치러 가는 오전에는 삐걱거리는 계단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는데 누군가는 짙은 향기를 남기기도 하였다
슬픈 일이었지만

오후에는 돌아온 편지들을 태우는 일이 많아졌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맹세들도 불 속에서는 휘어진다
연기는 바람에 흩어진다
불꽃이 '너에 대한 내 한때의 사랑'을 태우고
'너를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나'에 언제나 머물러 있다

내가 건너온 시장의 저녁이나
편지들의 재가 뒹구는 여관의 뒷마당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나를 향해 있는 것들 중에 만질 수 있는 것은 불꽃밖에 없다
는 것을 안다 한 평생은 그런 것이다

"편지, 여관, 그리고 한 평생" 심재휘


저주하는 것
당신이 저주하는 사람들은 3부류로 나뉩니다. 첫번째, 가짜를 가짜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두번째, 가짜를 진짜라고 우기는 사람들. 세번째, 가짜인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판치는 사회일수록 당신은 불만과 혐오로 가득할 겁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세상을 온통 증오하는 까다롭고 시건방진 염세주의자로 착각하기도 하겠죠.

그러나 문제는 가짜가 판치는 세상입니다. 연기가 안되는 사람이 배우랍시고 돈을 버는 세상, 노래가 안되는 사람들이 가수랍시고 대접을 받는 세상, 이런 세상에 불만과 혐오를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죠.
 
당신 중 일부는 극단적인 엘리트 취향이라 단순히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다른 취향을 가진 인간을 멸시-차등화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심한 경우 우생학에 기반한 파시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관점이죠.







그래 세상은 나의 취향을 알아주지 못한 게야.

훗날 역사가 나를 평가하리라!!!!

흑. 그러나 개똥 밭에 굴러도 나는 이승이 좋은 걸.


테스트 하실 분은 여기로









Posted by H군

복귀

2008. 2. 23. 00:17
원고와 관련 자료를 넘기고 천안 누이의 집으로.

매형과 누이와 진탕 술을 마시고 떠들다 어느샌가 잠들었고

오전에는 동생 요가원에 잠깐 피해 있다가

오후에는 조카와 동네 산책.

편의점 파라솔 밑에 앉아 요구르트 두 개와 베지밀 하나, 소시지를 해치우고는

다시 메로나까지 챙기고 나서야 집에 돌아가겠다는 조카의 배는,

만 두 살의 그것이라 믿기에 다소 의심스러워지는 지경.

시댁에서 배웠다는 배추전과 새송이 버섯 숙회로 저녁을 때우고

서울행 버스에서 외딴집 하권을 읽어가다 막히는 차량 속에서 설피 잠들다.

그 사이 어느새 서울은 비에 젖어 있었고,

일박이일의 부재는 문앞에 두 개의 소포꾸러미와 신문을 포개놓고 있다.

엊그제 주문한 Sunny Day Service의 시디를 들으며 이제와 키보드를 또닥또닥.

주말에 들어서 일상으로의 복귀라니 좀 이상하지만,

그게 지금의 내 살이겠지.


Posted by H군

비공

2008. 2. 19. 17:28

먼 훗날 써야지 하며 봉인해뒀던 비공을 바로 풀고 말았다.

연재 신공.

오늘 우선 3장까지.

내일 모레 중에 다 넘기면 '각장 매일 연재 신공'이라는 막강 신공까지는 안 써도 된다.

편집자에게 보내고 메일을 받았다.

농담이라면서 "그 스승님에 그 제자님..."이라고.

스승님, 이 못난 제자를 용서해주세요.


Posted by H군

과잉

2008. 2. 15. 14:28

대단들도 하고 심심들도 하시지.

아무개, 아무개가 어디로 가는 게 그리도 입담거리가 된다니.

자의식 과잉들 아니신가요.





Posted by H군

귀경

2008. 2. 13. 08:55

어제, 귀국, 아니 귀성, 아니 귀경.

따뜻한 남쪽나라라는 혹자들의 감언이설에 그새 취해버렸는지,

15년 이상 살았던 그곳의 겨울 날씨를 잊고 알로하 셔츠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온과는 다소 거리가 먼 옷차림에 내려갔다 아흐레 있는 동안 벌벌 떨다 올라오니

여기도 동토의 왕국.

내려가서 일해보겠노라 노트북도 들고 갔건만 전원 케이블을 두고 왔고

버벅거리는 오야지 컴퓨터로 해본다 해봤지만 마감은 코끝인데

아직도 사십 페이지 남았다.

게다가 첫장을 훑어보다가 어이없는 오역들이 대인지뢰가 산비된 듯 마구 터져나온다.
 
아, 전화해야지...


Posted by H군

커피

2008. 1. 31. 14:13

세 시간 사이에, 과테말라, 브라질, 예가체프, 케냐 네 종류의 커피를

다섯 잔(케냐가 가장 맛있어서 두 잔) 마셔본 결과.



위 아프다.

커피도 과음은 안 좋다.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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