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2006. 4. 19. 17:41

방금 전 출간을 문의하는 이와의 통화

"저희 딸이 이번에 하버드에 들어갔는데요."

(음. 하버드 입학기라, 공부법에 관한 책이 될 수 있겠네.

<나나 너나 할 수 있다>나 <쌍둥이 하버드를 쏘다>처럼.)

"그걸 지켜본 우리 집사람이 말이죠..."

(아, 하버드에 딸을 보낸 어머니의 교육법?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우리 딸이 하버드에 들어가기까지 주님의 돌봐주심에 대한

신앙간증기를 출간하고 싶은데요"

"..."

(애초 공부법 따위로 뭔가 건져보겠다는 나라는 인간의 천박함이 경망스럽고 경멸스러우나)

불가지론과 무신론자과 냉담자 사이에서 서성이는 나로서

오래된 지론 중 하나,

딸과 기도는 골방에서.


Bach_Partita No. 6 in E minor BWV 830
Glenn Gould_piano(1957)


*바흐를 진정 이해하기 위해선 신앙심은 필수불가결한 것일까.
굴드에게는 그것이 있었을까.
모를일이다

.

Posted by H군

냉면2

2006. 4. 19. 10:49


붐붐의 냉면에 대한 소고 포스트에 트랙백


지난 주말, 드디어 우래옥에 가다.

라커스 형의 찬사("평양냉면 사대천왕 중 아마 최고라고 할 수 있을게다")와

붐붐과 솜이불 커플의 투정("국물이 느끼해") 사이에서 당연히 라커스 형의 말에

신뢰를 두고 형과 함께 찾아간 우래옥.

<한국 최고의 가게>(흐름출판)라는 책을 보면 우래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우래옥을 찾는 미식가, 특히 냉면 예찬론자들은
'인이 박인다'는 말을 입에 올린다.
우래옥의 냉면 맛에 길들여져 다른 집 것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
우래옥의 육수는 순수한 고깃국물이다. ]
한우의 엉덩이살과 다리 안쪽살을 네다섯 시간 푹 곤다.
(...)
우래옥의 냉면 값은은 호텔을 제외하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
최상의 재료로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김전무의 말이다.


우래옥의 냉면 맛은 다른 곳과 애초 종류가 다르다.

우선 대접을 들어 국물 맛을 진하게 느끼고 난 뒤,

면발을 후루룩 넘기며 면발 사이사이에 밴 국물 맛을 살포시 다시 느끼고

입에 진하다 싶으면 냉면 고명으로 얹어진 김치를 베어 물면

다시 국물 맛이 그리워 대접을 들어 들이키는 과정의 무한 반복...

을밀대는 을밀대 대로 존재하는 또다른 종류의 맛이고

우래옥 역시 우래옥 대로 차원이 다른 종류의 맛을 선사한다.




Posted by H군

요령

2006. 4. 18. 11:40



어떤 만화에서 봤던가.

여튼 그 만화에 참으로 직장인으로서 새겨들을 명구가 나오는데 거칠게 인용하자면

몸이 아픈 날, 회사 결근해서는안 된다. 그런 날일수록 기를 쓰고 출근하여

모두의 동정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 낫다.

결근은 몸이 쌩쌩한 날에 해야 한다. 그래야 맘껏 놀 수 있다

직장인이 아닌 시절, 이걸 보고 무릎을 치며 탄복을 했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절감하고 있다.

어제도 회사사람들이랑 술 마시고 끝나 혼자 더 마시러 갔는데

그런 날일수록 다음날 평소처럼 출근해야 한다.

일도 못하는 주제에, 술꾼이라고 찍혀 있는 마당,

술 많이 마시고 지각하는 건 치명적인 뻘짓.

술 잘 마시고 일찍 출근하고 청소 시간에 빠릿빠릿 움직인다 말고는

별 장점 없다는 들통나고 있는 요즘, 갈수록 요령으로만 버텨간다.


Bartok_Music for Strings, Percussion and Celesta SZ 106
Fritz Reiner_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사진은 지난 1월 찍었던 내 자리 풍경)
Posted by H군

무늬

2006. 4. 17. 09:21
붐붐 블로그 The Sea and Cake "Jacking the Ball" 에 트랙백



Beethoven_Violin Sonata No. 4 in A minor op. 23
David Oistrakh_violin
Lev Oborin_piano


베토벤은 '봄'으로 알려진 바이올린 소나타 5번과 이 곡 4번을 동시에 작곡했다고 한다.

그 분위기는 사뭇 달라서 넘치는 생동감으로 훗날 '봄'이라는 부제를 얻은 5번과 달리

4번은 음울하다고 할까, 그 정조가 어둡다.

이렇게 상이한 형상들이 포개져 마음의 무늬를 이루는 것이겠지.

5번의 익숙한, 또는 강요하는 듯한 명랑함보다는

4번의 의도적인 한숨이 조금 더 끌리는 것도

내 마음의 무늬의 한 형상이다.



에잇, (붐붐 말대로) 닥치고 음악이나...

Posted by H군

편견

2006. 4. 14. 08:20

얼마 전부터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주제에 벌써부터 멋대로 편견을 지니고

그 음악가들에 대해 상상을 한다.






우선 브람스는 80년대 가요 같다는 느낌.

그 익숙한 멜로디에 정겹다가도 때로는 구린 맛이 난다.





모차르트는 비틀즈?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편차 속에서 힐끗 고개 내미는 명랑함이라고 할까.






베토벤은 아이언메이든*(메탈그룹 말고 그 중세 고문 기계).

그 꽉 조이는 조밀함에 때로 전율이 일고 때로 지치다.



슈베르트는 말 그대로 노래.

어떤 곡에서든 입으로 따라 부르게끔 하는 멜로디가 포착된다.



Schubert_Arpeggione Sonata in A minor D. 821
Maurice Gendron_cello
Jean Francaix_piano

*가장 좋아하는 곡 하나만 고르라면 지금까지는 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일 듯.

위에도 썼지만 장드롱의 첼로에 맞춰 흥얼거리며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Posted by H군

과외

2006. 4. 13. 09:26

바에서 잡담을 나누던 중,


나 : 요새는 왜 그런지 브람스가 너무 좋아요.

형 : 봄인데? 브람스는 가을에 제일 좋은데 말이야.

나: 그런가요? 저도 브람스 잘 안 들었는데 이상하게 요새 브람스가 잘 들리더라고요.
    특히 클라리넷 트리오랑 퀸텟.

형: 흐흐. 그건 브람스라서가 아니라 목관악기라서 그래.
    봄엔, 목관악기가 아주 좋거든.



어쩐지, 이전까지 브람스는 바이올린 소나타 말고는 그닥 안 듣다가

최근 클라리넷 트리오와 퀸텟을 아주 기분좋게 듣고 있었는데, 이유는 그런 것이었다.

형과 아주 가끔 클래식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들을 방향을 잡아주고

애매했던 부분을 풀어주곤 한다.

이런 게 바로 원포인트 레슨이고, 족집게 과외라는 걸까^^



Brahms_Clarinet Quintet in B minor op. 115
Leopold Wlach_clarinet
Wiener Konzerthaus Quartet


   

Posted by H군

만화

2006. 4. 12. 18:59



만화 원고를 진행하고 있노라니, 공으로 일한다는 기분.

웹 연재분이랑 비교한다며 컴퓨터에 만화를 띄워놓고 보다가

내친 김에, 다른 연재물까지 본다.

뭐라한다면 참고한다 하면 될테니.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피곤해지겠지만.

Posted by H군

냉면

2006. 4. 11. 18:36
냉면 4대천왕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평양면옥에 다녀오다

(여기에서는 의정부 평양면옥을 꼽고 있는데 내가 간 곳은 장충동 평양면옥).

점심에 외부 기획사 사람과 만날 일이 있었는데 부러 장충동으로 약속을 잡아

평양면옥에서 물냉과 또다른 별미라고 소문난 만두까지.

















처음 국물을 들이 마신 맛은, 어떤 이가 언급한 말을 따르자면 '밍밍한 소금물'맛이다.

그렇다고 식초와 겨자(또는 설탕)로 맛을 더하는 건 반칙인 것 같아서 그대로 먹는다.

먹다보니 나름 적응은 되는데 이걸 어떤 맛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하다.

면발은 꽤 맛있다. 가위 필요없이 잘 끊기면서도 적당한 탄력으로 잘 넘어간다.

만두도 역시 아주 슴슴한 맛.

김치 속을 넣지 않았고, 다른 향이 강한 야채도 없는 듯.

으깬 두부의 고소한 맛이라고 할까.

10번은 가야 그 맛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데, 과연 10번을 가게 될는지.

을밀대도 당장 먹을 때는 몰라도 뒤돌아서니 그 맛이 땡긴다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뒤돌아선지 6시간이 지난 지금 땡기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4대 천왕 중 우래옥만 남았다. 기다려랏, 우래옥!





Posted by H군

피식

2006. 4. 10. 19:22
뉴스 보다가 피식.

이명박, "잘 결심했어요"

이명박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한 오세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서울시정에서 환경, 문화가 중요하다"

거참, 농담도...
Posted by H군

봉창

2006. 4. 10. 19:04

회사 들어오고 생짜 원고부터 진행하여 출간까지 봤던 다이어트책.

건강서는 처음 해보는지라 계속 헤맸고, 보도자료랑 표지문안, 광고문안 뽑으면서도

당최 감을 못 잡아 고생했는데 여튼 책은 나왔고 팔아보겠다고 이것저것 이벤트를 걸었다.

그 이벤트 상품 중에 제일 그럴싸했던 건

저자가 근무하는 비만클리닉 3개월 진료권(10명분)이었는데,

이벤트 끝나 당첨자에게 통보하기 직전 저자에게 진료권을 어떻게 받을까 전화했더니...

"내가 언제 10명 주기로 했냐, 나는 2명밖에 못 준다"

허걱.

이 무슨 자다 봉창 뚫는 소리.

처음에 6명분 주겠다고 했다가 출간 전에 10명까지 책임지마 라고  한 양반이

이제와서 책이 생각보다 안 나가니까

(애시당초 10만 권 운운하며 헛소리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딴소리 한다.

오후 내내 이 껀 뒷처리하다가 겨우겨우 땜빵을 해놓았다.

옆자리 앉은 과장이 메신저로 말을 한다.

"**씨, 이 저자는 사장님 라인으로 들어온 거니까 저자와 통화할 때 화난 거 티내지 말고

점잖게 잘 말씀드려서 해결해야 해요."

"아시잖아요. 제가 화낼 줄도 모르는 **씨라는 거."

그렇다. 이 상황에서도 저자에게 험한 소리 한 번 못하고 일은 끝났다, 제기랄.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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