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제1회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작입니다.
오에 겐자부로 상이 무엇이더냐 물어보신다면, 우선 오에 겐자부로에 대해 먼저 소개해 올리는 게 마땅하겠습니다만, 부끄럽게도 제가 오에 겐자부로에 대해 아는 바라 한다면 일본인으로 노벨 문학상을 두 번째 수상한 작가라는 것뿐입니다. 다행하게도 오에 겐자부로의 책이 국내에 어느 정도 소개됐으니 그편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들어와서 오에 겐자부로 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다음의 기사를 슬쩍 옮겨 봅니다.
“노벨 문학상 오에 겐자부로 한 사람이 심사위원이 되어, 가능성과 성과를 인정할 만한 ‘문학의 언어’를 지닌 작품을 수상작으로 한다. 상금은 없고, 영어, 불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에 발간된다. (중략) 오에 겐자부로 씨는 “세계를 향해 일본의 훌륭한 문학의 언어를 보여주고 싶다. 일본 국내에서 순문학이 화제가 되는 일이 없어졌지만, 사회의 중심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소설을 진심으로 읽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2005년 10월 5일자)
이러한 상으로는 첫 번째 수상작이 바로 여러분이 읽으신(혹은 읽으실) 나가시마 유의 <유코의 지름길>입니다. 그렇다면 오에 겐자부로는 이 작품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일본의 웹에서는 2007년 6월호 <군조(群像)>에 실린 심사평의 한 대목을 누차 인용하고 있습니다.
“아스라이 그리운 소설의 매력을, 완연히 새로운 일본인을 통해 구현한 작품”
또한 수상 이후 오에 겐자부로와 나가시마 유 사이에 행해진 대담에서 오에 겐자부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눈에만 발견된 것을, 별다른 의식 없이 소설 속에 드러내는 재미가 있다. 베란다에 세탁물을 거는 도구처럼 이름도 없는 사물에 대해 당신은 쓴다. 그리고 하나의 사물을 두 번 묘사함에도 같은 장소에서는 쓰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당신은 모럴리스트다. 모럴리스트는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소소한 것들을 쓰는 사람도 일컫는다. 당신 소설에는 프랑스 풍속소설에서 나타나는 듯한 관찰력이 있다. 플로베르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오에 겐자부로의 평가에 일견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정말 그런가 하며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 건 제가 그저 과문한 탓이겠지요(참고로 나가시마 유는 오에 겐자부로 상을 타기 전까지 한 번도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옮긴이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나가시마 유의 작품은 소설 그 자체로 오롯한 매력이 존재하는데, 그 매력의 정체를 형용할 단어가 무언지는, 옮긴이 이전에 나가시마 유의 애독자로서도 아직 발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어쨌든 옮긴이로서는,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 여러분이 <유코의 지름길>을 즐겁게 읽는데 제 번역이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이 작품 이후로 <에로 망가 섬의 세 사람>이라는, 에로스와 교태, 정염, 관능이 들끓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럴까요, 라고 의뭉 떨게 만드는 제목의 나가시마 유의 이색단편집으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옮긴이
P.S. 이 소설에 등장하는 판화가 앤드루 그리핀의 정체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감히 짐작컨대 희대의 엽기 만화 <파타리로> 중 ‘그리핀의 에칭’이라는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판화가 앤드루 그리핀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소설 속의 주인공이 보는 복각판 만화 역시 <파타리로>가 아닐까 추측해보면서, 국내에 다시 <파타리로>가 다시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참 재밌었다고 씨익 웃으며 말하면 왠지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만화이긴 했습니다만, 참 재밌었습니다.
포스팅에 대한 의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블로그를 덮든, 엎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어쨌든 근황만이라도.
*4일간의 예비군 훈련 기간 중 마지막 날 못 나가고 사흘 출퇴근. 올해부터 예비군 훈련 빡세진다고 기사까지 떴던데 여느 예비군 훈련과 대동소이했다. 이제 올해 2박3일 동원 한 번과 8시간 추가교육이면 대충 끝난 건가, 휴.
*굳이 꼽을 이유는 없지만 예비군 훈련 기간 내 성과라면 꽤 재밌는 책 두 권 읽었다는 정도. <달려라, 다카하시> 를 키득키득 읽으면서, 역시나 무라카미 류는 한국에서 상당히 오해받고 있다는 안타까움. 또 신SF물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불리는 소설은 역대 읽은 책 중 재미만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재밌었다.
*작업은 나가시마 유의 단편집을 하다가 이상하게 진도가 안 나가, 차라리 유메마쿠라 바쿠의 <신들의 정상>을 정리하고 넘기는 게 나을 것 같아 이쪽을 손대는 중. 그나저나 초반의 카투만두 묘사를 새삼 읽다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떠오르면서 그게 언제였나 싶기도 하다.
*근래 본 영화로는 <적벽대전 2> <열대병> <워낭소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왓치맨> 정도인가. 감상평은 다음 포스트 주제로 남겨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