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라고 할 정도로 작업은 지지부진, 아니 그냥 손을 놓은 상태.
군더더기 없이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꽤 재밌는 책을 잡고 있으면서도 그렇다.
네팔에 있을 때는 심지어 하루에 문고본 60페이지까지 작업했었더랬다. 아니 진짜 그랬나? 그냥 까마득하다.
어쨌든 통장의 잔고는 저인망으로 쓸어담아봐도 건질 게 없는 상황.
일을 해야 한다.
*하여 간만에 일을 하다가 느낀 점.
어떤 단어를 두고 몇 개의 선택지 가운데 고르는 지점은 대개가 그저 심심 무난한 곳.
내가 작업한 책을 읽은 지인들로부터, 왠지 너다운 표현이 있더라는 식의 말을 듣고 나서는 더더욱 그러한 경향이 심화된 듯,
라고 해봐야 핑계겠지.
*또한 간만에 출근한 카페에 해보니, 묘하게도 나이 든 양반들이 많다.
아침부터 카페라니 신세 좋으시구려, 라고 남말할 처지는 결코 아니지만,
여튼 힐끗 봐도 그리 분위기가 해맑아보이지는 않는 노친네들이 모여 앉아,
아무것도 주문 않고 재떨이를 가운데 두고 뭔가 밀담을 나누고들 계시다.
얼핏 들려오는 휴대폰 통화 소리, "그러니까 여기가 시네마극장 옆 건물 삼층이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설명인데, 몇 분 후 이영차하고 아저씨 한 분이 나타나시는 걸 보면
저것도 내공이라면 내공이랄까 싶어 묘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어찌 됐든 연말이기도 하고 잠깐 나가 지내왔던 관계로 드문드문했던 이들과 연락이 닿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는 일이 잦다.
나라는 인간이야 언제인들 부박하게 주둥아리를 놀려대왔었고, 근래까지 그래왔지만,
요새 들어 입조심해야겠다는 생각만은, 그래, 생각만은 든다.
유치원에서 배워뒀으면 좋았을지, 혹은 그저 품성의 문제인지 모를 경우들이 근자에 잦다.
*출근하기 전 자주 들리는 분식집.
네팔 다녀와서 간만에 들렀을 때도, "청년 오랜만이네."라고 근 일 년만에 말을 거시더니,
오늘은 "학생, 요새는 무슨 수업 듣길래 아침 일찍 나왔나."라고 인근 학원가 학생으로 오인해주셨다.
몇 년 전 홍대쪽 출판사 다닐 때 한손에 만화책 들고 편의점 들렀다가, 점장 아저씨 왈, "학생이 아침부터 만화책이나 보면 쓰나."
라는 발언에 비견할 만하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하하 이제 서른 중반이다-_-
*추가.
아마존재팬에서 미스터리 책을 훑어보다보면 마냥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히**노 게*고, 가*도 다*루, 이*카 고*로, 미*베 미*키, 모* 히*시 등을 빼고 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