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에 2권이 동시 출간되며  런칭될 일본소설 시리즈 중 한 작품에 대한 각종 독자평들.
번역이 안 끝나 나 역시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런 서평만 봐도 꽤나 재밌을 것 같다, 라고 낚시질
(이라고 하면서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한 이런 서평을 모으고 대충 번역하는 것이 업무의 태반).

출처는 아마존재팬과 BK1에서.



절로 미소짓게 만들며 마음이 따스해지는 귀여운 연작 소설집.
읽고 나면 푹신푹신, 푸근푸근, 몽실몽실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그런 소파에서 푹 늘어져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새끼 고양이가 떠오른다.


일상 속의 사소한 행복을 사랑하게 만들면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과 이야기.


이것야말로 세* 마**의 제맛이 아닐까.
어깨 결리는 일없이 기분 좋게 읽히면서 상쾌함까지.
속편이 나왔으면좋겠다.


왜 루이스가 얄밉지 않는 걸까.
이렇게 자기 멋대로인 캐릭터가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것만으로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기 쉬운 것일까.
잘 읽어보면 루이스가 조금씩 성장해간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 운마저 좋아지는 듯한 기분!
이 책을 읽고 잠들면 기분 좋은 꿈을 꿀 것만 같다.


“힘내”라는 말, 정말 싫어하는 말이다. 듣기도 싫거니와 하기도 싫다.
“힘내”라는 말을 듣게 되면 “안 그래도 있는 힘껏 힘내고 있단 말이야, 바보!”라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대꾸할 정도다. 그렇지만 세* 마**의 <**의 소유자>에서의 “힘내”는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호호호 웃음이 새어났다.
안 좋아하던 말에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어쩌면 처음 일어난 일인 듯.
태어난 이래 첫 느낌, 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호들갑떠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꽤나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말은 바뀌지 않는다. 때로는 무책임할 정도로 변화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것이다. 완고한 나일지라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 OL(Office Lady)인 점성술사.
강력한 행운을 소유한 연인을 얻고, 장사도 그럭저럭 번창 중.
사소한 불만은 조금 있을지라도,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녀에 대한 평판이 널리 알려지며 차례차례 찾아드는 사람들.
그녀는 사람들의 고민에 시달려가며, 그곳에서 잠시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살펴보며,
마이 페이스로 앞으로 나아간다. 적당히 때워가던 점도, 어느 샌가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다루게 되고,
애인에 대해서는 이미 진지함을 넘어서, 끈적끈적한 집착마저 보이고 있다.
실로 바쁜 나날이다. 완전 바쁜 게다. 그렇지만 어떻게 말하자면, 그 흘러가는 시간은 평화롭다.
그것이 왠지 묘하면서도 템포 있게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점에 대해선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 흥미를 갖는 건, 대개 연애를 하고 있을 때뿐이라서,
편하게 서서 잡지를 들춰볼 때나, 헤~하는 정도.
생년월일이나 성명학에 이르면 두 손 들어버린다.
그야말로 자신의 숨겨진 참담함을 드러내, 자각당하는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런데도 가끔은 신경 쓰게 되는, 별의 순환이라든가, 점 따위에, 인생이 결정될쏘냐, 와 같은 마음이
내게는 꽤나 있다. 그 때문일까, 이 이야기 속 언어에 꽤나 흔들리고 만들었다.
이것이 '점에 의한 운명'을 믿는 사람이라면, 호호호 하며 미소를 짓게 만들 일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괜한 걱정을 한다.
각설, 초미의 ‘강운의 소유자’인 연인에 대해. 그는 특별히 멋있다거나,
또는 아주 성격이 좋다, 라고 할 그런 타입이 아니다.
오히려 수수한 편. 심지어 쓸모없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주인공과 연인의 관계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귄 지 2년이 되면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서로의 단점에 대해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아주 조금일지라도 살아가는 게 쉬워진다.”이라는 대목에서는,
호~하고 절로 감탄할 정도. 틀림없이, 어느 한 사람에게 얼마나 강운을 가지고 있다한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와 관계되어 함께 받쳐야만 그때서야 강운이 된다.
호호호 라고 웃는 것과 마찬가지다. 난 그런 느낌이 든다.


주인공은 전 OL로 지금은 꽤나 잘나가는 점성술사인 루이스 요시다.
공무원으로 평온한 연인, 미치히코와 동거 중. 점성술사로서의 일은 직감으로 때우며,
손님이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엄마랑 아빠 중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좋겠냐는 꼬마가 묻질 않나,
마음에 든 남자를 꼬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여고생이 몇 번이고 물어오질 않나,
종말을 알 수 있다라는 어시스턴트가 나타나질 않나...
수수께끼로 가득찬 점성술사로서의 일상이, 너무나 즐겁고,
그리고 늘상 흐뭇하게 그려진 유쾌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요소도 있고, 연애도 있고, 주인공의 성장도 있기에 틀림없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다.
그나저나 미치히코의 생활이 너무나 부럽다.
흑. 어쩜 그렇게 행복한 매일인지. 별의별 것들로 채워진 깜짝 요리,
두 사람의 데이트, 평상시 대화의 사랑스러움까지
오랜만에 공감되는 커플을 본 것 같다. 기분 좋은 작품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Posted by H군

다이어트

2007. 2. 5. 11:10
지난 토요일 두 달만에 제주에서 올라온 동생과 함께 목욕탕 갔다가

간만에 체중을 쟀는데, 지난 1월 1일 지난 시점으로 딱 한 달간 5kg 감소.

물론 -5kg라는 것이 지난 연말에 Y의 귀국을 포함하여 숱한 술자리로 인해

엄청나게 불어버린 몸무게가 포함되어 있기에 의미 둘 바는 아니지만

현재 몸무게는 인도 다녀오고 난 직후보다 조금은 덜 나가는 상태.

역시나 10년 전 몸무게를 생각하면 지금도 엄청나게 찐 건 변함없지만.

1월을 기점으로 살이 빠질 수 있는 여건을 생각하면 역시 회사 옮긴 것이 절대적이다.

우선 섭식에 있어서의 변화.

전 회사의 경우, 누구 생일이면 아침에 케익이나 떡을 돌리고,

손님 방문하면서 역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와 역시 그것도 배분이 되니

몇 점 집어먹게 된다. 거기에 오후되면 배고프다 하여 떡뽂이, 순대까지 사서 먹는 일이 종종.

그런데 여기와서는 그런 간식거리가 거의 전혀라고 할 정도로 없다.

그리고 달라진 점은 하나는 안정적인 운동시간의 확보.

전 회사에 있을 때는 일반적인 퇴근 시간이 8시 근방. 그러니 평일에 운동하러 가기가 만만찮다.

그런데 여기서는 별일 없으면 6시 반 정도면 퇴근이 가능. 술약속이 없는 날이면 운동할 수가 있다

(물론 술약속이 잦아서 문제다). 그래서 많으면 일주일에 너댓 번은 운동이 가능해진 것.



어쨌든 살이 빠졌다는 기쁜 마음에, 토요일 '김' '기' '식'이 낮부터 모여 하동관 곰탕에 소주 한 병을 까기 시작,

남자 셋이 모여 <천하장사 마돈나>를 DVD방에서 보고,

인사동 여자만에서 과메기에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다가, 트랜스 지방이 땡긴다는 '식'형의 말에

둘둘치킨에서 마늘과 후라이드 반반에 맥주를 마시고,

라커스 가서 또 맥주를 마시다가 혼자 남아 R형과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3시 넘어까지 들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귀가해버렸다.

이러니 말짱 도루묵이겠고나.






Posted by H군

손을 끼는 방법과 팔짱 끼는 방법에 따라 두뇌의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 타입에 맞춰
성격을 테스트하는 것인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여튼 내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는데,




드라이하고 유연한 조종가
인풋은 좌뇌, 아웃풋은 우뇌로 행하는 <좌우> 타입은, 상황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결론을 낸 상태에서,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매사를 그 이면의 이면까지 의미를 분석하서 상대방의 상황을 끝까지 보고 난 뒤 교묘한 언어로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은 책사다.
냉정하고 균형미 있게, 납득하기 쉬운 해결을 이끌어내기에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존재다. 인간관계는 소프트하지만, 늘 적당한 거리를 두는 어른스러운 만남이다. 그 거리감을 드라이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각을 세우는 걸 싫어해서, 싸움이 일어나거나 하면 양쪽 입장을 세워 수습하는 것이 능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심하다. 자신의 취미나 목적 달성을 이해 노녁을 아끼지않고 열심히 연구하여, 박식하고 머리가 좋다라는 인상을 준다. 오타쿠 소질도 있다. 과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 효율주의자로서 무리라고 느껴지면 금세, 무난한 선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그런 면을 두고 아쉽다라고 느끼는 상대도 있을 것이다.




볼드 친 것 외에는 그닥, 이라고 하지만 그 볼드 친 내용은 통렬하다고 할까-_-

심심해서 해보고픈 분은 여기로...라고 해도 일어 사이트입니다. 번역기를 돌려보시든가 알아서...
Posted by H군
굳이 겨울이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듣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곧잘 듣게 된다.

아니 꼭 <겨울나그네> 뿐만 아니라 요새는 그냥 슈베르트.

어느 클래식광이 내게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슈베르트라, 좋지. 젊을 때 한번 버닝할 만하지."

그럼 나 아직 젊은가.ㅎ 그냥 철 없는 거겠지.


밀어내기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 1번 Gute Nacht.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와 피아노에 제랄드 무어라는 희대의 콤비.





Posted by H군

Goodbye Hitel

2007. 1. 29. 13:48

PC통신 하이텔, `역사 속으로..'



하이텔이 다음달 말로 사라진다고 한다.

하이텔이 전성기가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90년대 학번, 그러니까 70년생들이면

하이텔이나 천리안, 또는 나우누리와 같은 이른바 PC통신에 대한 나름의 기억이 있지 않을까.

내가 처음 하이텔을 써본 것은, 94년 2학기, 학교 교지에 들어가면서 교지에서 쓰던 하이텔 아이디를

공유하게 되면서부터. 그러나 여러 사람이 쓰다보니 낯선 남자로부터 "XX님 어젯밤에는 즐거웠어요~"와 같은

야리꾸리한 귓속말(지금이면 인스턴트 메시지, 이른바 쪽지일텐데 하이텔에선 귓속말이라고 불렀던 듯)이

날라와 95년쯤부터 내 아이디를 만들었다. 그때의 아이디는 1973pin.

사실 하루키의 소설 <1973년의 핀볼>에서 따 1973pinball이라고 입력하라고 했는데 글자 수 제한되는 줄 모르고

치고 입력하고 나니 1973pin이 돼버렸다. 그래서 73년생이냐는 질문을 꽤 받았는데 온라인상에서 부정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아하~" 이러면서 73년 이전생으로 멋대로들 생각했다.

뭐 불평할 처지도 아니었지만. 각설.

하이텔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건 모 영화동호회.  

이때 만났던 사람들 중에 지금까지 연락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가끔 영화판이나 관련 지면을 보다보면

그때의 인물들이 불쑥 튀어나와 미소 짓게 된다(물론 꼴보기 싫은 인간이 조금 더 많긴 하다).

이렇게 영화판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마니아틱한 인물도 많아서인지

어울리기도 잘 어울렸지만 또 싸움도 꽤 많았던 곳이었다.

한동안은 내가 신촌의 놀이하는 사람들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모여서

하루는 선글라스 끼고 온다거나, 하루는 검정옷을 입고 온다거나 하면서 즐겁게들 놀았다.

입에 담배를 물고 피쳐 갖다주고, 새우깡 더 달라고 하면 봉지 채 던져주면서.

지금 생각하면 그 하이텔의 동호회에 가입하여 놀았던 인물들은

마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제이스 바에 등장인물이라도 된 듯 별로 쿨할 것도 없는 인생들이

쿨한 흉내를 냈던 게 아닐까. 그림 속의 원숭이처럼.

"왼쪽 원숭이가 너고, 오른쪽이 나지. 내가 맥주병을 던지면 네가  술값을 던져 보내는 거야."

하이텔이여 안녕.














Posted by H군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의 머리와 가슴,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가 태어나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라. 당신이 듣게 될 이야기는 진실이 아닌 한 편의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
-5쪽


나의 불만은,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에 대한 것이지요. 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 굴뚝 위에서 포효하는 곰처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진실이 도움이 되던가요? 침실 벽에 번개가 번쩍거리고 빗줄기가 그 긴 손가라으로 유리창을 두들릴 때는 또 어떤가요? 전혀 쓸모가 없지요. 오싹한 두려움이 침대 위에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 때,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앙상한 뼈다귀 같은 진실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겠지요. 그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의 위안이지요. 거짓말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 말이에요.
-14쪽


예의를 갖추기란 참으로 쉽지 않나? 특별한 재능이 필요치 않으니까. 다른 모든 것에서 실패했을 때 남아 있는 것이 선함이지.
-68쪽


인생은 회반죽이야. ( )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래. 지금까지의 내 삶,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 내게 일어난 모든 사건들, 내가 아는 모든 사람, 나의 모든 기억, 꿈, 환상, 내가 읽은 모든 것들. 그 모든 것이 그 반죽 속에 던져졌다네. 시간이 흘러 반죽이 발효했고 결국엔 검고 비옥한 거름이 된 거야. 세포의 분열과정을 거치면서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 어떤 사람들을 그걸 상상력이라고 부르지. 나는 그것을 반죽이라고 생각한다네. 때때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그걸 그 거름 위에 심은 다음 기다리지. 나의 생각은, 한때는 생명이 있었던 그 검은 퇴비로부터 양분을 먹고 자라는 거야. 그리고 스스로 힘을 갖게 되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지. 그러다가 어느 화창한 날, 난 하나의 이야기, 소설을 갖게 되는 거야.
-69~70쪽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세 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다.
600쪽에 가까운 두께가 부담스럽게 하면서, 책을 펼친 순간 위와 같이, 과실의 생을 응축한 씨앗처럼 조밀하고도 단단한 진술이 어깨죽지에서 날개가 돋아 황홀한 비상으로 이끌 듯이 이야기 속으로 흡입시킨다.
그래, 이게 처녀작이란 말이지, 하고 반은 감탄하고, 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열세 번째 이야기>는 무슨 상관이람  하고 아랑곳않는다는 듯 도도하게 책상 위에서 놓여 있다.
알았어, 얼른 다 읽을께.







SCHUBERT: Piano Sonata No. 21 in B flat major D. 960 Andante sostenuto
Piano_ Sviatoslav Richter





Posted by H군

작년 초니까 꽤 지난 이야기지만, 일본 아마존을 보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어

대충 내용소개와 독자평을 정리하여 위에 올렸더니, 특히 사장이 그 책이 꽤나 마음에 든 듯,

얼른 구해보라 하여 특급으로 받아 보여줬다.

일반인보다 10배나 빨리 늙어 평균수명이 13세라는 조기노화증 환자인 열네 살 소녀가,

항상 죽음을 예비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너무나 밝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본인의 삶을 쓴 책.

나이가 나이다보니 내용도 쉽고, 분량도 꽤 짧다.

사장이 책을 이리저리 흝어보더니, 나 주말에 이 책 읽고 싶은데, 란다.

그러니까 나보고 번역을 해서 주라는 말씀.

하여 급하게 책을 번역하게 됐는데, 이게 참, 문장은 참으로  쉬운데 그 내용이 너무나 밝고 건강하여

번역하면서도 마음이 영 불편하다. 게다가 14살 소녀적 감수성을 담으려니 더욱.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장.


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웃고 있으면 모두가 행복해지는걸요.

차를 타고 갈 때, 거리를 걸어갈 때, 저를 신기하게 쳐다볼 때면
짜증내지 않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여요.
그러면 그 순간 그 사람도 제게 웃음을 지어줘요.
 



이런 표현을 옮겨 치면서 속이 니글니글거려 참 힘들다.

이 불건전하고 타락한 속물인 나라는 인간이 이런 글을 읽고 옮긴다는 건 참으로 곤욕스러웠다,

라고 아까 점심 먹으며 누군가가 그 책의 행방에 대해 물어 갑자기 든 생각.

어쨌든 그 소녀가 아직까지 건강하고 밝고 살아가고 있기를!


*사실 다큐멘터리로 먼저 만들어져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는데 방송국과 판권이 복잡하게 걸쳐 있어

책은 국내에 나오기 힘들 듯. 뻘짓을 한게다.

*제목은 하루키의 <무라카미 아사히도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에 실린 '취미로서의 번역'에서.








Posted by H군

무릎 통증

2007. 1. 25. 09:00
작년 10월 혹자가 일컬은 크레이지 등산 이후, 무릎 상태가 영 아니올시다였다.

운동을 조금 무리하게 했다 싶거나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이면 무릎 양쪽 사이드부위가

아파서 새벽에 깰 정도. 걷는 것도 불편해 특히 계단 내려갈 때면 절뚝절뚝.

그런데 웃긴 것은 오후쯤 되면 괜찮아지면서 저녁이 되면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해진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하고 나면 반대쪽 무릎에 똑같은 통증.

이런 증세가 몇 달간 반복적으로 나타나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정형외과에 갔더니

무릎을 돌리고 구부리고 만지작거리더니만 아무 이상 없단다.

아니, 저기 제가 아파서 새벽에 깨날 정도라고요, 라고 얘기해도 괜찮단다.

그 아픈 부위가 운동 무리하면 염증이 생길 수 있는 부위라고. 술 먹으면 더 자극되고.

MRI 찍으라 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X레이도 안 찍고 약도, 파스 한 장도 없다.

내심 마음이 놓이면서도 뭔가 납득이 안 된다.

그래서 달리는 의사회에 소속된 의사가 답해주는 모 사이트에 내 정황을 써놓고 어쩌면 좋냐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이 답을 해준다.



계속 걷기만 하셨더라도 현재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을까 싶네요.
거의 가벼운 조깅 속도로 걸으시는데, 빠른 걷기 때는 정상적인 걷기의 자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달리기보다 더 많은 열량이 소모되고,
그만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일단 걷기 속도를 5km 정도로 낮춰서 현재 하시는데로 한번 해보시지요.
아마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뭔가 알 듯하다. 뛰려면 제대로 뛰고, 걷고 싶으면 천천히 걸어라.

퇴행성 관절염이 아니냐며 비아냥댔던 인간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확 우겨버린다.
Posted by H군

10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경마장에 마지막으로 간 것은.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을 오늘의 책에서 산 것은 95년, 놀이하는 사람들에서 알바하던 무렵이었고

'경마장'을 마지막으로 간 것은, 97년쯤?

그리고 지난 주말 만 10년이 지나 경마장에 다시 가다.

같이 간 일본 언니는 심지어 경마장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면서

(경마장이 있는 도시는 세금도 싸요, 라고 일러주면서) 경마장은 난생 처음이란다.

그런데 하 오랫만에 왔더니 베팅 거는 방식이 전혀 생각이 안 난다.

1층에서 헤매니 경마 안내소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 팜플렛이 있다.

그걸 보고 단승식, 연승식, 복승식, 쌍승식, 복역승식 등이 있다는 걸 새삼 기억해내다.

전광판에 나와 있는 배당률을 확인하면서 배당률이 낮은 말(그러니까 가장 인기 좋은 말)을 중심으로

대충 조합하여 복연승식으로 베팅.

세 게임에 삼천 원씩 투자하여 1만 원 정도의 수익(일본 언니는 이천 원씩 투자하여 800원 마이너스).



친구 중에 어머니가 제주도 조랑말 경마에 빠지시면서 재산을 다 날리고

부도가 나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놈이 있다.

그런 엄마가 미웠고, 경마가 미웠던 그 친구랑 97년도에 경마장에 왔었다.

대학생이던 우리는 기껏 천 원, 이천 원 정도 걸고 있는데 그놈은 만 원, 이만 원 그냥 내지른다.

그리고 경마장을 나서며 그 친구가 뭔가 통달했다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말한다.

"이제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나 다음주에도 또 경마장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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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군

백건우가 올 12월에 베토벤 소타나 전곡에 도전한다고 한다.
7일간에 걸쳐 8회 공연.
가격도 꽤나 괜찮다. 지금 예약하면 50% 할인.
이거 사뒀다가 놔두면 재테크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문제는 과연 몇 번이나 가게 될 것이냐는 점과 설령 갔다한들 그걸 다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점.
8회 공연이니까 각 4곡씩이 될려나.
여튼 관심 있는 분은 연락주셈.




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Beethoven Club

 

 2007 Kun Woo Paik Beethoven Piano Sonata Cycle

 

 

건반 위의 시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대한민국 클래식 역사상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7 동안 연속으로 완주합니다.

마치 구도자가 성지를 찾아 다니듯 연주 인생 40 동안 항상 치열한 탐구 정신으로  작곡가, 혹은 하나의 작품을 선택하면 “몰아치듯철저히 파고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그간 보통의 연주자들은 시도조차 꺼리는 전곡 연주의 길을 고집하던 그가 마침내 2007년에는 피아노 소나타의 신약 성서라   있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7일간(8) 완주하는 역사적인 전곡 연주회를 준비합니다.

 

클럽발코니는 2007 1 22, 백건우 베토벤대장정에 동참할 공식 서포터즈 <베토벤 클럽> 모집합니다. <베토벤 클럽>, 2007 12 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연주(7일간 8) 파격적인 50%할인가로 관람할  있는 티켓과 2007 베토벤 다이어리, 스페셜 베토벤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 베토벤을 좋아하고 백건우 응원하는 팬들에게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찬 2007년을 선사할 것입니다.

선착순 600석 한정판매로 좋은 좌석을 미리 선점하실 수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잊을  없는 베토벤과의 만남!  1 전에 미리 예약하세요.

  

일시 : 2007년 12월 8일(토)~14일(금) 7일간 8회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티켓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R석 5만원 * 8회 = 40만원 --> 20만원

S석 3만원 * 8회 = 24만원 --> 12만원
A석 2만원 * 8회 = 16만원 --> 8만원

TICKET OPEN: 2007년 1월 22일 오후 2시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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