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편집자라고 한다면 교정지를 펼쳐놓고 국어사전을 옆에 낀 채 빨간색 플러스펜을 쥐고 있어야 할 성 싶다.
허나 편집자 '같기도 안 같기도' 한 나는, 교정지는 외주자에게 보내고(물론 나중에 설렁설렁 확인은 하지만),
국어사전은 인터넷을 이용하며, 빨간색 플러스펜보다는 궁둥이지우개가 달린 연필이나 파란 잉크가 든 만년필로
'낙서'를 많이 한다.
사전에 대해 다시 말하자면, 국어사전 펼쳐볼 일은 꽤 드물다. 어떤 단어가 떠오를락말락하면서
입에서 으물으물거릴 때 급한 마음에 국어사전을 휘리릭 넘길 때나 좀 볼까.
사실 사전을 손에 쥘 일은 일어와 관련해서가 대부분이다.
내 자리 옆에 두고 있는 일어과 관련한 사전들은, 우선 일한사전, 그리고 한자읽기사전, 일본인명사전.
여기에 아주 가끔 한일사전과 외래어사전까지.
이 사전은 대학교 3학년 때 사서 지금껏 쓰고 있는 일한사전.
쓰다가 겉장이 너덜거려서 종이와 비닐로 겉을 씌웠다.
(그림은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 예전에 쓰던 영어사전은 스타워즈 포스터를 씌웠던가.)
십 년 넘게 들고 다녔는데 불편함이 좀 있어도, 어차피 국내에서 나오는 일한사전이란 게
얼마나 업그레이드 됐을까 싶어 지금껏 쓰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에 전자사전을 사서 쓰고 있는데, 꽤나 편리하다.
일한, 일일, 한일, 한자읽기, 영한, 한영, 영어유의어, 옥편 등이 다 들어 있어서
이게 있으면 다른 사전을 잘 안 쥐게 된다.
무엇보다 버스나 지하철, 또는 바깥에서 일본책을 볼 때 쉽게 꺼내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드는 점.
(이라고 하니 일본책을 자주 보는 것 같지만, 통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재밌어서 읽다가도 자꾸만 전자사전 꺼내드는 게 귀찮고, 무엇보다 바로 전 페이지에서 찾아봤던
단어를 다시 찾아봐야 하는, 한심한 머리 때문에 답답해서 쉬 손에 잡게 되질 않는다.
게다가 설렁설렁 속독하는 습관이 일본책에서는 유지가 안 되는 것도 문제.)
내친 김에 새로 옮긴 내 자리 사진도.
어차피 쓰던 컴퓨터를 들고 왔고, 책상도 지난 번 사무실과 똑같은 회사에서 맞춘 것이니 큰 차이는 없다.
다른 점은, 파티션이 책상 앞에 쳐져 있고, 책장이 등뒤에 있다.
자리 옮기면서 세 박스의 분량의 책을 집으로 보냈지만, 여전히 책은 증식하고 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