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2006. 12. 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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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인사 미리 드립니다.

회사 옮기고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한 해가 지나버리더군요.

그런 와중에 또 회사 옮겨 내년부터는 다른 곳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같은 회사계열이라 이직이라 할 것도 없지만(회사 내에서는 방출설과 스카웃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만지게 될 책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출이 됐든 자유계약으로 풀린 것이든 뭐든 제가 좋아하는 책에 집중할 여건이 됐다는 점에서는

다행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지난 회사에서 하던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고 또 같이 생활하게 되실 분도 자주 보던 분들이라

크게 어려울 건 없지만 한동안의 적응기는 지나야겠지요.

2년에 걸쳐 계속 새해에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 별 의미는 없겠지만

나름에 계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어제 아침 옷을 가로 입는데 툭 끊기는 소리가 나 뭔가 싶어 봤더니 목걸이 줄이 떨어졌더군요.

작년 여름 인도에서 차기 시작하여 1년 반 정도 계속 붙어왔던 것이 떨어지자 순간 마음이 먹먹하다가도

과거의 어떤 것과의 단절이자 새로운 전환을 암시하는 무엇이 아닐까 하고

멋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올 한 해 혹여 제 빈정이나 이죽거림, 궁상, 찌질 등에 눈 찌푸리고 혀를 차고 마음 상했던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리고 내년말에도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라고 크게 변하겠습니까.

다들 새해에는 명랑쾌활하게 사시길!


이기웅 드림

Posted by H군

공연

2006. 12. 28. 15:33
12월 24일 라커스 라이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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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군

보신

2006. 12. 22. 14:52

미국에서 온 Y군이 한국 와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 1위가 활어회였고 두번째 '개'

하여 Y군을 데리고 서대문 경찰서 뒤 평양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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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군

감탄

2006. 12. 17. 15:56

아침에 일어나 일 보려 화장실 갔더니 변기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어제 굵은 놈을 내려보낸 기억이 없는데 대체 무슨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코감기에 걸려 크리넥스 휴지로 연신 풀어낸 놈들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었다.

곧 이사 와서 크리넥스 휴지로 뒷일 처리했다가 막힌 적이 있었는데 또 저지른 것이다.

일이 급하니 수위아저씨에게 막힌 데 뚫는 곳 전화번호를 물으러 내려가기 위해

문을 제끼니 문밖은 설원이다. 매년 겪는 광경이지만 새삼 그럴싸하다.

그러나 잠시의 감탄은 다시 일의 급함에 밀려 수위 아저씨를 찾아 전화번호 말해달라 했더니

자기가 해주겠다고. 다행히 큰 일 보고 막힌 게 아니라 그 광경이 심하게 민망하지는 않아

감사히 도움을 청했다. 수위 아저씨 하는 걸 보니 요령이 있다.

쇠 옷걸이를 뺀찌로 매듭을 풀어 길게 뽑아내고는 그걸로 변기 속을 쑤셔댄다.

그러니 분해된 듯한 휴지가 올라오다가 물이 쏘옥~빠져나간다.

그 요령 있는 솜씨가 바깥 풍경에 대한 감탄 이상으로 감탄스럽다.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조아리고 급한 일을 처리하니 아침이 느긋하다.

아침을 먹고 티비를 보다가 저녁 약속 이전에 회사에 들러 일할 요량으로

옷을 챙겨 입고 헬스장으로 가다.

시간이 넉넉하니 오늘은 좀 길게 걸어야겠다 싶어 2시간 가까이 걷는데

전화 3통에 문자 하나가 온다.

앞선 전화 2통과 문자는 친구 Y의 위치를 찾는 것. 내가 Y의 매니저인가 싶다가도

오전에 통화한 전과가 있으니 아무개를 찾으면 Y와 연락이 가능하다고 일러주다.

또 한 통의 전화는 동창 딸래미 돌잔치인데 오고 있냐는 전화.

허걱. 완벽히 까먹고 있었다. 쯧쯧 혀를 차는 친구놈에게 숨가쁜 목소리로

미안타 전할 수밖에.

그리고 지금은 회사. 역시 새삼스러운 감탄이지만,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보기드문 이 회사의 장점은 역시 창밖 풍경이다.















Posted by H군

여행

2006. 12. 11. 22:55

작년 인도 여행에서 나름의 원칙 중 하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였고,

또 하나는 한국사람과 부대끼며 지내지 않는다였다.

두번째 원칙이 깨진 것은 레에서 마날리로 돌아왔을 때.

레에서 고산병으로 호되게 고생하여 수지침으로 손을 따도

*리화나를 연신 펴도 나아지지 않아 결국 나흘만에 다시 마날리로 내려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한국사람이 머물고 있을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샬롬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닷새 정도 정말 하릴없이 시간을 부쉈었다.

그때 함께 시간을 나눈 이가 승춘이형.

순천에서 농사를 짓다가 장기여행을 떠난 승춘이형은 정말 게으른 여행자였다.

1주일간 한 발짝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나가질 않는 적도 있으니.

나름 마날리에서 웅기조식하는 기간 함께 게스트하우스 베란다에 앉아

선교사인 주인 아주머니의 눈총을 애써 무시하여 연신 담배를 피우며 한담을 나눴었다.

거기에서 서로의 연락처를 나눠갖고 단기여행자인 나는 얼마 안 되 한국으로 돌아왔고

몇 달 후 네팔에서 승춘이 형의 엽서를 받았다.

올 여름 형이 1년 6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는 기별을 받았고

지난 토요일 승춘이형이 여행간 만났던 사람들을 초대하여 얼굴을 마주했다.

대부분 6개월 이상의 장기 여행자들이었고 내가 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인도에서의 화제거리는 몇 개 없었지만, 그래도 꽤나 흥겨운 자리였다.

또한 그 짧은 여행기간 동안 스쳐 지났던 얼굴들을 서로 기억하고 있다는 데

놀라움과 함께 어이 없는 웃음이 몇 숨 터졌다.

맥그로드간즈에서 마날리로 떠나기 전 리 카페에서 만났던, 인도 온 지 사흘 됐다는

신혼부부는 그때의 초짜행세를 기억하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인도 전역과 동남아시아, 영국, 독일을 다녀와 숨가쁘게 여행 에피소드를 털어놓았고

레에서 마날리까지 12일간 걸어오던 두 명의 총각은 어느 새벽 짚차에서 내려

담배 한 개비를 건넸던 한국인이 나라는 걸 기억해냈다

(담배 한 갑도 아닌 한 개비라니! 이 궁상한 여행자의 인심이란!).

그리고 선교를 하기 위해 네팔에 왔다가 잠깐 샬롬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러

일을 도왔던 발랄한 대학생 미린 씨가 지난 여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순간 말문을 닫게 만드는 소식도.

시간이 이렇게 지나 그때 여행을 떠났던 정황은 아스란하고

여행은 추억되고, 언젠가의 다음 길을 꿈꾸며 비루한 일상을 참아낸다.












Posted by H군

망한

2006. 12. 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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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에 리뷰 마지막 쓴 게 10월 19일.

그즈음부터 해서 읽은 책이라곤 일본어 소설 한 권.

일 때문이라도 이것저것 뒤적거리는 책은 많은데 진득하게 책 한 권 읽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괜히 욕심 내서 원서도 몇 권씩 쥐고 흝어보고 있으니 진도는 여전히 지지부진.

12월이 지나가야 좀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 있으려나.









Posted by H군

웨딩

2006. 12. 4. 08:30
솜이붐 결혼식.





근데 왜 나에게 와서 "짝은 잃은 기분이냐" "심난하지 않냐" "정세를 뺏긴 거 같냐" 운운 묻는 거냐.

내가 수현 씨, 아니 하치언니도 아니고 말이지.

그냥 재밌는 결혼식이었다. 뭔가 장난을 못 쳐서 아쉬운 것 빼고는

(주례 아저씨가 북치고 장구치는 게 그모냥일 거라는 걸 알았으면 더더욱).

Posted by H군

홍어

2006. 11. 29. 11:11
며칠 전 번역가 선생님이 소개해서 간 삼합집.
9시 반이면 문을 닫는다고 하여 스피드 있게 셋이서 동동주 1통에, 소주 5병 정도 마셨나.
아래 세번째, 네번째 사진은 홍어 애(간)와 코.
애는 처음에 냉동되어 심심한 맛이었는데 살짝 녹으니 고소하게 혀에서 사르르 감싸녹는 맛!
코는 무슨 맛이 정확히 모르겠다.
얼마 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프로그램에서 홍어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고 다니는 유치원 여자애를 봤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곧잘 땡긴다.
하루키는 프랑스 식당에서 나이프로 매번 고기를 썰어먹지 않고 한번에 다 썰어 포크로만 식사하는 여자를
보면 왠지 매력적이다라고 한 적 있는데 삼합을 한 입 가득 넣고 막걸리 마시고는 살짝 트림하고는
얼굴 붉히는 여자도 왠지 매력적일 것 같다. 뭐 본 적은 없지만.
날이추워지니 삼합에, 과메기도 생각나네.


Posted by H군

끼니

2006. 11. 28. 13:28

근래 집에서 해먹은 끼니.

굳이 이름붙이자면 쭈꾸미 스파게티.
시장 갔다가 쭈꾸미가 맛있어 보여 사놓고는 뭘 해먹을까 하다가 결국 스파게티.
쭈꾸미는 굵은 소금에 씻어 내장을 빼내고, 미림 뿌려 냄새를 제거.
브로콜리와 토마토는 살짝 데쳐두고 나중에 토마토 페이스트와 함께 섞어 썼다.
올리브유에 통마늘과 통고추를 볶다가 건져내고 양파와 쭈꾸미를 볶고 나머지 재료 부어 끓이면 끝
(그런데 후라이팬 돌리다가 후라이팬 손잡이가 떨어져버렸다. 흑. 유일한 테팔 후라이팬이었는데...)


갓김치 오므라이스.
추석 때 H선생님한테 얻은 갓김치가 아직도 집에 남아 처치 곤란.
하여 스파게티 만들고 남은 토마토, 양파, 브로콜리 등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
그 위에 계란만 말아 씌우다. 하다못해 케찹이라도 있으면 좋았으려만, 소스할 꺼리가 하나도 없었다.
머릿속 레시피와 현실은 너무나 멀다.






Posted by H군

닷새2

2006. 11. 27. 08:32

출장 다섯번째날 사진.

니조조(二條城)의 정원.

미다라시 단고(みたらし団子)
들고갔던 전자사전을 뒤져 '미다라시みたらし'라는 말을 찾아보니 "신사 입구에 있으며 참배자들이 손을 씻거나 입을 가시는 곳"이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일종의 액막이 떡이라는 의미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제 사전을 찾아보니 또 그런 뜻은 아닌 듯. 시모가모 진쟈(下鴨神社)의 미다라시 축제 때 진쟈에 바친 공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http://www5a.biglobe.ne.jp/~tyagetu/hanasi.htm)과 교토 시모가모의 加茂みたらし茶屋에서 만들며 시작되었다는 설(http://ja.wikipedia.org/wiki/%E3%81%BF%E3%81%9F%E3%82%89%E3%81%97%E5%9B%A3%E5%AD%90)이 있다.
알게 뭐람.

기온에서 먹은 점심.
위로부터 유부와 새우 덴뿌라, 가모 소바, 나베 우동. 가모는 청둥오리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먹었다는 희미한 기억이 있어 시켜먹어봤는데, 입에 베어문 순간 정확히 기억났다. 맛이 없었다.
간과 조류의 살코기가 섞인 듯한 맛.

기온의 골목.

기온의 신사에서 우연히 본 전통혼례식.

철학의 길.
철학가 니시다 기타로가 자주 걸었다는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은각사가 나온다.

은각사.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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