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위

2007. 6. 10. 20:39
어찌 숨기랴, 나 두산빠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일본에서 한국 건너와 동네 애들이랑 어울리다가

애들이 OB를 좋아한다길래 따라 좋아한 게 지금까지.

고등학교 때는 독서실 친구들과 그때 나오던 스포츠 신문 3종을 다 사서

전날의 OB 경기 결과와 기록지를 꼼꼼히 읽고 분석하....지는 않았다.-_-

90년대 초반 스포츠조선이 창간되면서 스포츠신문에 타블로이드지로 만화 부록이 딸려나왔가

그 만화들이 꽤나 야했더랬다. 김삼, 한희작 등의 국내작가들과 배트맨 류의 마블코믹스 등이

연재됐던 걸로 기억.

90년대 OB팬으로 지낸다는 건 마냥 행복한 건 아니었다.

성적도 썩 안 좋았거니와 윤동균 감독 항명 파동으로 김형석의 연속출장기록이 깨지고,

임형석이 송구홍한테 밀려 골든글러브를 놓치고, 박철순은 어느날 재기하여 최고령 완투, 완봉 기록을 세웠다가도

다시 부상이 재발하였고, 팀 이름 마저 OB에서 두산으로 바뀐 90년대.

물론 95년 우승이라는 감격의 순간도 있었지만, 쓰라린 해가 많았었다.

그렇지만 2000년대에 와서는 달랐다. 김인식 감독에서 김경문 감독으로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두산은 매년 하위권으로 지목당하면서도 거의 그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만 해도 박명환이 LG에 가고, 손시헌은 상무 입대하고 이혜천도 군 문제로 빠진 상황에서

5월초 꼴찌까지 추락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1위까지 치고 올랐다.

물론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끝까지 1위를 하라고는 기대치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의 전력으로 이렇게 선전해주기에 그저 기쁠 나름.

자주 하는 얘기지만, 한국이 월드컵 결승전에 올라가고 그날 두산 시범경기 있으면

난 아무런 고민 없이 두산 시범경기 보러 간다.




일요일 회사 나와서 일해야 하는데 내내 인터넷으로 두산vs삼성전 보다 하루가 지나가버린 걸

무마하려는 자기최면에서 올리는 포스트 아니다.-_-













Posted by H군

졸려

2007. 6. 8. 09:43

오후 1시
핸드폰에 생경한 번호가 뜬다, 00700...
"아빠인데, 내가 인도에서 일행한테 백 달러 빌렸거든.
돈 들고 오늘 공항에 좀 나와라."
오야지의 귀국 시간은 새벽 12시.


오후 8시 반
안국역에서 공항버스 탑승.
<종신검시관> 다 읽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능숙한 단편이지만 장편의 박력이 더 매력적이다.


오후 9시 반
인천공항 도착. 갑자기 밀려오는 허기. 저녁을 안 먹었다.
삼각김밥을 먹으며 두산과 기아 경기를 힐끗 보며
<NHK에 어서오세요>를 보다.
두산과 기아는 연장전 돌입.
11회말까지 1:1인 걸 보고 무승부로 끝날 것 같아 그만 보다.
(오늘 아침 기사 보니 12회초 전상렬 결승타!)


오후 11시.
<NHK에 어서오세요> 다 보다.
모르겠다. 이 말장난의 세계는.
재미는 존재한다. 근데 끝까지 읽을 원동력은 그닥 없다.
묵혀뒀던 모리미 도미히코의 <태양의 탑>을 꺼내 남은 70페이지 해치우기로 결심.


오전 12시반.
오야지가 탄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표시가 나오다.
올려면 좀더 늦게 오던가. <태양의 탑> 10페이지도 안 남았는데.
오야지 등장. 
백 달러 건네주고 리무진 버스 탑승.
귀 얇기로 소문난 오야지. 그 물가 싼 인도와 네팔에서 바가지 쓰며 사온 물건이란 게
카레가루 1박스, 내 대가리 크기만 한 야크 치즈.
카레 1박스?? 대체 왜?
카레가 웰빙식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삼촌들 나눠주려고 샀단다.-_-
야크치즈는 요가 가르치느라 몸이 허해보이는 채식주의자 동생 먹이려고 사왔다는데,
저기 작은 아드님은 우유랑 치즈를 안 드시거든요?


오전 2시.
집에 도착.
갈증이 난다하여 맥주 한 캔씩 마시면서,
내일은 명동에서 장사하는 사촌형 불러서 한잔 진하게 하잔다.
에휴. 침대로 기어들어가기 직전 시계를 보니 3시로구나.


Posted by H군

언니

2007. 6. 7. 10:23

그제 일미문즐 분들과 벙개모임을 하며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이상한 나라의 폴 춤도 살짝 추고-_- 백 년만에 노래방도 가고.

특이한 것은, 지난 5월에 있던 정모 때도 그랬는데

모임 이후에 남자 분들 중 쪽지를 보내셔서, 어제 모임에서 얘기를 못 해 아쉽다,

다음에 남자들끼리 모임을 가져보자, 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

아마도, 언니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내 성향이 어떤 모임에서든

언니들 중심으로 놀게끔 하고, 그러다보니 남자들과의 대화가 확실히 떨어지게 만드는 게 아닐까.

물론 남자끼리 노는 게 싫은 건 아니다.

특히 이쪽 모임 남자분들의 경우 대체로 수다에 능하고 기본적 관심사가 비슷하기 때문에

즐겁게 수다를 떤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난 언니들과 수다 떠는 것이 조금 더 즐거운 것 같다.

언니 오빠 함께 놀아요.

Posted by H군

다크

2007. 6. 5. 11: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디어 일본에서 표지 컨펌.

이 표지 일러스트도 세 번째까지 되돌리고 네 번째 그린 컷이다.

사실 내가 원하던 컨셉은 이런 게 아니라 앤디 워홀이 작업한 무하마드 알리 초상 같은 느낌이었는데

일러스트하시는 분이 원체 바쁜 와중에 억지로 부탁해서 작업하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밀어붙이기에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정도라도 뽑아준 것에 만족.

회사 사람들에게 표지 보여줬더니 다들 진짜 다크할 것 같다고들 한다.

내용은 더 다크하다ㅎ


Posted by H군


클라라 하스킬의 연주로 듣던 이 곡이 방금 라디오에서 굴다의 연주로 나오자 새롭다.
대범하다고 할까, 여튼 속 시원하게 치는 느낌.
(사실 클라라 하스킬 쪽의 이 곡은 다소 침울하게 느껴져 자주 듣게 되지는 않았다).



 

MOZART: Piano Concerto No. 20 in D minor KV 466
Friedrich Gulda_piano
Wiener Philharmoniker
Claudio Abbado_conductor



 

Posted by H군

근황

2007. 5. 31. 14:29

*지난 부처님 오신날 소개팅.
처음 보고 딱 2시간 동안 즐겁게 웃겨주자고 마음 먹다.
실컷 떠들다. 그러고는 바로 헤어져 붐붐과 연락이 닿아 술 마시다가
회사 대표에게 연락이 와 회사로 들어가 11시까지 일하다.
며칠 후 주선자가 전하길, 제법 재밌기는 했으나
자신에 대해 한 마디도 묻지 않더라, 라고.


*그제 새벽 2시까지 교정 보느라 야근.
6월 말까지 3권(또는 4권)짜리 모 드라마를 노벨라이즈한 일본소설을
급하게 내야 한다. 문고판으로 4권짜리인데 이제야 1권 번역이 완료.
그걸 또 윤문자라는 사람이 고쳐놓은 꼴이 심각하다.
원서와 대조하며 뜯어고치다 보니 새벽 2시.
집에 가서 맥주 두 캔 마시고 잠든 게 3시.


*어제 오야지 상경.
오늘 인도 패키지 여행 떠나는데 인천공항까지 7시 집결.
하여 오늘 아침 4시 반에 깨나 공항버스 태우다.
이틀째 계속 졸리다.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도쿄 출장 예정.
8곳의 출판사와 에이전시를 만나기로 되어 있지만, 그래도 과하게 긴 일정이고
미팅은 월요일부터 시작인데 미리 주말 포함해서 갈 이유가 없다.
결국 작년 11월의 일본출장처럼 가이드 겸 통역으로 소용될 것 같다.
그래도 일본이니 싫진 않지만.


*기리노 나쓰오 <다크> 작업은 보도자료만 쓰면 완료.
제일 하기 싫은 짓만 남긴 했지만 그래도 곧 나올 모양이다.
마무리 작업하는 와중 밀클에서 나온 <잔학기>와 <암보스 문도스>를 틈틈이 읽었는데
역시 기리노 나쓰오.
그 어떤 소설이든 기리노 나쓰오의 인장이 오롯이 남겨 있다.
이번 다크의 메인카피는,
"동정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정 없는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옥도가 여기 펼쳐진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인간과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란
얼마나 추접한 악의와 비열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통렬하게도 너는 얼마나 다르냐,고 묻는다.
그런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을 소개하게 되서 기쁘다.


*핸드폰 고장.
통화를 할 때 내 목소리는 상대방에게 전해지는데
나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역시 모토로라는 안 돼, 라고 누군가가 비아냥대지만,
내가 그 기계를 다룬 이상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들
본디 내구성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A/S 받으러 가야 하는 데 시간 내기가 만만찮다.
그런데 통화가 안 된다는 게 업무적으로 불편은 하나
때때로 마음은 편하기도 하다, 요모조모로.


Posted by H군

2007. 5. 25. 19:22

지난주 교정자가 초교를 보고 가져와서 흝어보는데 이 양반이 번역자가 "씨팔"이라고 해놓은 것을
"제기랄"로 바꿔놓았다. "씨팔"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서적 혐오에서 기인했는지,
윤리적 기준에서 판별했는지, 맞춤법에 준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씨팔이 제기랄이 되서는 그 맛이랄까 뉘앙스가 안 살아난다.
씨팔은 씨팔이다.
원문에서는 구솟타레(糞ったれ), 치쿠쇼(畜生) 등에 해당하는 대목인데,
해석하자면 똥싸개나, 짐승새끼 정도겠지만 그래도 그 맥락과 캐릭터 상에서 역시 씨팔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개인에 따라 씨팔이 아니라 씨발, 씹할, 씹헐, 쓰벌, 시부랄 등등으로
변용은 가능하겠다. 그 가름은 번역자의 몫이고 선택은 편집자의 몫.
판정은 독자가 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욕을 별로 안 쓴다. 잘 쓰지도 않거니와 제대로 쓸 줄도 모른다.
네, 생긴 것과 다르게 말입니다.-_-
물론 비아냥, 쪼개기, 투정, 이간질 등은 곧잘 합니다만,
여튼 욕 그닥 안 쓰는 편이다. 물론 상대적인 의미다.
일반적인 남성들이 욕을 구가하는 정도에 비해서 안 쓴다는 거지
욕을 전혀 안 쓰는 여성이 보기엔 내가 걸레 빤 물로 양치질하나 싶게
입이 걸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남자들만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상습적으로 튀어나오는 욕들을 보면
그들은 일 보고 물 안 내린 변기물로 가글링했나 싶다.
그러니까 내가 그들의 욕을 들으면서 느끼는 순간적인 감정은 웃기게도 환멸이다.
당최, 내가 무슨 주제로 그들의 욕에 환멸을 느껴야 하는 걸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욕과 관련한 어떤 기억 때문이리라.
3년간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초등학교 1학년 겨울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는 한국말을 거의 못했다.
즉, 당시 동네형들이 나를 부르던 별명대로 반쪽바리였다.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살인배구 같은 것을 할 때 나에게 공을 후려치며 부르던 다른 별명이 있었다.
매국노 새끼. 매/국/노 아마 처음 국어사전을 찾아본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하)
물론 내가 일본에 갔을 때 몇 개월만에 한국어를 버리고 일본어를 익혀갔듯이
그때로 그리 많은 기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금세 일본어는 잊어가고 한국어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오후반(학생수에 비해 학급수가 적어서 점심을 먹고 등교하는 반)이었고
흔치 않던 일본오락기가 있어 동네 애들이 쉬 꼬여들었고, 그러면서 말을 익혀갔을게다.
그러던 어느날, 모 시골중학교 선생님이었던 엄마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서
저녁을 차리는데 나랑 동생이랑 티격태격하다가 내가 어떤 욕을 했던 모양이다.
엄마가 그걸 들었고, 그날 파리채로 무지하게 맞았다.
그러면서 엄마가 했던 말이 띄엄띄엄 생각난다.
니 아빠가 엄마에게 그런 더러운 말을 쓰는 걸 보고도 니가 그런 말을 쓰냐.
너도 똑같이 그런 더러운 말을 쓰면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거냐고.
그후로 아마도 욕을 회피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욕을 능숙히, 또는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뭔지 모를 저어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인간이 내뿜을 수 있는 독이란 걸 생각하면 욕이란 겨우 걸레물이거나 변기물일 수도 있다.
품위 있는 말에 독을 담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이가 무수한데
기껏 욕 가지고 환멸을 운운한다는 건 참으로 촌스러운 짓일지도.

그래, 나란 인간은 타고나기를 참 촌스럽게 타고났구나. 씨팔 이렇게 살다 죽어야죠.

Posted by H군

2007. 5. 22. 17:25

   
얼마 전 W군이 R바에서 테이블에서 닭살행각을 벌이고 있다가

뜬금없이 바에 혼자 앉아 있는 나를 부르더니 그리 말했단다.

"형도 얼른 연애하시죠." 라고.

그러자 내가 발끈하며 자리를 박치고 다시 바에 돌아갔다고.

사실 그런 기억도 없는데, W군이 다음날 "어제는 미안했어요."라며

본인이 밝힌 이야기니 없는 이야기는 아닐 텐데, 물론 "형도 얼른 연애하시죠." 류의 말에

발끈한 게 아니라 얼마 전까지 바에서 솔로 군단으로 함께 뭉쳐 커플들을 저주하던

W군의 돌연한 변신과 염장에 '발끈'한 척 한 것이겠지.

(아, 말이 길어질수록 구차한 변명이고, 궁상맞구나. 흑.)


사실 내가 愛자 붙은 것들과 기본적으로 거리가 먼 인간이긴 하다.

연애戀愛는 물론, 성애性愛도, 애무愛撫도 오래전. 대체 언제였더라…

애교愛嬌 따위는 애시당초 거리가 먼 낯짝.

자애慈愛? 박애博愛? 기대할 데다가 해라.

애국愛國, 애교愛校, 애사愛社…

애국질, 애교질, 애사질들 하고 계시네.


에잇, 이렇게 비아냥대봐야, 역시 청승.

그러니까 이번 주에 소개팅이 한 건이고, 6월에 또...

Posted by H군



방금 권정생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상의 어른이 자꾸 줄어들어 가슴이 아픕니다.

항상 낮은 곳에 임하시던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H군

모 블로그를 보니 최근 중국에서 붙잡힌 JMS 정명석이 시도 쓰는 모양이다.

어제에 이은 연이은 시 포스팅이다.

어제의 충격과는 급이 다르다.

감히 마음의 준비 운운할 필요 없다.

그냥 무장해제하고 넋놓고 당하시길.





새우


새우,

어쩌면 그리 태평양 바다에서

한 마리도 허리 편 놈이 없느냐


사람들은 너, 새우등을 보고

바다가 좁아 허리를 구부렸다 하는데

정말로 바다가 좁으냐?

천성으로 타고난 체질이겠지



아무튼

작고도 작은 넌

태평양 바다에서

제일 맛이 있어

고래 한 토막 다 먹은 것보다도

어저면 그리 맛이 더 있느냐

짭짭 칼칼하고도 어쩜 그리

그 맛이 진미로구나

특히 돼지 족발에 너 빠지면 안된다구

아무튼 늙지도 않고 허리가 구부러진 것

세상에서 너 뿐인인가 한다


새우,

병신아닌 병신처럼

허리는 구부러지고 작지만

너처럼 바다 제일 깇인 들어가

사는 고기가 어디 있더냐



고래도 상어도

바다에 그 어떤 고기도

너같이 깊은 바다에 들어가

살아본 족이 없단다

그래서 그런 건지

정력에는 바다에서 왕새우가 최고란다.






*이 시에 감동받아 몇 편의 시를 더 읽고 싶은 이는 여기로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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