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일본에서 한국 건너와 동네 애들이랑 어울리다가
애들이 OB를 좋아한다길래 따라 좋아한 게 지금까지.
고등학교 때는 독서실 친구들과 그때 나오던 스포츠 신문 3종을 다 사서
전날의 OB 경기 결과와 기록지를 꼼꼼히 읽고 분석하....지는 않았다.-_-
90년대 초반 스포츠조선이 창간되면서 스포츠신문에 타블로이드지로 만화 부록이 딸려나왔가
그 만화들이 꽤나 야했더랬다. 김삼, 한희작 등의 국내작가들과 배트맨 류의 마블코믹스 등이
연재됐던 걸로 기억.
90년대 OB팬으로 지낸다는 건 마냥 행복한 건 아니었다.
성적도 썩 안 좋았거니와 윤동균 감독 항명 파동으로 김형석의 연속출장기록이 깨지고,
임형석이 송구홍한테 밀려 골든글러브를 놓치고, 박철순은 어느날 재기하여 최고령 완투, 완봉 기록을 세웠다가도
다시 부상이 재발하였고, 팀 이름 마저 OB에서 두산으로 바뀐 90년대.
물론 95년 우승이라는 감격의 순간도 있었지만, 쓰라린 해가 많았었다.
그렇지만 2000년대에 와서는 달랐다. 김인식 감독에서 김경문 감독으로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두산은 매년 하위권으로 지목당하면서도 거의 그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만 해도 박명환이 LG에 가고, 손시헌은 상무 입대하고 이혜천도 군 문제로 빠진 상황에서
5월초 꼴찌까지 추락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1위까지 치고 올랐다.
물론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끝까지 1위를 하라고는 기대치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의 전력으로 이렇게 선전해주기에 그저 기쁠 나름.
자주 하는 얘기지만, 한국이 월드컵 결승전에 올라가고 그날 두산 시범경기 있으면
난 아무런 고민 없이 두산 시범경기 보러 간다.
일요일 회사 나와서 일해야 하는데 내내 인터넷으로 두산vs삼성전 보다 하루가 지나가버린 걸
무마하려는 자기최면에서 올리는 포스트 아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