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2

2006. 9. 19. 11:29

엊저녁, 식사 대신 사람들과 치킨을 뜯어먹으며 한담을 나누던 차,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2달 정도 된 대학원생 언니가 내게 느닷없이 묻는다.

"근데요, 이 팀장님, 하시는 일이 뭐예요?"

그러고 보면 사장이 가끔 묻는 그 말이 비슷한 맥락이었군.

"**씨, 요새 뭐해?"




>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1악장
Isaac Stern_violin
Eugene Ormandy_conductor
Philadelphia Orchestra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같이 거론되어 '아담과 이브' 또는 '왕과 여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멘델스존 하면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중에 노래를 잘하는 어느 가난한 소년이
어느 복지가의 도움으로 노래대회에 나가 '노래의 날개 위에'를 불러
큰 상을 받는 훈훈한 이야기가 기억난다.
멘델스존의 음악에 대한 평도 이러한 따사함,행복이 아닐는지.
그럼에도 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에서 음산하다고 할까,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진다.
누군가 갑자기 뒷덜미에 손을 살짝 대고는,
"** 씨 지금 뭐해?"라고 말하는 듯한.-_-
물론 3악장을 들으면 역시나 멘델스존 싶지만.

Posted by H군

평가

2006. 9. 17. 15:09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러저러하게 업무 외의 행사들이 많아
바깥에서 다소 구설수가 있는 편.
입사하기 전에도 소문을 들었고, 또 입사 후에도 은밀히 물어보는 이들도 있는데
실제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그러한 행사들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상하다고는 할 수는 없는 노릇.
여튼 그런 업무 외 행사 중 하나로 일주일에 한 명씩 지명된 사람이
회사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려하는 게 있는데
지난주 담당인 이가 한 것은 롤링페이퍼
(이전에 했던 것이 보물찾기, 팔씨름대회, 가발, 안경 쓰고 사진찍기 등-_-).
대충 다른 사람들 적혀 있는 걸 보면 업무적인 칭찬들이 대부분인데
내 롤링페이퍼에는 업무 이야기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없고
대부분 술과 외모, 그리고 솔로에 대한 이야기들-_-
저기, 오늘 일요일인데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요...OTZ







Posted by H군

윤상

2006. 9. 15. 17:24
열군과 프라임 한 병에 바꾸기로 한 화이트 스트라입스 1집과

하치 언니가 챙겨달랬던 블루하트 베스트 앨범을 라커스에 갖다놓으며

살포시 윤상 베스트 시디를 올려놓았더니 형이 그냥 웃고만 만다.

내가 다시 한 번 슬쩍 밀어 압박하자 형이 진지하게 묻는다.

"너 진짜 돈 주고 샀냐?"

생각해보니, 국내 인디 밴드 말고 국내 가수의 앨범을

돈 주고 시디로 산 게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나.


한 걸음 더



Posted by H군

감기

2006. 9. 14. 16:06

월요일부터 감기기운에 비실거리며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어제는 괜찮아진 듯하여 라커스에서 술.
오늘 머릿속에서 거품이 부글거린다.

다들 감기 조심.
Posted by H군

달빛

2006. 9. 13. 09:01
photographed by boomboom


DEBUSSY_Clair de lune from Suite Bergamasque
David Oistrakh_violin
Vladimir Yampolsky_piano



성긴 어둠, 켜켜이 스며드는 바람 내음, 찰랑거리는 빛, 나지막한 휘파람.
가을. 센치함이 덜 무안한 계절.
<뷰티플 라이플>을 보며 콧끝이 찡해져서 괜히 맥주를 들이키는 밤.

Posted by H군

해몽

2006. 9. 11. 08:06

꿈에서 집안 식구 중 누군가에게 칼로 배를 찔리는 꿈을 꿨다.

배에서 콸콸 흐르는 피를 부여잡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 받은 이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맑은 정신으로,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순간, 벼락처럼 월요일 아침을 맞았다.


Posted by H군

애주

2006. 9. 8. 13:18


붐붐의 '술 문답 릴레이'에 트랙백


1. 처음 술을 마셔본 게 언제인가요?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자면 내가 두세 살 때 오야지가 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나에게 술을 먹였다고  한다. 그러자 어머니의 단발마 같은 비명 "안주! 안주!"
이후로 중학교 2학년 때 소풍 가서 맥주랑 소주를 조금 마셨고
중학교 3학년 때 연합고사 백일주로 싸구려 위스키(나폴레옹) 마셨는데
친구놈이 취해서 울었던 적이 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는 마신 듯.
'돌하르방'이라는 돼지머릿고기 파는 데서 자주 마셨다.


2. 처음 술을 마셨을 때의 감상은?
맛을 떠나 남들은 취해 얼굴이 불콰해지는데 나는 왜이리 멀쩡할까 라고 의아해하며
나중에 꽤나 술 마시겠군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3. 현재 주량은 어느 정도 인가요?
평일에는 맥주 두세 병에 보드카토닉 두 잔 정도.
주말에는 맥두 대여섯 병에 보드카토닉 서너 잔에, 소주 1병 정도.


4. 자주 마시는 술의 종류는 무엇인가요?
맥주를 주로, 사이드로 보드카토닉, 가끔 소주.


5.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술버릇은?
붐붐의 의견을 옮기자면, 졸린다며 집에 가기, 몸 함부로 굴리기, 비아냥대기.
(딱히 술 먹었다고 평소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버릇들은 그냥 내 일반적인 품성에서 비롯한 것들.
음주 전후의 인품이 크게 다른 사람은 조금 부담스럽다)

6. 주위 사람들은 당신의 술버릇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대충 포기한 듯.


7. 가장 인상에 남았던 술자리에 대해 말해주세요.
공포영화에서 천둥소리 울리며 어두운 공간에 벼락이 번쩍거리며
뭔가 무서운 형체가 순간적으로 보이는 그런 장면이 종종 나온다.
술자리의 기억이란 대체로 그러하다.


8. 어떤 때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녁이면 대체로. 요새는 저녁에 운동 갔다오고 마시는 맥주가 그리도 맛나더라.
그게 과해져서 문제지만.


9. 어떤 술자리를 좋아하나요?
라커스에서 너무 떠들썩하지 않게 몇몇이서 바에 앉아 술 마시기.
또는 과하지 않은 소음을 배경으로 바 구석에 앉아 책 읽으며 술 홀짝거리기.
별다른 사설 없이 바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술자리거나
혼자 있더라도 음악과 책이 있으면 술은 대체로 맛있다.


10.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세요?
술 취해서 진심이랍시고 하는 소리는 믿지 않지만
술이 없는 인간관계는 유지할 자신이 없다.


11. 애주가가 될 의향이 있나요?
애주가와 중독자의 경계. 아마 이 선에서 평생을 왔다갔다하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Posted by H군

소리

2006. 9. 5. 17:47

작년말에 샀던 아이팟나노가 갑자기 곡 인식을 못하여
1시간 가까이 상담원과의 통화 끝에 맛이 간 걸로 결론,
서비스센터 가서 고치라는 말을 들은 게 몇 달 전.
이후로 방치하다가 며칠 전 동생에게 부탁하여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고.
다시 확인하니 이상무. 멀쩡하게 돌아간다.
이놈의 아이팟이 주인을 닮아가나, 몇 달 간 정신 나간 척하더니만
이제 와서 사실 꾀병이었다고 실토하는 격.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기념으로 그간 들어보고 싶었던 판소리 몇  대목을 채워주고
퇴근하는 버스에서 듣는데 감동의 안습T.T
이런 기가 막힌 음악이 있었다니, 그간 지들끼리만 듣고 안 가르쳐준건가.
사실은 지인에게서 받은 <명창들의 시대>라는 책을 읽은 덕분에 찾아 듣게 된 것.



긴사랑가_이화중선







Posted by H군

냉면3

2006. 9. 4. 08:22
붐붐과 함께 마이애미 바이스(역시 마이클 만! 치장하지 않은 액션씬에,

근육에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연출. 무엇보다 공리의 압도적인 섹시함)를

보고 을지로 입구에 위치한 남포면옥으로.

입구에 들어서다보면 날짜가 적힌 항아리가 쭉 파묻혀 있다.
자리에 앉으면 이 동치미를 내주는데, 국물도 시원하지만 국물이 밴 무맛이 일품!

쟁반만두도 마늘이나 부추의 강렬한 맛이 없이 슴슴하면서도 고소한 맛.

은근한 메밀향이 풍기며 씹는 맛이 있는 쫄깃한 면발,
무엇보다 동치미와 육수가 섞인 국물맛이 상당하다.
이미 동치미도 마시고, 컵에 담아준 육수에, 만두까지 먹었지만
이 냉면 국물, 결국에는 다 마시게 된다.
우래옥의 강렬함(강렬한 메밀향, 강렬한 육수맛)과는 다르게
조신하면서도 새침한 가게라고 할까.
가게 분위기도 우래옥이 약간의 시건방을 떠는 분위기라면
남포면옥은 사근사근 친절하다.





Posted by H군

실종

2006. 9. 1. 10:30


머리끈이란 것은 툭하면 실종한다.
처음 열 개들이 사고, 회사언니들이 너댓 개씩 줬지만
어느 새 사라지고 달랑 하나 남아 새로 살 수밖에.

일상에서 짊어지고 가야할 어떤 것들도 그렇게 어느샌가 실종한다.
그 실종에 괜히 호들갑 떨 필요도, 심각한 척 주름 지을 이유도 없다.
자기가 갈 때쯤  되니 알아서 나갔겠지.
열 개들이 머리끈 못 살 형편이면 빤스에 고무줄이라도 빼서 쓰면 되지 않겠나.

Posted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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